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장비와 복장을 갖추었으니 23시까지 출발 시간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이번 대회는 작년처럼 공격적인 레이스가 아닌 내달에 있을 지리산 화대종주의 13시간 이내의 완주를 위한 준비의 과정으로 삼았다. 얼마 전 알리에서 구입한 저렴한 울트라 베낭에 집에서 준비한 BCAA를 탄 1L 물주머니를 넣고 호스를 이용하여 물을 보급하고 아리수는 이용하지 말자는 대회전의 계획이었다.
ⓒ 출발 초반
지금까지 해피레그 울트라 마라톤(50K) 세번의 완주를 하면서 대회를 경험하였지만
모두가 전반에 시간을 벌어 놓고 후반에 다 까먹는 전형적인 초보 고스톱판 레이스인 '첫끗발이 개끗발' 인 레이스를 전개하였었다.
생각하여 보니 폐착의 원인은 '물' 이었다.
해피레그 울트라 마라톤(50K)은 대회의 특성 상 중간에 급수대가 따로 있지 않고 25km 지점인 반환점에만
수박화채와 음료를 제공하는 CP(Check Point)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러너들이 출발전 주최측에서 지급하는 500미리 생수병을 가지고 달리다가 10km 이후 물을 다 소진하고 가지고 달리던 빈 생수병마저 거추장스러워 버리고,
반환점 CP에서 새로운 500미리 생수병을 기대하지만 반환점에서 해피레그 울트라 마라톤은 500미리 생수병을 지급하지 않는다. 따라서 반환이후 울트라배낭등으로 자체 수분을 공급하지 않는 러너들은 한강 곳곳에 있는 아리수를 이용하게 되는데 이게 힘이 부치는 후미로 갈수로 걷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번에 처음 사용한 울트라 배낭의 사용 느낌은 울트라에서는 당연하고 필수적인 장비라는 생각이 들고도 남았다.
일반 배낭을 이용하여 달리었던 3년전 에는 배낭이 달릴때 마다 좌우로 흔들리어 매우 불편하였지만 울트라 배낭은 몸에 착 감기는 느낌이 있고 무엇보다 러닝 중 전혀 흔들림 없이 몸과 일체가 되어 달리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특히 물을 배낭에 가지고 달리다가 필요시 호스를 통하여 보급하니 시간적으로 얼마간의 세이브 효과도 있어
울트라 장비의 중요성을 세삼 알수 있었된 대회였다는 생각이다.
울트라 배낭 1L 물과, 대회 주최측에서 공급하는 500M 생수병은 배낭의 좌측앞의 포켓에 장착하고, 스포츠젤과 젤리, 스마트폰을 들고 초반 출발을 하였다. 습도가 엄청높은 주로는 금방 땀으로 온몸을 적시어 주었고, 태풍의 뒷자리라 바람도 제법 불어 모자가 다소 불편하다는 느낌이었다.
초반 5km를 넘어서면서 부터 간간히 빗방울이 약하게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2~3km 부터 대여섯분의 러너들과 무리를 이루어 달리었는데 페이스를 km당 5분의 페이스로 달리고 있었다. 2열을 이루어 달리는데 서로 말은 없지만 4분 후반과 5분 초반의 고른 페이스를 유지하여 달리고 있었다.
반포대교쯤에서 소나기가 한차례 내리니 한강의 피서객들이 그때부터 일제히 귀가하고 작년에 비하여 인적이 드물어 대단히 조용한 한강의 주로가 이때부터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11km 넘게 까지 이분들과 호흡을 맞춰 달려 나갈 수 있었다.
그 이후 앞서 두번째열에 달리시던 한 분이 더 이상 페이스를 맞추기 못하겠다고 동료주자에게 얘기하고 후미로 빠지면서
대열이 산개되기 시작하였다.
여기서부터 잠실까지 구간은 아리수 급수대가 없는 구간인데 일반적으로 1차 고비가 될 수 있는 구간이다.
울트라 배낭의 급수 호스를 이용하여 필요시마다 조금씩 물을 마시고 달리었다.
레몬맛의 BCAA를 탄 물은 상큼한 느낌도 주었고, 무엇보다 달리면서 간단하게 마실 수 있다는게 좋았다.
한강주로에 사람들은 적었지만 이번 대회는 젋은 연령층의 크루응원단으로 보이는 무리를 몇몇 볼 수 있었다.
