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야트막한 담장
황 동 규
동네 서달산 산책길 오르내리며
이 골목 저 골목 골라 걷던 곳에
다세대주택들이 빼곡 쳐들어왔다.
지나가며 슬쩍슬쩍 넘겨다보면
조금씩 색다르게 꾸민 조그만 꽃밭들이
나 여기 있네! 하던
야트막한 담장들,
낮은 대문 지붕에
애완동물처럼 앉아 있던 엄청 큰 호박,
오가며 서로 낯익히던 강아지들 고양이들,
다 사라졌다.
목청 별나게 좋던 새도.
산책길에 하나씩 점등되던 조금씩 다른 등불들,
눈 내리면 현관 앞에서
대형 눈사람처럼 웃던 몇몇 조그만 눈사람들까지
모두 주섬주섬 포대에 담겨
추억의 다락방에 쌓여 있게 되었다.
다시 꺼내더라도 윤기 다 휘발되어
전처럼 만지듯 즐길 수는 없을 거다.
옛 책 뒤적이다 끼워두고 잊었던 단풍잎 만나듯
꽃 대신 남새 심으며 마지막까지 버티던 집 낮은 담장에
가랑잎 하나쯤 얹혀 있을까?
바람이 일면 빨갛게 곤두서 바르르 떨기도 할까?
첫댓글 어릴적 추억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