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앵무산으로 1.. (순천IC를 나오며)
여수반도의 영산(靈山)으로 불리는 앵무산((鶯鵡山)... 높이 343m다. 예로부터 새머리, 구시머리, 대초머리, 뱀머리, 누에머리, 말머리, 닷머리, 봉머리, 학머리, 여우머리, 닭머리,· 용머리 등 열두 산하(傘下)를 거느려 ‘앵무산 12머리’라 하였단다. 이는 앵무산이 신령스럽고 영험하기 때문일 것이다. 산자락에는 동백나무와 소나무 등 상록 활엽수림과 침엽수림이 함께 분포한다. 앵무산 정상에 있는 연지(硯池)가 있었는데, 비가와도 불어나지 않고 아무리 가물어도 줄어들지 않았다고 하여 이 물로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던 천제단이 있다.
가뭄이 들었을 때 비가 내리기를 비는 祈雨祭... 취무도우(聚巫禱雨)가 생각난다. 이는 흙으로 용신(龍神)을 만들고 많은 무당을 모아 길게는 일주일정도로 비가 내리도록 축원하는 것이다. 심하면 국왕이 직접 근신하면서 참여하기도 하였다. 가뭄이 심하던 1980년대 초... 청소할 물이 없어서 학교 춘계 체육대회 때 가장행렬로 기우제 행사를 하고 또 징계 받은 학생을 동원, 학교 운동장 구석에 샘을 판적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스키장 등 일부에서는 국소적(局所的)으로 눈을 내리게 하고 있으니 천지개벽(天地開闢)할 변화다.
3월 24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도마동까지 자전거로 가서 관광버스를 타는 것이 정석이지만 일찍 나온 관계로 가수원에 가서 탈 생각으로 201번 버스를 탔다. 2㎞의 거리인데 깜빡 졸아 버스는 건양대 병원을 지나고 있으니 하차(下車)하려는 지점을 지나친 것이다. 다시 원점(原點)으로 돌아왔으니 버스는 환승(還乘)이 안 되어 공연히 버스비만 날려버렸다. 건양대 병원 입구 사거리에 있는 육교 아래는 인도가 없어 이곳의 승차는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침부터 오락가락하는지... 까막까막하면 치매가 시작하고 젓가락이 입에 들어가지 않으면 중풍이 시작하고 지팡이 짚고 다니면 내 인생이 아니라는데...
벌곡과 황전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동순천IC로... 가는 길에 구례군 산동면에는 산수유 축제가 한창 열려 노란 물결이 지천을 이룬다. 지리산 나들이 장터에서 시작한 산수유 꽃길 따라 떠난 봄 마중 길은 구산공원, 방호정, 산수유 사랑공원, 수석공원, 번곡공원, 평촌마을을 거쳐 다시 나들이 장터 마을로 돌아오는 4㎞구간... 한 번 쫌 가족이나 연인과 걸어볼만한 코스다. 동순천IC를 나와 국도 17번으로.. 율촌터널을 지나면 여수시다... 하지만 바로 순천시 해룡면 하사마을로 이어지는데 이곳에서 등산이 시작된다.
순천 앵무산으로 2.. (앵무산에서)
오늘 참여 인원은 20명이지만 등산인원은 5명... 나머지는 버스에서 내렸다. 휴게소라도 있었으면... 산악회이지만 산행을 하지 않는 사람을 위하여 대책이라도 세웠으면... 다행히 버스 문을 열어 일부는 그곳에서 쉬고 다른 사람들은 쑥, 미나리 등 나물을 뜯는다. 곳곳에 핀 개나리, 벚꽃, 싸리 등이 많다. 개나리 하니 호주에 사는 교민이 생각난다. 그는 고국을 다녀가는 길에 개나리 가지를 꺾어다가 자신의 집 앞뜰에 심었단다. 이듬해 봄이 되었지만 꽃은 피지 않았단다. 맑은 공기와 따뜻한 햇볕인데도 불구하고 잎만 무성하였단다.
첫해라 그런가 보다 여겼지만 2년째에도, 3년째에도 꽃은 피지 않았단다. 이는 ‘남쪽 땅의 귤나무를 북쪽에 옮겨 심으면 탱자나무로 변한다.’는 남귤북지(南橘北枳)처럼 저온을 거쳐야만 꽃이 피는 춘화현상(春化現象)이었단다. 즉 호주에는 혹한(酷寒)이 없기 때문이란다. 튤립, 히아신스, 백합, 라일락, 철쭉, 진달래 등이 모두 春化現象이 있어야 핀단다. 이는 봄에 파종(播種)하는 봄보리보다 가을에 파종하여 겨울을 나는 가을보리가 수확이 더 많다고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 현실이 매우 어렵고 노력을 해도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더라도 인생의 열매는 마치 가을보리처럼 시련을 거치면서 더욱 풍성해진단다.
