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분들과,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하늘도 청명한 시월의 오후...책과, 한 잔 술과, 작가의 만남이 딱 어울리는 그런 가을날입니다.
멀리 제주도에서 귀한 발걸음 내주신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님을 기다리는 많은 분들이 모이셨어요.
저도 작가님은 처음 뵈었는데요...여행 가면 외국어로 말을 시키는 이유를 알 것 같았어요..ㅎㅎ...
건강하게 그을린 그 새까만 검정콩같은 얼굴이라니..ㅎㅎ...너무 활기차고 유쾌한 여행자 모습이셨습니다.
소설이 아닌데, 너무 현실같지 않은 이야기라 그런지 사람들이 자꾸 소설이라 해서 어느덧 소설로 홍보되었다는
"영초언니"....그것은 오롯이 그 시대를 살아간 자신을 포함한 청년들, 민주주의를 꿈꾸었던 시민들의 이야기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느 한 자, 빼놓은 기억은 있을지 몰라도 없던 일을 덧붙인 과장과 왜곡은 없었다는 말씀...본인이 오랫동안 시사지 정치기자를 하셨기에 더 이런 팩트에 기반한 리얼한 글을 쓰셨을 것 같습니다.
행사가 특히 더 의미있었던 것은 감옥살이 동창생들 여럿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점. 무엇보다도 "영초언니" 책에도 등장한
YH노조 신민당사 점거사건의 당사자가 함께 자리해 당시를 증언해준 것입니다.
작가님은 80년대 민주주의는, 학생운동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바로 이 YH 노동자들이 핵심적인 도화선 역할을 해준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당시엔 충격적이었던 노동조합 여공들의 야당 당사 점거농성, 끌어내려지는 과정에서 말할 수 없이 폭력적이었던 잔혹한 진압, 그로 인해 신민당 대표였던 김영삼 대표가 단식농성을 하게 되고 이런 것들이 사회전체를 촉발해 결국은 10,26이라는 비극도 희극도 아닌 사건으로 박정희 독재시대가 막을 내리게 되었다고요.
책방 홍보대사님(아니, 이젠 고문님으로 모셔야 될 거 같습니다만) 김은혜 선생님은 남편 신철영 선생님과 함께 노동운동을 오래 해오셨고, 신철영 님은 그로 인해 고된 옥살이를 경험하시고 김은혜 샘은 아이를 들쳐업고 남편 구명운동에 나서야 했던 치열한 청춘시대를 살아내셨죠.
그리고 또 한 분, 바로 YH 노조 사무장으로 당시 핵심 3인방 중 한 분이었던 박태연 님께서 우연하게도 지금 미루마을에 살고 계셔서 함께 자리하셨어요. 안타까운 것은 노동운동을 너무 열심히 하시고 아마도 감옥살이의 후유증이실까요, 지금 건강이 많이 안좋으셔서 잠시 시골에서 휴양하고 계신다는 건데요. 그분과 한 마을에 있으면서도 사실 이런 상세한 내용까지는 잘 몰랐던 저로서는 새삼스럽게 고개 숙여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이분들의 노고와 정의의 실천 때문에 오늘의 우리가 있는 거니까요.
존경하는 선배님들, 고맙습니다.
정말 너무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60 여 명 넘는 분들이 오신 것 같고, 자리가 없어서 바깥에 계신 분도 계시고, 화면도 보이지 않는 구석에 계시다 중간에 가신 분들도 계시고...작은책방 수용인원의 한계점을 넘어버린 자리였습니다.
예정대로 6시에 강연은 끝나고 서늘한 가을밤, 책방 정원에서 뒷풀이가 이어졌습니다.
특별히 태안에서 올라온 무형문화재 송명섭 명인의 막걸리 20병이 흥을 돋구고요...모닥불 아래 옹기종기 모여들어 술과 떡을 나눕니다. 미루마을 부녀회가 아침에 만들어준 손두부와, 최서연 님의 명품 김치는 인기 최고였네요.
특별히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서명숙 님 섭외에서부터 하룻밤 잠자리에 다음날 공항 배웅까지 처음부터 끝을 함께 해주신 김은혜 선생님은 오늘의 기획자이자 진행자이자 주인공이셨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청주공항에서부터 서명숙 작가님 픽업해주고 내내 로드 매니저로 함께 뛰어준 책방 국제부장 현숙 님, 그리고 맛있는 사과를 두 상자나 협찬해주신 괴산 홍진농군, 김홍진 박남정 부부...멀리 제주도에서 직접 농사지은 유기농 귤 한 박스 보내주신 제주착한여행 대표 허순영 선생님(예전 순천 기적의도서관 관장님이셨고 저와는 함께 도서관활동을 하셨던 선배님이시죠).
복숭아 농사지은 것 들고 와주신 생산자 이연호 님, 귤 한 상자와 볶음김치 보내주신 최서연 님...님들의 도움과 따뜻한 손길로 책방 잔치는 언제나 풍성합니다.
그리고 멀리 부산에서 하필 이날 북스테이 예약을 하셨기에 너무나 좋았던 보수동 책방골목 낭독서점 시집 주인장이신 이민아 시인과 일행분들...멀리서 오시면서 떡 한 상자와 귤까지 푸짐한 선물 들고오셔서 함께해주시니 정말 고마웠어요.
모두가 돌아가고 난 뒤, 모닥불 아래 치맥까지...가을밤 책방의 낭만을 맘껏 만끽하셨네요.
오...그리고..!!
학교 선생님이면서 뭔 재주가 이리 많으신지, 우리 북클럽에서 재주 많기로 일등을 달리는 진영준 샘.
공장 현수막을 대신한 멋진 손글씨 현수막은 정말 이날의 명품이었습니다...막걸리 한 전에 취화선을 그려내는 모습이 황진이를 유혹한 서화담 못지않은 풍류를 자아내고 있네요..ㅎㅎ...
한 번 쓰고 버리는 공장 현수막이 싫어서 캘리그래피 장인을 모시고 이렇게 멋진 종이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숲속작은책방의 즐거운 책잔치는 다음주 토요일에도 계속됩니다....!!!
첫댓글 행복한 자리, 행복 가득한 마음, 기쁨이 느껴집니다.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작가님도 먼길 잘 가셨겠지요? 뒷풀이는 참석 못하고 왔지만 막걸리 반잔 기운으로 즐겁게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