2024년 2월 1일 윤석열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증원을 포함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자 의사 및 의대생들이 자신들의 집단이익을 위해 파업, 사직서 제출, 휴학 등의 형태로 불만을 표하며 의료정책 추진 반대 집단행동에 나섰다. 정부는 저위험, 저강도의 비필수적인 의료 행위가 필수적인 의료 행위에 비해 높은 보상을 받는 불공정 의료생태계를 개선할 목적으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제안했으나 도리어 의정갈등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이 중에서도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증원 안건을 놓고 의정 간 갑론을박이 펼쳐지며 전공의 집단 파업이라는 국면에 봉착했다.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자리를 이탈한 지 한 달이 넘어가며 시위는 장기화 되고 있다. 2일 사직 전공의 류옥씨가 지난달 29일부터 나흘간 전공의 1만2774명과 의대생 1만83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 전공의와 의대생의 66.4%(1050명)는 ‘차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를 위한 조건으로 ‘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93.0%) ‘구체적인 필수의료 수가 인상’(82.5%) ‘복지부 장관 및 차관 경질’(73.4%) ‘전공의 근무시간 52시간제 등 수련환경 개선’(71.8%)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측은 “정부가 밝힌 증원규모인 2000명이라는 숫자는 의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숫자”라며 “의대 교육 여건을 고려하고 의사 수 추계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다음 숫자를 발표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처럼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의학교육의 질적 하락으로부터 발생할 의료 질 저하 방지에 있다. 그들은 질 높은 의학 교육을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미래 의사 인력에 있어 중요한 요건으로 보며 무분별한 의대 증원 정책을 실시해 의학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민이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도박을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료계의 거센 항변에도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규모 2000명 조정과 관련해선 “1년 이상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의료계와 수차례 협의해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결정에 흔들림이 없다”며 “만약 의료계에서 이 부분에 대해 조정의 의견이 있어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통일된 의견을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에 열과 성을 다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인구 1천 명당 임상의사 수가 한의사를 포함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에서 두 번째, 한의사를 제외하면 OECD 최하위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급격히 진행되는 한국의 고령화 문제를 기저에 두고 현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의대 증원만이 해당 사안을 해결할 실마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개혁의 핵심을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 개선으로 보고 있는 정부는 전공의 파업 사태 속 비상진료대책에 따라 중증·응급환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중등증·비응급환자는 종합병원으로 분산되면서 수십 년 왜곡됐던 의료전달체계가 바로 잡히고 있음을 확인했다. 고난도 의료역량을 갖춘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 수술에 집중하고, 촌각을 다투지 않는 환자는 2차 병원이 맡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진행될 의료개혁에서 비수도권 의대 증원과 함께 지역 국립대병원 등 거점 의료기관이 필수의료의 중추로 자리할 수 있도록 투자와 지원을 확대한다면 지역에서도 양질의 중증·응급 치료가 가능해져 지역 환자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의정갈등이 좀처럼 안정화되지 못하자 병원 측은 인력난에 입원을 거절하고 수술이 무기한 연기되며 국민의 불안은 증가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전공의가 병원을 이탈한 동안 환자들의 피해 사례를 조사했다. 지난 26일부터 나흘간 소속 단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입은 환자 불편·피해 사례 모니터링’에는 13건의 불편·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한 심장질환 환자는 “28일 예정된 폰탄수술(선천성 심장질환 수술)이 연기됐다”고 했다. “조혈모세포 이식 일정이 연기됐다” “백혈병 골수검사가 연기됐다” “아버님이 항암을 못 받아 돌아가실 것 같다”는 등 암 환자들의 피해 사례도 있었다.
피해를 보는 환자가 속출하자 국민 여론은 사명감을 가지고 국민의 생명을 책임져야 할 의료진들이 환자를 등진 채 벌이고 있는 집단행동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위배되는 집단 이기주의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하루빨리 수련병원 의료 서비스 제공체계 개선, 진료 지원 인력 및 비상진료체계 법제화 등 의료진의 집단행동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면담이 추진되며 갈등양상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증폭했으나 의정 간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대화는 종료됐다. 윤 대통령과 대전협이 접점을 찾지 못하자 앞으로 의정 갈등이 더 악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첫댓글 의료정책 추진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작성해주신점 좋았습니다. 구체적인 자료를 사용하여 얼마나 많은 전공의들이 파업 했는지 명시해주는것도 좋았습니다. 다만 본인의 입장은 어떠한지 작성해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