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짓는 이야기(7) - 한옥목재
구입
봄에 땅을 사고 토목공사를 하다보니 어느새 가을을 지나 겨울이 왔다.
집을 짓는데 들어가는 목재는 11월 부터 이듬해 2월까지 벌목한 나무라야 한다.
나무를 구하기 위해 강원도와 경북지방을 돌아본 끝에 경북 영주에서 제재소(대영목재)를 경영하는 후배를 만나게 되었다.
한옥에 들어가는 순수 우리나라 소나무를 취급하는 몇 안되는 제재소였는데 규모가 대단했다.
후배는 솔직하고 친절하게 소나무에 관해 이야기해주었다.
그 진솔함에 반해 그에게서 목재를 구입하기로 했다.
대들보, 청판 등 주요 목재는 미리 입고시켜 자연건조시키기로 했다.
나는 목재에 관해 잘 몰라 어떤 목재를 얼마만큼 입고 시켜야할지 몰랐다.
마침 이웃에 있는 한옥학교에서 이기혁 선생을 알게되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젊고 박식한데다 좋은 한옥을 짓겠다는 의욕이 대단하여 그와 함께 일을 하기로 했다.
이듬해 봄에 주문한 목재가 입고되었다.
직사광선을 보게되면 너무 급속히 건조하게 되므로 중고 비계 파이프와 철판으로 창고를 지었다. 이 창고는 임시창고로 목재 건조가 끝나고 나면
다시 고철로 팔면된다. 그렇게 많은 비용이 들지 않았다.
창고는 통풍이 잘 되어야한다.
구조가 간단하면서도 태풍에 날아가지 않도록 튼튼하게 만들었다.
목재창고 속의 이 목재들은 최소한 1년 이상 자연건조시킬 예정이다.
너무 빨리 건조하지 않도록 창호지를 붙였다.
<덧 붙이는 이야기> - 한옥과
나무(1)
삼십대 중반에 시작했던 무모한 도전은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에야
춘화원이라는 한옥으로 결실을 보았다.
세 칸 초가에서 태어나, 반지하 월세,전세
주택,회사 아파트,전원주택 생활을
두루 거쳤으니 요즘 많이 짓는 주상복합인가 하는 것 빼고는
모든 주택생활을 거의 다 해본 셈이다.
얼마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한옥은 참 좋은 집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가장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숨쉬는 집이라는 것이다. 모든 목조주택이 다 그렇듯이
나무로 된 집은 쾌적하기 이를 데 없다.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나무가 습기를 품고, 겨울에는 그 습기를 내어 놓으니 사람 살기에 가장 적합한
습도를 저절로 맞추어 주는 것이다.
더구나 전통한옥은 땅으로부터 지붕(초가,기와)까지공기가 통하는 집이라 할 수 있으니
좋을 수 밖에.
나무
보관창고. 나중에 고철로 재활용하기
위해 각기둥과 철판으로 지었다.
환기를 위해 아래 위를 틔웠다. 나중에 나무가
어느 정도 건조된 후 다시
막았다.
곰팡이
때문에 앞쪽을 막지 않았다. 햇빛이 너무 들어 창호지를 발랐다.
나무창고는
나중에 작업장으로 쓴다. 치목은 주로 겨울에 하므로 추운 바람을
막아주어 일하기 좋은 공간이 된다.
화재예방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한다.
작업하다보니 좁아서 천막을 덧
쳤다.
이렇게 보면 한옥에서 가장 중요한 자재는 나무와 흙이라고 할 수 있는데, 흙은
누구라도 쉽게 좋은 흙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으니 나무에 관한 얘기를 해본다.
춘화원은 나무(목재)를 제재하여 일 년동안 자연건조시켜서 썼다.
요즘 대부분 건조시키지 않고 짓는 경향이 많다. 특히 주택업자에게 평당 단가를 정해
도급으로 주는경우, 목재건조에 들어가는 비용의 절감과 공기 단축을 위해 일년 이상 건조시키는 경우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거의 없고,
증기로 쪄서 쓴다. 그나마 쪄서 쓰는 경우는 다행이지만,......심지어 덜 마른 나무를 사용해야 짜여진 상태에서 건조되므로 덜 갈라진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 업자가
이익만 생각하면 좋은 한옥을 지을 수 없다.
적은 비용으로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면 참 좋은 일이 아닌가??
만약 춘화원을 다시 짓는다면 삼 년은 건조시키고 싶다.
또, 목재에 관해 더 공부해서, 목재의 선별과 건조시키는 방법을 좀 더 잘 할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나무를 사기 전에 한옥 목수를 먼저 정해야
한다.
좋은 집은 좋은 목수가 짓는다.
설계도 목수하고 의논하고, 목재구입과 제재,보관에 관하여 목수와 많은 상의를
해야한다.
우리 집을 지은 정 목수는 "건축주가 70%, 목수가 30%"라 하지만, 나는
"목수가 90%, 건축주가 10%" 집을 짓는다고 생각한다.
한옥과 나무(2)
한옥을 지어보니, 가장 신경써야할 부분이 나무(목재)구입과 건조,보관이다.
