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청주청원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2차 기행 **
날짜: 2018. 7. 24
장소: 안성 칠장사, 괴산 홍명희 생가, 괴산 만세운동비, 제월리 홍명희 문학비
청주청원도서관에서는 지난 7월 10일과 17일에 『길 위의 인문학』 2차 강연이 펼쳐졌다. 이번 강연에서는 <공부와 인생>을 주제로 ‘인생의 고수들에게 배우는 삶의 진짜 기술’이었다. 삶의 ‘진짜 기술’이라고? 그 기술은 ‘당당하게 살려면’과 ‘자유롭게 살려면’이다. 우리는 고미숙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소설 『임꺽정』 속 인물들에게서 그 당당함을 보았다. 그리고 길진숙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홍대용, 박지원, 이용휴의 삶의 이야기에서 잠깐이지만 ‘자유로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24일 김해숙 선생님의 안내로 『입담으로 떠나는 임꺽정 문학 기행』을 다녀왔다. 누구보다 당당하게 살았던 꺽정이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들을 수 있는 여행이었다. 또한 김해숙 선생님이 준비해주신 기행 자료집을 같이 읽으니 작품 속 인물들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 중 이 구절에 마음이 갔다.
“당당하게 산다는 것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내가 남에게 고개 숙이지 않고 아무도 내게 고개 숙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기행 자료집)
이 구절을 기억하며 임꺽정과 그 친구들의 삶의 이야기가 있는 『입담으로 떠나는 임꺽정 문학 기행』을 따라가 보자.

연일 최고 기온을 갱신한다는 뉴스, 이날도 아침부터 더위가 장난 아니었다. 하지만 2명의 불참자만 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안성 칠장사로 향했다. 칠장사는 소설 『임꺽정』의 주요 무대다. 꺽정이와 그 친구들의 스승인 병해대사가 머물렀고 죽음을 맞이한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꺽정이와 친구들은 의형제를 맺었다.

봉학이가 종이에 적힌 것을 다 읽은 뒤 그대로 마치기 심심하여 “결의형제 사생동고” 두 마디를 구고로 보태었다 (『임꺽정』 6권, 284쪽)

사실 임꺽정은 조선 명종 때 실제 했던 인물로 경기도 양주 지방의 백정이었다. 임꺽정은 정치적 혼란과 흉년으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황해도와 경기도 일대에서 관아를 습격하고 창고를 털어 빈민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 인물이 벽초 홍명희 선생의 소설에서 의적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럼 이곳 칠장사에 진짜 임꺽정이 머물렀을까? 그건 아니다. 하지만 혜소국사 설화에 따르면 혜소국사가 신통력을 써서 7명의 도적을 거두어 교화했다는 전설이 있다. 이런 설화가 임꺽정과 칠두령 그리고 병해대사의 모티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혜조국사비>
여기서 잠깐!
김해숙 선생님의 『임꺽정』 재미있게 읽는 팁!!!
- 첫 번째,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겠다는 마음을 버려라! 그러다간 1~2편만 읽고 끝난다. 임꺽정은 총 10편인데 1~2편은 역사와 배경 이야기다.
- 둘 째, 「의적편」부터 읽고 마지막으로 1~2편을 읽어라. 그러면 꺽정이와 친구들이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된다.
칠장사로 향하는 내내 김해숙 선생님의 입담이 이어졌다. 어찌나 재밌던지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임꺽정이라는 이름부터 재밌다. 걱정이 되는 아이라서 꺽정이란다.
힘은 천하장사, 제일 꼭대기에 있는 상감이 되겠다는, 무식한 건 공부 안 한 자신의 탓이지만 백정이라고 천대받는 건 못 보겠다는 꺽정. 이런 꺽정이기에 부모는 걱정된다.
꺽정이는 힘도 세지만 말 타는 법, 검을 쓰는 법을 배운다. 또한 병해대사(갓바치)에게 병서를 배웠다. 그것도 이야기로.
“어려운 병서를 이야기로 가르치는 사람도 용하지만 듣고 나는 너는 더욱 용하다.” (2권 227~228쪽)
듣기만으로 병서를 터득하다니! 경청의 힘을 잃어버린 요즘, 자신의 이야기도 할 줄도 모르지만, 남의 사연을 허심탄회하게 들을 줄도 모른다. 임꺽정과 그의 친구들을 보면서 서사와 경청이 하나의 능력임을 알게 된다.

<소설 속 병해대사가 머물렀던 곳> 칠장사 대웅전
따가운 햇볕을 피해 대웅전 옆 그늘에서 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어사 박문수가 걸었던 합격 다리를 건너보고 약수 한 모금으로 더위도 식혀 보았다.

<박문수가 다녔던 합격 다리>

이렇게 칠장사는 『임꺽정』 소설의 인물들과 사건의 역동성이 생생하게 펼쳐지는 곳이었다.
점심을 먹고 『임꺽정』의 작가인 홍명희 선생의 생가가 있는 괴산으로 향했다. 홍명희 생가로 가기 전 역말에 있는 ‘만세운동 유적비’를 보았다. 이곳이 괴산 3.1운동의 시작점이라고 한다. 그 주동자는 바로 홍명희 선생이었다. 그러나 비문에서 그의 이름이 지워졌다 새겨지기를 반복했다. 그 이유는 좌파의 성향이 있고 월북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홍명희 생가’라는 이름이 아니라 ‘홍범식 고택’이라는 표지판으로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괴산 만세유적비>

구한말 시기 조선은 한일합방이라는 큰 회오리를 겪고 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홍명희의 가문도 그랬다. 홍명희의 아버지인 홍범식은 자결로 한일합방의 부당함을 말하지만 할아버지는 친일파로 명성을 날렸다. 또 홍명희는 신간회를 이끄는 주도적 인물이며 독립 운동가였다. 이곳 사랑채에서 괴산 3.1운동에 쓰일 태극기를 제작했다고 한다.

홍명희 생가 터를 돌아보며 전통 양반가의 생활양식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또한 건강한 기운을 받아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생가를 복원 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안타까운 말도 들었다. 그 하나가 생가 앞으로 도로가 지나가는데 그것보다 낮게 복원되어져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찬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생가에서 보면 앞 쪽으로 괴강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도로가 막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리 추구에 빠져 역사의 현장을 외면하는 현재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이번 기행의 주제인 ‘당당하게, 자유롭게 사는 기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입담으로 떠나는 임꺽정 문학 기행』을 마치며 그들에게 배운 삶의 ‘진짜 기술’은?
** 당당하게 사는 방편 **
1. 배우는 걸 좋아하라
2. 우정을 연마하라
3. 유머와 자기 생명력을 키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