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책방 천일야화>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로 잘 알려진 저자 ‘백창화’의 이야기이다.
산문 같기도 책방의 일기 같기도 한 이 책은 숲속작은책방이 20년 넘게 괴산에서 책을 팔아오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책과 같이 얘기 해준다. 80권가량의 책을 언급 또는 직접적으로 소개하면서 그 책에 얽힌 책방의 사연들을 오밀조밀하게 말해주는데 내가 책방의 주인이 되어서 사람들과 책을 읽고 같이 나누고 있다고 착각하게 할 정도로 거의 소설 급의 몰입감을 주는 책이다.
숲속작은책방에 직접 와보면 알겠지만 책방의 가장 예쁜 곳이라면 단연코 마당의 정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잘 갖춰져 있는 예쁜 풀들과 꽃들, 아기자기한 오두막, 해먹이 어울려져 신비로운 비밀정원의 느낌이 만들어진다. 저자는 마당에 있는 정원이 헤르만 헤세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에서 말한 것처럼 정원, 그곳은 ‘영혼이 쉴 수 있는 곳’ 임에 틀림없다고 말한다. 아파트에서 이 책을 읽었으면 작가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했을 거지만 정원에서의 힘들 일을 하고 난 뒤의 작가의 글귀는 정말 많은 생각을 들게 할 것 같다. 이렇듯 책을 읽을 때 보는 것만이 아닌 느끼면서 책을 접하면 훨씬 깊이감 있고 마음속에도 푹 적셔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바로 책에 푹 빠져 있는 마음이었다. 이 사람이 정말 책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온라인 시대에 빠져 있는 우리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 여러 매체에 마음을 빼앗겼지만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지는 않다. 이런 온라인 시대에 계속해서 책방에서의 일을 꾸준히 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방이 동네 구멍가게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한다고 한다. 적든 많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언제든 찾아오는 변하지 않을 그런 구멍가게와 같은 존재. 이런 마음가짐 때문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우리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책을 통해서 만난 사람들과 책을 통해서 소통했다는 것이 성덕(성공한 덕후)의 삶을 사는 것 같아서 부럽기도 했다. 나도 저렇게 나의 일을 의미 있게 생각하고 재미있게 살고 싶다.
숲 속 작은 책방의 책방지기와 같이 책을 읽고 나누며 책을 통해서 사람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필히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첫댓글 오오....멋진 후기, 너무나 고맙습니다.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누구나 그렇듯이 어른이 된 나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게될까를 많이 생각했어요. 여러 가지 꿈과 미래를 그려봤지만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평생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였어요. 위대한 문학 작품을 남기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지요. 지금 그 꿈은 이루지 못하고 도서관 관장에 이어 서점 주인이 되었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고 있으니 꿈의 절반은 이룬 셈일까요? 인턴 님도....어떤 일을 하든, 어떤 직업을 갖게 되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곁에 두고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삶을 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