울트라트레일 마라톤 주로에서 응원하는 갤러리와 일반 마라톤 대회의 갤러리의 차이점은 응원도구로 구별이 된다.
울트라트레일 마라톤의 응원은 소의 목에 메다는 종인 워낭을 들고 응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울트라 트레일 러너들에게 꿈의 대회이기도 한 UTMB (Ultra-Trail du Mont-Blanc, 170km 거리의 몽블랑산맥의 달리는 대회)의 주로에서는 산 중턱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이 흔히 들고 흔드는 워낭소리가 이색적인데
이번 해피레그 야간주로에서 워낭을 들고 응원하는 분들의 모습이 다소 이색적이고 반갑기도 하였다.
한강물이 탄천과 합류하는 잠실구간을 접어들면서 부터 비릿한 물냄새가 심한 구간이었다. 여전히 탄천의 주차장을 이용한 자동차 극장에서는 작년대회 처럼 영화가 상영이 되고 있었고, 이번에는 동물의 왕국 비슷한 사자들이 등장하는 화면으로 보아 한창 유행인 라이온킹이 상영되고 있는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이후부터 반환점까지는 홀로 달리는 구간이었다.
빗방울은 간간히 내리긴 하였는데 이대로 계속 맞다간 휴대폰이 침수될 수 있어서 가방에 넣고 달리었다.
암사 언덕을 힘겹게 올라 언덕 중턱쯤에 있는 반환점에 2시간 9분여 만에 도착하였다. 작년보다 10분여 늦은 도착이다.
ⓒ 반환점 직전 암사언덕 업힐구간
하지만 반환점에서 충분이 10분이상 보급과 휴식을 하다고 생각하였기에
천천히 반환하여 반환점 인증샷을 찍고 수박과 물을 보급하였다.
1L를 넣어온 물 주머니를 보니 반정도 소모를 하였고 나머지를 추가 보충을 하고 배낭을 다시 정비 하였다.
충분히 반환점에서 10분이상 쉰다고 계획 하였는데 지금보니 5분정도 있다가 출발을 하였다.
ⓒ 반화점 CP 25Km 지점
반환점 이후 언덕을 내려오는데 지난번 동아마라톤 서브3 프로젝트를 함께 하신 마하님이 올라가고 그 뒤를 얼마 지나지 않아 로운리맨님이 올라가고 있었다. 언덕을 내려와 한참을 지나는데 별안간 반대편 주로에서 나의 닉네임을 부르며 '샤콘느 형님 화이팅!' 하며 지나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지 확인은 못하였지만 그 확인을 못한 이유로 오늘은 보이지 않는 저 목소리 때문에 '쉽게 타협하고 걸어서는 않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환하는 주로는 이제 비가 확실하게 내리는 주로가 되어 있었다.
빗속의 우중주는 해마다는 아니지만 간간히 만날 수 있는 해피레그 마라톤의 매력중의 하나이다.
빗물에 노랗고 하얗게 반짝이는 한강 가로등의 불빛을 보며 심야를 달렸던 기억은 대회가 아무리 힘들었을지라도 지나서 생각하면 해피레그 대회를 통하여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여름의 추억이 된다.
그래서 또 이듬해가 되면 다시 참가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 올림팩 대교 야경
반환주에서는 음수대를 세번정도 이용하였다.
얼굴에 물을 적시기 위해 두번 그리고 배낭에 물을 보급하기 위하여 동작대교 전 마지막 음수대에서 한번.
갈때는 배낭에 준비한 1리터의 물을 모두 마시지 않았지만, 올때는 1리터의 물이 부족하였다.
마지막 아리수 음수대에서 물을 추가로 보충을 하는데 한 분의 러너가 와서 물을 마시는것을 볼 수 있었다.
'웃으면서 힘드시죠 다 왔네요...' 하니 얼마간 대답을 하지 않다가 하는 말이
'이 걸 왜 한다고 했는지 모르겠네요.' 한다. 그리고는 먼저 일어나 '먼저 갑니다 화이팅 하세요' 하고 달려 나간다.
급수를 마무리 하고 남은 5km 정도의 거리는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구간이었다.
앞서 음수대에서 물을 보급하고 달려나간 주자는 자가무급수를 하지 않는 러너였고 금방 추월할 수 있었다.
