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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학명
위성류과 |
Tamarix chinensis |
중국 대륙의 중북부에 있는 산시성의 성도 시안(西安)에서 동북으로 약 2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셴양(咸陽)이란 옛 도읍지가 있다. 지난날의 이름은 위성(渭城)이며, 진시황이 천하통일을 한 후 수도를 삼았던 곳이다. 이후 진나라가 망하고 한나라와 당나라를 거치면서 바로 옆의 시안이 융성하여 위성은 차츰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위성에 아침 비 내려 먼지를 씻어내니
객사의 버들잎은 더욱 푸러지네
그대에게 술 한 잔 권해 올리니
양관(陽關)을 떠나 서역으로 가면 옛 친구는 아무도 없어지네
중국 당나라 때의 유명한 시인 왕유가 친구와 이별하면서 지었다는 〈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라는 유명한 시다. 이 시의 내용처럼 위성에는 버들을 많이 심은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이 버들이 과연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수양버들인지는 잠시 망설여지게 한다. 왜냐하면 생김새가 비슷한 위성류라는 ‘짝퉁 버들’이 있어서다.
위성류는 키 5~7미터에 보통 지름이 한두 뼘 정도 자라는 갈잎나무다. 얼핏 보면 가지가 늘어지는 수양버들과 비슷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버들과는 인연이 먼 식물임을 금세 찾아낼 수 있다. 우선 잎이 잘 보이지 않고 가지가 수없이 갈라지며, 어린가지는 실처럼 가느다랗다. 버들도 흔히 우리가 세류(細柳)라고 할 만큼 가는 가지를 갖지만 위성류에는 미치지 못한다.
식물분류학이란 학문을 알지 못했던 옛 시인들은 머리 썩힐 일 없이 위성류를 간단히 버들 종류에 넣었다. 그래서 위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버들이란 뜻으로 ‘위성류’라고 부르게 된 것 같다. 그러나 정작 중국 본토에서는 위성류라고 부르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정류(柳)라고 하며, 우리의 《물명고》에도 같은 한자를 쓰고 ‘당버들’이란 한글명을 병기했다. 다른 이름으로는 비를 내리게 하는 신이란 뜻으로 ‘우사(雨師)’라고도 한다. 중국 최초의 백과사전인 《이아》에는 “위성류는 비가 내릴 기색이 있으면 생기가 돌고 가지가 뻣뻣해진다”라고 했다. 위성류의 영어 이름은 타마리스크(Tamarisk)로, 잎갈나무를 일컫는 타마락(Tamarack)과 거의 철자가 같다. 두 나무 모두 노랗게 물드는 가을 단풍의 모습이 비슷하여 유사한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타마르 강 유역에 많이 자라서 생긴 이름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 나무의 여러 가지 특징 중에 하이라이트는 잎이다. 향나무의 비늘잎처럼 2밀리미터 남짓한 작디작은 잎이 겹쳐지면서 가느다란 가지를 감싼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녹색 가지로 보일 따름이다. 이는 건조지역에 자랄 때 쓸데없이 잎을 넓게 펼쳐 수분이 달아나는 것을 막아보자는 설계다. 분명히 잎이 넓다는 뜻의 활엽수에 들어가는 나무인데, 아무래도 잎 모양만 봐서는 바늘잎나무인 것처럼 보인다.
꽃은 늦봄과 여름에 두 번 핀다. 연분홍의 작은 꽃이 어린가지 끝의 원뿔모양의 꽃차례에 핀다. 그러나 꽃대가 옆으로, 혹은 밑으로 처지므로 오히려 이삭모양의 꼬리꽃차례 모습이다. 봄에 피는 꽃이 여름 꽃보다 약간 크지만, 열매를 맺지는 않는다. 여름 꽃은 10월경에 마른 열매로 익고 씨에는 작은 깃털이 있다. 버들처럼 물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라지만, 건조한 곳에서도 어렵게나마 자라기도 한다. 사막의 오아시스에서도 흔히 자란다고 한다. 소금기에도 강하므로 바닷가나 해안 매립지 등에도 심을 수 있다. 그래서 ‘솔트시다(salt cedar)’라는 다른 이름을 갖기도 한다.
위성류는 잎이 떨어진 나목의 모습은 엉성하고 볼품이 없다. 잎이 나오고 꽃이 핀 이후에도 아름답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나무의 모습이 독특하여 여기저기에서 정원수로 심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