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근함.
네이버 속 날씨 예보 영하 19도
너무 추워 찬바람도 추운가 보다.
문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고 싶어
온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기웃거린다.
둘째 녀석 어제 저녁엔 일찍이도
잠자리에 들더니 일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쪼르르 이불 속으로 들어와서
눈만 빼꼼 내밀고 품에 안긴다.
딸아이의
조그마한 숨소리 작은 심장박동이
포근함을 타고 온몸으로 흘러간다.
먼 훗날
아빠의 듬직한 심장 소리가 네 기억 속에
들려올 때면 2017년 12월 겨울 속의
포근함을 기억할까.
2.
노숙자.
쨍하니 새벽 출근 발걸음이
땅바닥에 얼어붙어 있다.
온몸에 중무장을 하고 도착한
부천 역에는 바람마저 언듯하다.
허름한 겨울 잠바를 입고 신발은
슬리퍼를 신은 그녀가 있다.
그러고 보니 그제도 있었고
어제도 있었고
그 자리에서 변함이 없다.
그녀의 삶을 무릎에 묻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인생의 고비를 얼 만큼 지나고 있을까..
그녀에게 살며시 다가가
한 뼘하고 조금 더 군.
퇴근길에 신발가게에 들러 털 많고
푹신한 신발 하나 달라 해야겠다.
그녀의 신발에서 작지만 따뜻한 희망이
피어오르길 바랄 뿐이다.
3.
우선순위.
일주일 내내 부지런히 새벽 다섯 시를 알리던
알람은 일요일 아침 게으른 기지개를 켜네.
맞벌이로 살아가기 시작한 시간은 아내와 내게
자연스레 집안일의 밀림을 안겨주고
가끔은 어린 딸아이의 꾀죄죄한 얼굴로 학원을
오가는 모습을 바라보게 해주었지.
빨래는 심각히 어지러운 표정으로
설거지는 먹다 남은 치킨의 흔적으로
식탁 위는 정리 좀 해 달라 아우성으로
형광등은 갈아 달라는 깜박거림으로
안개 자욱한 휴일 아침에 우선순위를
손에 쥐여 주었네.
빨래를 돌리고 설거지를 끝내고 빨래를 개고
정리정돈을 끝내고 밥을 하고 청소기를 밀고
아내와 딸아이는 잠을 자고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일어날 듯 싶은데 애써 모르는 척 하네.
헤드폰을 쓰고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들며
설거지를 하면서 생각하네.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4.
당신이 있어서 나는 정말 고맙습니다.
온종일 비 맞고 택배를 배달하며 축 처진 어깨
이제 오나 저제 오나 현관 앞 방긋 웃음으로
기다려준 당신입니다.
아침 밥 안 먹고 출근할까봐 새벽 다섯 시 알람 전
먼저 일어나 좋아하는 반찬으로
상차림 해준 당신입니다.
자격증 따내려 연습을 하다가 자판에 익숙지 않아
고전하던 내게 함께 공부하고 실기시험도 함께
시험을 본 당신입니다.
직장동료와 심하게 다투고 돌아온 날 무한 내 편
들어주고 괜찮다며
토닥여주던 당신입니다.
당신이 있어서 힘들었던 시절 잘 견뎌 내었습니다.
당신이 있어서 나는 정말 고맙습니다.
5.
사랑 그 익숙함.
처음엔 그랬다.
아침에 눈을 뜨고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
머리를 감고 밥을 먹다가도
출근길 마을버스를 기다리다가 아침을 깨우는
새벽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에도
머릿속은 온통 그녀의 생각들로 채워졌다.
사랑을 처음 시작하는 두 연인은 사랑
그 익숙함을 알지 못한다.
불타오르는 화염 속의 사랑을 태우고 은은한 모닥불
같은 사랑이 남겨질 때
사랑 그 익숙함은 그저 편안함으로 남을 뿐 더 이상
설렘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서로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아이를 낳고 평범한
일상의 삶에서
그 익숙함의 사랑은 나이가 들수록 변해가는 또 다른
사랑의 모습이라는 것을...
사랑 그 익숙하고도 편안함을 위해 서로가 부단히
아껴주어야 한다는 것을...
임 세규
대한 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 예술인 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문학어울림 회원
텃밭문학회 회원
민주문학회 회원
문학 어울림 동인시집.
국제 우편 물류센터 근무.
메 일 : sks576@naver.com
연락처 : 010 2762 2962
주 소 : 경기도 시흥시 은행동 549-1 대우3차 302동505호
첫댓글 노숙자를 보고
마음이 짠해 털신발을
사주려는 마음
아마 시인님은
좋은 분이란걸
글로 알았네요
늦게나마
겨울호 원고
올려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좋은글
함께 할 수 있어
기분 좋으네요
나도 즐감이고요
덕분에 감상 하고 있어요
사랑
유효기간은
3 년이라네요
환상이 깨지고
편안함으로 대하게 되면
그 사이에 권태란 놈이 끼어들기도 하죠
그래서
사랑 참 어려운것이예요
정말 노력없이
오래도록 이어질수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이야기를
시로 승화해 공감을
일으키게 하는 시인님의 글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너무도 칭찬을 많이 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글은 우리가 한번쯤은 경험하거나
늘 일어나는 평범한 일상에서
나올때 진실한 글이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
길을 걷다가 눈에 보이는것들
밥먹다가 생각나는 것들
가족들과 생활하면서 일어나는 일들
출퇴근 시간이 좀 길다보니
주로 버스안이나 지하철 또는
일요일 아침 이불속에서
대부분의 글들이 그 속에서
만들어 졌네요.
앞으로도 그럴것 같구요.
제게는 그날 그날 일어나는 일들을
써나갈때가 가장 편하게 글을 쓸수
있는것 같습니다.
새로운 한주의 시작이네요
Good 밤 하셔요^^
멋쟁이 시인님
임세규 시인님의 멋드러진 옥필 원고를
올려주셔서 감사히 봅니다
임시인님의 참여로 더욱 멋진 옥동자로
민문협 겨울호 빛을 볼거 같네요
이렇게 하얀눈이 펄펄 내리는날
옥고를 올려주시니
즐탐독 합니다
건안하시어요
노숙자에게 포근함을 전하는 마음
아름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