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5월 31일 세계금연의 날 맞이 금연선포식을 강당에서 전교생과 학부모 전교직원과 함께 실시했다.
아이들의 실태파악에서 보면 아이들이 처한 상황은 흡연천국시대에서 살고 있다.
어제도 대충 아이들의 설문지를 훑어 보았는데, 대개가 아버지가 흡연상태이고 할아버지, 삼촌 등도 그랬다.
나는 질적 연구자로서, 태도, 지식점검을 리커트 척도로 정량화 교육청의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질적 문항을 우리 학교 상황에 맞게 구성 년 간 한 번만 실시한다.
최대한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간단하고 접근성이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왜냐하면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이유는 5페이지에 걸친 문항에 읽고 체크하도록 아이들과 담임선생님에게 년간 2차례에 걸쳐
이 설문지를 뿌린다는 것이 고문을 가하는 듯했고, 문항 자체가 지식과 태도만 보도록 설정되어 있으며,
복잡한 인간심리를 볼 수있고 방안을 세울 수 없는 천편일률적인 정보중심이어서 따로 구성한 것이다.
학부모를 금연사업에 동참하도록 할 것인지, 지역사회가 어떻게 맑고 건강한 공동체가 될 수있는지는
고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학교는 공립의 중학교에서 맑고 깨끗한 공기를 가지며 흡연을 하는 사람이 없다.
대한민국 학교 상황상 매우 드문 경우에 속할 것이다.
실제 어느 마이스터 고교나 명문 특목고, 자사고가 입학시부터 니코틴검진으로 입학유무로 흡연생을 배제하고,
세번 째 적발하면 삼진아웃제로 퇴학처리를 강제하는 것과는 달리, 공립의 중학교에서
자율성과 여성성에 기초한 금연지도로 이렇게 성공한 학교는 우리학교, 내가 처음이지 않을까싶다.
금연식 진행도 어제 처음으로 내가 했다.
컴퓨터를 잘하고, 학교문화에 걸맞는 모종의 정해진 남성적인 표준성을 재생산하는 '학교문화'
우리가 학교의 기능이 원할하고 매끄럽게 진행하는데는 이런 능력이 절대 필요한데, 남성 후배들에게 적격이다.
필요한 부분이다.
애매하고 질척질척하게 사는 질적연구자인 나는 학부모의 금연선포식 참여를 기다리느라,
그제서야 부랴부랴 결재하면서 여러가지 준비가 뒤늦으니, 남자 후배로서는 답답하고 나의 일하는 방식이 거침을 주었을 것이 이해된다. 나도 힘들다. 학부모님과 소통을 처음해보는 입장에서, 그냥 one-stop으로 혼자해버리고 싶은 유혹이 잡아당긴다.
까마득한 남성 후배의 지청구같은 소리를 느껴지는 것이 내 결단을 속도 빠르게 촉구했다.
내 자신의 돌파해야 할 어떠한 여성성의 한계이다.
학부모 한 분을 4~5분가량 흡연지도 한 말씀을 단상에서 해주기를 고대했으나, 남성 운영위원분들이 흡연하시니
-그래도 괜찮은데- 결국은 못한다고 하고, 여성 운영위원 분들에게 간단하게 한 말씀 부탁했으나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다고 고개를 둘레둘레 가로젓는 것이다.
<뛰어다니느라 아이들 실내화 신발이 그대로이다. 미쳐 멋진 굽높은 신발로 바꾸지 못하였다. 쯔즛>
이는 바로 여성성의 잠재력이 어떻게 무시되어지고 은폐되어지고 단절과 분리를 일으키는가?
바로 나 자신을 보는 듯했다.
학부모님들은 피켓을 들고 서있겠다고 하시는 것이다.
아니 벌서는 것도 아니고, 그럼 한 분이 단상에 올라와 그 피켓의 내용을 한 번 읽고 한 마디만 해달라했더니
그도 어렵다며, 그래서 뭐라 부탁하지 않았는데, 다들 오셔서(여성 학부모님들만),
선포식 내내 피켓을 들고 아이들 주위를 서성거리셔서 뵙기도 민망한지라 결국은 아이들이 그 일을 하였다.
바로 여성으로서 발언권 행사를 할 줄 모르는 공교육의 여성성의 소거와 열등의식의 발로였다.
그래서 공적인 단상에서의 표상, 공적인 문화, 앞선 그것, 표준, 정상, 규칙 우리의 규율로서 통하는
가부장적 문화에 압도된 나를 깨치기 위해서, 여성들을 위하여, 학교문화에 보살핌의 윤리, 위하여 어제 용기를 내었다.
서구중심의 근대화가 초래한 파괴와 폭력과 억압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여성협오나 그 반대편의 여성신비화를 벗어나 자연/문화의 이분법을 해체한 다음, 땅으로서, 인간 삼의 모태로서 여성적 존재가 자리자리를 되찾도로 해야 할 것이다.
『태해숙(1991), ‘차이’의 정치학과 여성의 목소리:여성심리학의 올바른 입지를 위하여, 여성문제연구 24, 123-1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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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봐야 겠다.
작은 웅덩이를 만들만큼 천둥 번개로 소나기 내린 산숲에서 각가지 새들은 베이스 노래를 부르고, 꿩은 한 번씩 북치기하듯
변화를 주고, 뻐꾸기가 뻐꾹 뻐국 , 절정을 노래하고 있다. 마당으로 내려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