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목의 호남 기행
-섬진강을 따라서 (15)
다도해를 거느린 섬들의 신 여수
태초에 인류가 대홍수를 만났을 때, 신의 점지를 받은 인간과 뭍 생명체들이 바다를 표류하던 중 최초로 정착한 고을이 여수라고 한다. ‘한반도는 배고, 여수는 닻이다.’며 만들어진 이야기일 게다.
어떤 배라도 닻이 없으면 어찌 거친 파도에 머무르고 견딜 수 있겠는가? 그래서 여수는 한반도의 닻이며 뭍 생명을 살리는 천혜의 터다.
여수의 동쪽은 여수수도를 끼고 경상남도 남해이고, 서쪽은 여자만 건너 고흥반도다. 남쪽은 다도해를 품어 태평양이다. 이 여수에 이르러 먼저 섬들을 둘러본다.
여수의 으뜸 섬은 오동도다. 자산공원에서 보아도 좋고, 768m 방파제 길을 걸어가면 더욱 좋다. 새 해 첫 날, 수평선에서 불현듯 쑥 솟아오르는 해는 천지창조의 빛이다. 신우대와 동백숲의 새소리, 만성리해변의 검은 모래를 만든 파도 소리는 덤으로 듣는 신들의 합창이다.
여수에서 하멜등대가 있는 거북선대교나, 장군도를 바라보는 돌산대교를 건너 돌산도에 이르면, 펼쳐지는 여수항은 평생에 남을 아름다움이다.
이곳 돌산도의 끝머리 금오산(323m) 향일암은 해맞이 명소이며, 조선 7년전쟁 때 충무공을 도와 싸웠던 승병의 근거지다. 이곳 주위의 바위들은 마치 거북등 모양이다. 한 마리 커다란 거북이가 푸른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니, 돌산도는 살아있는 신비의 섬이요, 삶의 고뇌와 번뇌를 씻는 구도의 섬이다.
돌산도 앞 바다 금오도는 아직 연도교가 없어, 여수 중앙동 물양장에서 정기여객선을 타야한다. 안도와 연도를 열도로 거느린 금오도 여행은 함구미 포구에서 시작하면 좋다. 여기 매봉산(382m)에서 바라보는 다도해는 내 마음의 호수요, 점, 점, 점…. 섬들은 그대에게 가는 푸른 돛배다.
이 금오도는 조선시대에 궁궐을 짓고, 임금의 관을 짜며, 싸움배인 판옥선을 만들던 귀한 황장목(소나무) 산지로 황장봉산(黃腸封山)이었다. 그때는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됐으나, 조개더미 유적의 신석기 시대부터 사람들의 삶터였다.
또 이 금오도의 아랫섬 안도는 태풍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던 천혜의 포구다. 1995년 씨프린스호 기름유출 사고로 피해를 보았으나, 이제 예전의 아름다움을 되찾았다. 안도에도 조개더미 유적이 있는데, 왜국 승려 엔닌(794~864)이 당나라에 다녀올 때 잠시 머문 뒤, ‘입당구법순례행기’에 섬의 이름과 주변풍광을 남겼다.
여기서 훌쩍 더 먼 바다에 있는 거문도항은 세 개의 섬이 병풍처럼 둘러있으니 마치 큰 호수다. 큰 배들도 쉽게 드나드니, 1885년(고종 22) 4월 영국의 군함 6척과 수송선 2척에게 2년여 간 점령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곳 거문도에서 꼭 보고 올 곳이 있으니, 39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백도의 절경이다. 30여 종의 희귀 조류와 아열대식물들이 즐비하고, 꽃산호, 해면 등 170여 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이제 다시 여수로 돌아와 화양면 안포리에서 길이 325m의 멋진 아치교, 백야대교를 건너면 백야도다. 이곳 백야도항에서 배를 타면 개도, 하화도, 상화도, 사도, 낭도, 적금도, 둔병도 등을 줄지어 가볼 수 있다. 또 고흥 영남면 우두의 팔영대교가 적금도를 연륙했고, 앞으로 낭도, 둔병도 등으로 이어질 다리들이 여수반도에 닿는다고 한다.
상화도와 하화도는 진달래꽃과 동백꽃, 선모초가 많아 이순신 장군이 지나치며 꽃섬이라는 이름을 주었다 한다. 솟아나오는 맑은 물로 만든 낭도의 젖샘막걸리, 부드럽고 깔끔한 수백 년 역사의 개도막걸리는 섬마을 여행의 별미고 활력소다.
공룡발자국이 있는 사도는 본도와 추도, 중도, 시루섬(증도), 장사도, 나끝, 연목 등 일곱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마다 음력 정월 대보름, 2월 영등일 등 두세 차례에 2~3일 동안 물이 갈라지는데, 이때에 일곱 개의 섬들이 ‘ㄷ’자형으로 연결되는 모습은 신비롭다.
여수와 고흥 사이의 둥그스름한 바다가 꼬막, 피조개, 전어 등으로 유명한 청정해역 여자만이고 바다 한 가운데 섬이 여자도다. 여자도는 여자들의 섬이 아니라, 섬의 높이가 낮아서 파도가 섬을 넘는다는 넘자섬이었다. 그런데 이 넘어갈 ‘넘’을 다른 사람을 가리키는 ‘남’의 전라도 토속어 ‘넘’이라 해석해서 너 ‘여(汝)’자, 여자도가 되었다 한다.
여수는 그렇게 뭍섬들의 신이니, 다도해의 섬들은 또 뭍 생명에게 흥복을 주는 신의 선물인 것이다.
여수 백야도 선착장
백야대교를 지나
하화도 꽃섬입니다
음식도 싸고 막걸리도 맛나고...
경치 좋고
풍광 좋은 섬입니다
첫댓글 순천.여천 지역에 2년여 기간 머물렀는대도~
거문도 등 다도해를 둘러보지 못한것을 아쉬워 했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던 탓으로 돌리며 지상에서 여행을 즐겼습니다.
감사합니다.
여수 박람회 때 추억이 되살아 나네요
주변까지 자세히 설명해 주시니 더욱새롭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귀가 떨어져 나갈려고 해서
붙잡아두느라 혼났습니다. ㅎ
건강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