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에 농사를 권면하는 하교 임자년(1792)
정월 초하루 상신일(上辛日)에 삼가 사직단에 나아가 기곡 대향(祈穀大享)을 행하였다. 상신일이 초하루에 드는 때 친히 향례를 받든 것은 곧 처음 행하게 된 일이다. 부유해지기를 축원하고 누차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는 것은 어느 해라고 그렇지 않겠는가만, 이해 이날 이것을 축원하는 것이 더욱이 예년보다 갑절 더하다. 대개 농사에 풍년이 드는 것은 전적으로 농사를 때에 맞추어 권면하는 데에 달려 있다.
아, 너희 각도의 방백과 유수는 초하룻날 아침 곡식이 풍년 들기를 기원하는 나의 마음을 이해하여 그렇게 마음먹는다면 비록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고자 한들 그렇게 되겠는가.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이것을 생각하고 밥 먹고 숨쉴 때마다 이것을 생각하여 이것만을 염두에 둠으로써 내가 거듭 유시하는 지극한 뜻에 부응하도록 하라.
歲首勸農敎 壬子
月正元朝。維日上辛。祇詣社壇。行祈穀大享。上辛在元朝。親將享禮。卽初行之擧也。大有之祝。屢豐之願。何歲不然。而是歲是日。是祝是願。尤有倍於常年。大抵穡事之有秋。專係農政之勸課。咨爾諸道方伯居留之臣。若以元朝祈穀之予心爲心。則雖欲一毫泛忽得乎。跬步念念於玆。食息念念於玆。念玆在玆。以副予申諭之至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