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혀 놀리지 않겠다
개그맨 지상렬 씨가 TV 예능프로그램인 <도시어부2>에 출연해 돌돔을 잡지 못한다면 눈썹을 제모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공개 사과했습니다.(2020.11)
지상열 씨는 돌돔을 낚는데 실패했음에도 그의 공언과는 달리 눈썹을 제모하지 않아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습니다. 시청자를 향한 그의 사과 발언입니다.
“제가 너무 입이 앞섰고 능력치를 몰랐습니다. 함부로 혀를 놀리지 않겠습니다.”
사람의 세치 혀는 무한 능력을 지녔습니다. 보약과 같은 말을 쏟아내 주변 사람들의 힘을 북돋을 수도 있고, 독약과 같은 말을 내뱉어 주변은 물론 자신까지 파멸에 이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함부로 내뱉은 말은 순식간에 너무 멀리 날아가 제 자리로 돌아올 수가 없습니다.
탈무드의 랍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한 랍비가 하인을 불러 시장에 가서 맛있는 것을 사오라고 심부름시켰습니다. 시장에 간 하인은 ‘혀’를 사갖고 돌아왔습니다. 이에 놀란 랍비가 이번에는 아주 싼 음식을 사오라고 시켰습니다. 그러자 하인은 이번에도 ‘혀’를 사갖고 돌아왔습니다.
랍비가 이상하게 여기곤 하인에게 물었습니다. “맛있는 것을 사오라고 해도 혀를 사오고, 값이 싼 음식을 사오라고 해도 혀를 사오니 도대체 이유가 무엇이냐?” 이에 하인이 대답했습니다. “혀가 좋은 것일 때에는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없지만, 나쁜 것일 때는 그 이상 나쁜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에 관한 일화입니다.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그가 라이벌인 더글라스(Stephen Arnold Douglas) 상원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섰습니다. “링컨은 말만 그럴듯하게 한다.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는 얼굴과 뒤에서의 얼굴이 너무 다르다.” 더글라스 의원은 링컨이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고 맹공격했습니다.
이에 대해 링컨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여유 있게 되받아 쳤습니다. “거참, 여러분 제가 정말로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면 왜 이렇게 못생긴 얼굴을 갖고 나왔겠습니까?” 세치 혀에서 가출한 말은 쓰임새에 따라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유명 커뮤니케이터 샘 혼(Sam Horn)의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에 나오는 ‘하지만’과 ‘그리고’에 대한 사용법입니다.
“문서를 훌륭하게 잘 만들었네. 하지만 여기에 이런 질문 하나 더 넣어주면 어떨까?”, “문서를 훌륭하게 잘 만들었네. 그리고 여기에 이런 질문 하나 더 넣어주면 어떨까?” 부정의 접속어 ‘하지만’은 칭찬까지도 비판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긍정의 접속어 ‘그리고’는 비판까지도 칭찬으로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어떤 말을 할지는 오로지 자신의 몫입니다. 지혜롭게 혀를 놀리면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지만, 어리석게 혀를 놀리면 세상만이 아니라 제 몸까지 베고 맙니다. 가시 돋친 말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만 비수(匕首)를 꽂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치명상을 입혀야만 만족해합니다. 그래서 혀를 ‘입안의 도끼’라고 말합니다.
행복의 씨앗과 불행의 씨앗,
말의 씨는 뿌린 대로 거둡니다.
세상을 비틀어보는 75가지 질문
Chapter 4. 더 부드럽게, 더 강하게, 마치 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