나는 나무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렇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옥과 나무(1)편에서 건조,보관에 관해서 썼으므로, 구입에 관한 의견을 쓰려한다.
한옥은 대부분 소나무로 짓는다.
맨처음 결정해야할 문제가 수입나무로 할 것인가, 국산나무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
가격으로 따지면 수입나무, 품격으로 따지면 우리 소나무가 좋다.
춘화원은 일부를 제외하고 전부 우리 소나무로 지었다.
처음 계획으로는 비용만 따져, 수입 소나무로 하려고 했다. 그런데 정 목수와 의논해보고, 제재소에 가보고, 짓고 있는 집에 가보고, 결국
우리 소나무로 결정했다. 그 때 정목수의 의견을 따랐던 것은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개판등 일부 부재는 수입나무를 썼다.
우리나라 소나무는 목질이 부드럽고 강하며, 색상과 향이 좋다. 특히, 갈라짐이 적고 부식에 강하다.
물론 수입나무도 좋은 것은 가격도 비싸고, 우리 소나무 보다 더 좋은 것도 있다고 한다.
요즘 수입나무가 많고, 종류도 많아서 초보자가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좋은 목수를 만나야 하는 이유이다.
소나무 중에서도 좋은 나무를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단면에 나타나는 나이테와 색깔로 구별할 수 있다. 이것은 초보자도 쉽게 알 수
있는데, 나이테가 조밀하고 고를수록, 붉은 부분(심재)이 많을 수록 좋다고 한다. 소나무의 이름은 지역,모양에 따라 명칭이 다양하게 붙는데,
우리가 아는 금강송,춘양목은 강원도,경북북부 지역에서 나는 나무중에서도 위 두 가지 요건을 갖춘 좋은 목재라 한다.
금강산 일대에서 많이 자생하여 금강형 소나무라 이름이 붙었고, 서울 근처에서는 춘양역이라는 곳에서 이 나무를 많이 집적하여 춘양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소나무에 관해 모르면 좋은 목재를 구하기 어렵다. 나는 나무에 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 부분을 매우 걱정했는데, 다행히
후배가 경영하는 제재소를 알게 되어 믿고 구입했다.
나무 구입시 또 중요한 것은 약간의 여유를 감안하여 구입하는 것이다.
건조후 막상 치목을 하다보면, 갈라짐이나 구부림이 심하여 사용하기 부적합한 목재가 나올 수 있는데, 이때 여유가 없으면 부랴부랴 생목을
구하여 쓰게 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10% 정도는 여유를 두고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다 할 것이다.
여유있게 구입한다고 해서 남은 나무를 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일을 하다보면 그 나무들도 다른 용도로 쓰이게 되어있다. 정 남으면
나중에 선반이나, 평상, 원두막 등 쓰임새가 있을 것이다.
구입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좋은 나무를 선택하려면 미리 제재소에 부탁하여, 벌목이 시작되는 10월,11월,12월,1월 중에 구입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 보다
늦어지면 좋은 나무도 많이 없고, 자칫 제재,운반 하다보면 우기철에 납품을 받으면, 푸른 곰팡이(청)이 발생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옥에 있어서는 목재의 구입과 관리가 가장 중요하므로, 나의 경험으로는, 목수를 일찍 정해서, 같이 상의하여 믿고 맡기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돈만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면 십중팔구 갈등이 생기게 되고, 결국 갈등속에 지은 집이
편안한 집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집은 좋은 마음으로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나무로, 좋은 집을 지으려면, 나무준비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우선 시골에 노는 땅이 많으니 싸게 빌려서, 공기가 잘 통하는 구조로 하우스를 짓고,
목재를 제재해서 삼년동안 보관하면 좋을것이다.이때 검은 차광막을 쳐서 햇빛이 안들어가게 해주고,하우스에 넣기 전에 비와 눈을 충분히 맞고 한번쯤
겨울을 보낸 후 넣으면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다. 하우스는 가급적 크고 높게 지어서 지게차가 들어갈 수 있게 하면 좋다. 나무를 자주 뒤집어 줄 수록 좋은데, 보와 같은 큰 나무는 무거워 지게차를 쓸 일이 있게 마련이다.
나무의 적재방법도 참 중요하다. 받침목을 잘못 괴면 휘어질 수 있다.
장여,도리등 긴 부재는 휘어지면 못 쓴다.
대들보는 크고 두터워 빨리 건조되지 않는다. 겉은 말라도 속은 마르지 않으므로 나중에
갈라질 위험이 많다. 춘화원은 대들보를 천천히 건조 시키기위해 창호지로 감싸기도 했지만,일년동안 갈라지지 않았던 나무가 집을 다 짓고나서
보일러를 때고 집을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일부 대들보는 갈라지기도 했다. 나무는 갈라질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집 짓는과정보다 준비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돈을 많이 들여 해결하려면 더 좋은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돈을
적게 들이면서 집을 지으려면 결국 건축주와 목수가 머리를 맞대고 현실에 맞는,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