이후 노량대교 구간을 비롯하여 마지막 구간까지 저속의 러너들을 간간히 추월을 하며
가민이 1km 마다 삐~하는 신호와 진동을 울릴때 마다 5km 남았다. 4km 남았다를 외치며 빗속을 달려 나갔다.
5분30초 에서 40초 내외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마지막 주로를 달리는네
힘은 없지만 지쳐 걸어야 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수분의 지속적인 보급의 힘이라는 생각이다.
길었던 주로도 멀리로 63빌딩이 보이고 2km 정도를 남기는 구간이다.
마지막 구간이라 그런지 걸어가는 러너들이 점점 더 보이게 되었다.
잠실에서 부터 여의도 방향을 화살표로 가리키던 빗물의 자전거 도로에 대회 시작점이자 피니시 라인을 의미하는 이정표가 보였다.
'마포대교 1km'
이제 1km 남았다. 지금껏 49km를 달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앤디 처럼 비오는 하늘을 보고 '끝까지 걷지 말자..!' 하고 외치며
남은 1km를 철퍽거리며 달려 나갔다. 얼마를 지나니 멀리로 마포대교가 보이고 아래로 유도 요원의 경광등과 함께 붉은색 레드카페로 진입하라는 목소리가 들린다.레드카페를 밟아 마지막을 달려 해피레그 울트라 네번째 우중주로를 완주 하였다.
ⓒ 결승점 레드카펫 구간
ⓒ 우중주의 완주 2019 해피레그 울트라
기록은 4시간 44분.
이번대회는 내달에 있을 지리산 화대종주 무박 트레일런 대회를 대비하여 참가하였기에 전구간 걷지 말자고 다짐을하고
빗속을 달려 완주하였다.
사전에 코스를 예측하고 이미지 트레이닝 하여, 저마다의 방법으로 당일의 레이스를 풀어가는것이 울트라 마라톤의 매력인데 이번대회는 울트라 대회는 울트라대회 처럼 대하여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대회였다.
해피레그 울트라 마라톤대회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 언제인줄 아는가?
후반의 마지막 15km 10km 가 남은 그 시간보다 개인적으로 완주와 동시에 기념촬영과 배번확인 후 기록증을 받기 위하여 싱글렛에 부착된 배번을 제거하는 순간이다. 기록을 담당하는 스탭분에게 '해피레그는 기록증 수령시간이 가장 힘들어요..' 하니 웃으며 기록을 기록하여 주신다.
ⓒ 해페레그 자원봉사 스탭
매번 참가할 때마다 알찬 대회를 만들어 주신 주최측 해피레그 자원봉사단체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이번 대회는 반환점에서 자원봉사분에게 반환점 깃발 앞에서 사진촬영을 의뢰하였더니
겸연쩍은 표정으로 '제가 제 할일이 있어서 사진을 찍어 드릴수가 없습니다.' 하시는 분도 계시었다.
이내 다른 자원 봉사자분이 촬영을 하여 주셨는데,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이 대회를 만들어 주신 해프레그에게 PB달성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일년에 한번 한 여름밤의 꿈같은 대회의 해피레그 마라톤의 시간에 쌩유..
ⓒ 기록증과 특색있는 완주메달 (경주마 편자)
ⓒ 대회 현수막 (모든 참가자 이름과 소속 표시)
첫댓글 이번 대회 날씨도 역대급이였는데 후기도 역대급이였습니다. 후기만 봐도 두근거리네요.ㅎㅎ 내년엔 참조하여 좀더 발전적인 대회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첨 참가하였지만 후기를 읽어보니 다시한번 현장감이 새록새록하네요 내년에 참가하시는분을 위해 수기 정말 잘썻네요
아리수물을 중간중간 보충하려고 뛰다 서다 하니맥이 끊기는감은 없지않아있습니다
와...정말 집앞 나서는 순간부터 기록증 받는 순간까지 함께한듯 합니다. ㅎㅎㅎㅎ
운영스태프들은 이미 1주일 전에 50Km를 뛴 터라
중간중간의 화려함은 없었으나 주로에서 느끼는
특히 열기와, 더위와 피로와 졸음,
그 모든걸 이겨내고 한강을 바라보면서 여의도로 들어설때의 그 느낌은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후기 실감나고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름을 잊지도 않겠습니다
불빛등 착용등 사전에 전달하는것도
초보자러너들에게 좋은것같습니다.
해피레그울트라마라톤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