이곳에 폐교된 해룡 남초등학교에 대안학교인 ‘사랑어린 배움터’가 있다. ‘대안학교’란 김용기 목사가 창설한 가나안 농군학교처럼 기존의 제도권 공교육 학교와 다른 교육을 통괄해서 지칭하고 있다. 교장선생님은 목사님이고 기숙사 사감님은 스님이란다. 스님과 목사, 이질적으로 만났지만 서로가 정감(情感)이 통하니 같이 운영하고 있을 것이다. 한편 이질적인 만남 하니 정선군에 살고 있는 서울대 음대 출신 첼리스트인 도OO와 법정스님의 애제자(愛弟子)이자 경전 번역으로 유명한 학승(學僧)이었던 돈연스님이 생각난다.
첼리스트에서 된장사업가를 거쳐 지금은 무속인이 되었다는 그녀의 남다른 인생... 10 여 년 전 이곳을 방문하였을 때는 운동장만 한 넓이에 커다란 된장 단지가 즐비하였다. 최근 방송에 의하면 무속인으로 변신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다니 인생의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처음 이 부부의 생활상이 언론에 공개되었을 때 세상을 떠들썩하였다. 인생은 많은 제약에 의하여 내 마음대로 살 수 없다. 하지만 이들 부부처럼 자신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일들을 거침없이 행하면서 삶의 행복을 누리고 있으니 복(福) 받은 인생이다.
순천 앵무산으로 3..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에서)
이곳의 곡고산(穀庫山) 안내판이 있는데 정유재란 때 전쟁에 대비하여 곡식을 쌓아서 穀庫라 하였다고 한다. 순천에서 세금으로 거두어들인 곡식을 저장하는 창고인 해창(海倉)이 이산 아래에 있었다고 한다. 이곳에 검단산성, 순천 왜성 등이 있는 것을 보니 임진왜란 때 격전지였음을 증명한다. 산행에서 내려온 일행과 합류하여 863번 도로를 따라 해룡면 사무소 방향으로...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이 근처에 있지만 길이 없는 모양이다. 순천만을 보호하기 위하여 조성한 순천만 국가 정원 옆을 지난다. 총 34만 평에 나무와 꽃을 식재하였는데 곳곳에 유채를 심어 개화기(開花期)에는 노란 물결을 이룬다.
순천만 국가 정원에 가면 국제습지센터, 한국정원, 꿈의 다리, 호수정원, 한방체험센터, 메타세콰이어 길은 필히 가보아야 할 코스다. 또한 짱뚱어탕, 재첩국 등은 타지에서 맛 불 수 없는 먹거리다. 갯벌, 갈대, 철새의 낙원인 순천만 자연 생태공원에 도착한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습지다. 매표소를 지나 잔디 광장을 거쳐 흑두루미 소망터널로... 사랑의 약속 팻말이 수없이 걸려있다. ‘사랑이란 끝없는 관용으로 이어지면서 언제나 이별의 시간이 오기 까지는 자기의 깊이를 알지 못한다.’는 어느 선각자의 말씀이 생각난다.
체험선 매표소에 도착하니 바닷물이 빠져 체험선 운행이 중단되었다. 무진교를 건너 갈대숲 탐방로를 걸었다. 갈대숲이 펼쳐졌는데 일부는 베어져 황량한 들판이다. 겨울잠을 자는 동면(冬眠) 어류(魚類)인 짱뚱어... 우스꽝스러운 외모로 깨끗하고 건강한 갯벌에서 산다. 갑각(甲殼)에 스마일 문양이 있는 도둑 게... 특이한 이름이 붙여진 도둑 게는 바닷가 민가의 부엌에 들어가 음식을 훔쳐 먹는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이곳의 노을이 멋져 드라마 촬영장으로 활용하고 있단다. 일품(742-5799)식당에서 게장정식을 먹었다.
오늘 여행길... 눈요기도 좋았고 고량진미(膏粱珍味)같은 게장정식을 먹었으니 더 부러울 것이 없다. 여행은 일상의 잡념(雜念)을 없애준다. ‘네 영혼이 고독하거든 산으로 가라’는 어느 성현의 말씀이 생각난다. 7시에 대전에 도착하여 선화동의 추억의 옛집에서(251-8899) 저녁을 먹었는데 지갑이 없어졌다. 호주머니와 가방을 뒤져도 없으니 황량(荒凉)하다. 마침 운전기사에게 연락하니 차안에 있단다. 기사님을 만나기 위하여 허둥지둥... 기사님께 고마움을 느끼며 집에 돌아오니 9시 30분... 이제 침착하게 행동해야겠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좋은글 감상잘~하였읍니다.ㅎ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