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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4월 4일 삼척 대학로공원에서 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범시민 촛불문화제'에 앞서 안승길 신부 주례로 반핵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한상봉 기자 |
성탄절을 하루 앞두고 12월 24일 전국 천주교 성당에서 성탄전야미사가 한창인 시간에 선종한 원주교구 안승길 신부는 원주교구 정의구현사제단의 대부이며, 삼척 핵발전소 유치 반대운동, 용산참사와 4대강 사업 반대운동에도 참여했으며, 민주주의를 위한 시국미사에서도 항상 제대를 지켜왔던 사제 가운데 하나였다.
안승길 신부는 한국천주교회의 민주화 여정을 발동시킨 원주교구 지학순 주교의 구속사건을 통해 창립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태동과정에서 중요한 몫을 담당했다.
지학순 주교는 1974년 7월 23일 <양심선언>을 발표하면서, “소위 유신헌법이라는 것은 1972년 1월 17일에 민주헌정을 배신적으로 파괴하고 국민의 의도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폭력과 공갈과 국민투표라는 사기극에 의하여 조작된 것이기 때문에 무효이고 진리에 반대되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구속되었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1974년 9월 23일 300여 명의 사제들이 원주에서 모여 성직자 세미나를 열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출범시켰다. 다음날인 24일 원주 원동성당에서 사제단의 결의를 분명히 하는 기도회를 갖고 1,000여명의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가두시위에 나섰다. 당시 안승길 신부는 남천동성당 주임사제로 여기에 참여했다.
1970년대 박정희 유신정권하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민주화운동의 견인차 역할을 했으며, 1987년 전두환 정권하에서도 박종철군 고문치사 은폐조작을 폭로함으로써 6월 민주화운동의 기폭제를 마련했다. 지난 2013년 6월 10일 ‘6.10항쟁 26주년’을 맞이해 SBS와 가진 인터뷰에서 안승길 신부, 당시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87년도는 굉장히 정치적으로 암울한 상황이었고 어떻게 보면 민주화의 소망이 완전 막히는 듯한, 또 군사독재가 이어서 연장되는가. 이어지는가. 하는 비극적 상황이 있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당하다 죽었고 이것을 은폐시키기 위해서 한국 최고의 권력이 국민을 속이려고 하다가 나중에 허상이라는 것이 나타나게 되었죠. 이런 상황에서 볼 적에 온 국민들로 하여금 6.10 항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정도의 저항세력이 불붙게 된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볼 적에 한 젊은이의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죽음이었지만 엄청난 민주화의 결실을 맺게 되는, 결실이라기보다는 물꼬를 트게 되는 큰 계기가 되었다는 그 의미가 상당히 크지 않나 싶습니다.”
안승길 신부는 민주화운동 뿐 아니라, 한국교회가 민주주의 사회에 걸 맞는 ‘민주적 교회’로 거듭날 것을 촉구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2007년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에서 주최한 ‘민주화 여정과 한국교회’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안승길 신부는 “민주주의 사회 안에서 한국교회 역시 민주주의에 근거한 ‘상식이 통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이런 교회발전을 위해 기존의 교계언론을 넘어서는 독립적 언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교회 기관지인 평화신문과 방송, 가톨릭신문과 여타 교회잡지들은 교회의 공지사항이나 교도권의 지시를 보도하는 게 대부분이며, 교회의 진솔한 자기반성과 쇄신요구를 담아내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위성직자의 문제는 칭송만 있을 뿐 문제는 감추어지기 마련이어서 정보화 시대인 요즘엔 더 의혹과 불신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적인 자리에 있는 이들에 대한 감시기능을 하는 언론을 통하여 공동선을 요구하는 사회적 요구를 교회도 수용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이어 교회 민주화를 위한 교회쇄신의 과제로 먼저 성직자들의 쇄신을 요청했다. (1) 하느님 백성의 투표를 통하여 교구장 및 교회행정 담당자를 선출할 것, (2) 주교직(교구장) 선임과정을 공개하고, 교구장을 선출해야 하며 임기를 제한해야 할 것, (3) 교구간 불균등한 재정 및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구간 장벽을 낮추고, 교구는 유지하되 사제들을 초교구적으로 이동 배치할 것, (4) 한국교회 최고 교권자들은 시대의 징표와 흐름을 인식하고 현장에 투신하는 이들을 격려하고 지지하는 생생한 실천을 내포하는 교도권으로 거듭날 것, (5) 제도교회는 사목을 통치나 권력이 아닌 봉사로 이해함으로써 신자들에게 무조건 순명을 요구하는 우민화정책을 포기할 것, (6)) 남한교회 중심의 성장주의, 팽창주의 시각에서 벗어나 북한의 신앙공동체 역시 참 가톨릭교회임을 인정하고 대화상대로 삼아 교류할 것을 제안하였다.
안승길 신부는 “교회쇄신은 민주주의 정신과 융합하지 않으면 민중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교회가 성직자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민중)을 위한 것이고, 그 백성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는 구원이 사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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