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경 / 코끼리 아저씨와 곰씨 이야기
2016년 10월 12일 발제 신정욱
‘문발리 헌책방 골목’에서
작가 소개 : 노인경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하고 이탈리아로 건너가 순수미술을 공부했다. 『고슴도치 엑스』『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책청소부 소소』 『기차와 물고기』 『너의 날』을 쓰고 그렸으며 동시집 『달에서 온 아이 엄동수』 『엄마의 법칙』 『삐뽀삐뽀 눈물이 달려온다』 『맛있는 말』에 그림을 그렸다. 『책청소부 소소』로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2012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로 2013 브라티슬라바국제원화전시회(BIB) 황금사과상과 스위스 Petits mOmes상을 수상, 『고슴도치 엑스』가 2015 화이트 레이븐에 선정되었다.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 몹시 힘든 길이었지만,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휴우~-
가뭄이 들어 오아시스가 말라 버리자 코끼리 아저씨 뚜띠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물을 길으러 간다. 양동이 가득 100개의 물방울을 싣고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을 향해 자전거 페달을 밟는 뚜띠.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순탄치 않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그리고 울퉁불퉁한 길을 가는 동안 물이 한 방울 두 방울 증발하거나 양동이 밖으로 떨어진다. 유령이 나올 것 같은 동굴을 지날 때나 커다란 어미뱀의 위협을 받을 때는 겁 먹어 부들부들 떨기도 하지만 목마른 개미떼를 만나서는 통 크게 귀한 물을 나눠주기도 한다. 절벽에서 떨어지고, 키 큰 기린에게 물을 도둑맞기도 하면서 100개 물방울은 바닥이 보일 정도로 줄어들고, 마지막 남은 몇 개의 물방울들마저 새떼가 물고가 버린다. 아이들에게 전할 물방울이 하나도 남지 않았을 때 뚜띠의 표정은 애처롭기 그지없다. 하늘이 도운걸까, 시원한 빗줄기가 내리고 뚜띠는 다시 양동이 가득 물방울을 이고 기다리는 아이들과 만나게 된다. 책의 마지막 구절처럼, 물 길으러간 코끼리 아저씨 뚜띠의 귀갓길은 몹시 힘들고 험난했지만 무사했다.
『코끼리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은 보기 힘든 픽셀아트 그림책이다. 주인공인 코끼리와 코끼리가 타고 가는 자전거를 제외하고는 모든 사물들이 픽셀로 이루어져 있다.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픽셀들이 쌓여 나무를 만들고, 수풀을 만들고, 개미와 벌을 만들고, 키 큰 기린을 만들고, 시원한 빗줄기를 만든다.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픽셀들이 상황과 분위기에 어울리게 쓰여 또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새, 낙타, 원숭이, 코끼리, 토끼, 뱀, 나비까지~ 자세히 보면 보이는, 뚜띠의 귀갓길에 불쑥불쑥 나타나는 동물들 찾아보는 즐거움도 한몫한다.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키려는 작가의 노력과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인간이기에 부족하고 나약한 부분도 있겠지만, 자식 앞에서는 언제나 크고 당당해지길 바람하는 우리 아버지들. 험난하고 힘든 바깥세상이겠지만 나 오늘 이렇게 힘들었다고, 구차하게 늘어놓지 않으며 “아빠 왔다!” 한마디로 태연히 귀가하는 아버지. 당신은 어쩌면 진정한 슈퍼맨일 수도 있다. 자식된 입장에서의 뭉클함과 두 아이의 부모된 입장으로서 백배 공감되었던 책. 또 우리집 코끼리아저씨인 남편을 돌아보게 되는 마음이 긴 여운을 남겼던 책. 부성애를 다룬 그림책이 귀하다보니 더 눈에 띄고 특별하게 다가온 지도 모르겠다.
곰씨의 의자
주인공은 긴 의자에 앉아 시집을 읽고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듣는 '곰씨'다. 어느 날 커다란 배낭을 멘 토끼가 그 앞으로 지나고, 친절한 곰씨는 지쳐 보이는 토끼에게 의자 한켠을 내준다. 자신을 탐험가라고 소개한 토끼는 곰씨에게 그동안 겪은 모험담을 들려주고 둘은 곧 친구가 된다. 탐험가 토끼는 결혼해 아이들을 낳고 토끼 가족은 계속 곰씨 곁을 맴돌며 의자를 다 차지해버린다. 점점 쉴 곳이 사라진 곰씨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갖은 방법을 동원해보고 꼼수를 부려보지만 매번 실패, 그러는 사이 곰씨의 의자는 토끼 가족들의 놀이터와 같은 공간이 돼버린다. 결국 곰씨 최후의 방법은, 솔직하게 말하는 것!!!
노인경 작가의 2년 만의 신작이라 반갑기도 했지만, 인간관계가 늘 어려운 나에게 꽤나 울림이 있었던 책이다. 우리는 상대방과의 관계가 멀어지거나 깨질까봐,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까봐 ‘좋은 게 좋은거다’ 하며 내 의자를 양보할 때가 많다. 그러다보면 곰씨처럼 휴식같은 내 자리가 없어지기도 하고 상대방에 대한 좋은 감정마저 퇴색되기도 한다. 상대방을 밀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잘 지내보려고 하는 노력으로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건 어떨까. ‘착한아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정확하게 내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결국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 아닐까. 곰씨의 솔직한 고백 이후에 토끼들과 더 평화로운 오후를 즐기는 마지막 장면에서 보듯이.
첫댓글 많은 이야기와 생각해볼것이 많은 시간이었어요~~ 좋은책 소개해줘서 고맙습니다~~^^
가을볕, 가을 바람, 가을 꽃.....가을 소풍...
분명 계획은 가을을 듬뿍 느끼고오자는 것이었는데...
우리 넘 열심히 공부만 하고 온 것 같아요.ㅎㅎ
정욱씨의 섬세한 감성과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어서 참 좋았습니다~~^^
책 한권으로 나눌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아 참 좋았답니다~ 멀리까지 가서 주변을 둘러보지못해 아쉬움이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