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각!!!!!!!!!!!!"
새로산 텐트의 폴 마디가 부러져 버렸다. 이번 캠핑은 이상하게 시작부터 꼬였다.
좀 일찍 퇴근해서 캠핑가기 전날인 금요일 저녁에 캠핑장비를 차에 실어놓으려던 내 계획은 아침부터 삐걱거렸다.
아침 10시에 부여로 출발해서 가격조정 및 기타 잡다한 업무를 끝내고 다시 일산 사무실로 돌아온 시간은 오후 7시 30분.
지루한 작업끝에 작성된 가격리스트 및 약간의 거짓말로 포장된 정성어린 이메일을 보내고 집에 돌아온 시각이 자그마치(?) 토요일 오전 12시 30분이다.
늦잠자고 짐 부랴부랴 싣고
네비게이션까지 말썽을 부려 물어물어 찾아간 씨알농장에 도착하고 부터는 더 가관이다.
"이쪽으로 돌아봐. 아니 그쪽말고 그 반대쪽. 아 왜 자꾸 그쪽으로 돌아. 밥먹는쪽 몰라? 오른쪽??"
수진이가 오른쪽으로 돌다말고 아주 돌아버리려고 한다 쓰읍~~ -.-+
"아.... 그게 아니고... 너 추울까봐 빨리 치려고 그러지이이이이" 배시시~~~ *^^*
이렇게 달래다가도
"이쪽으로 와!.. 더!! 더와 더 오라고!!!! 더더더더더!!!!!" 하면
저쪽 반대편에서 텐트끝을 양손 손가락 두개씩을 사용하여 방드레 김 포즈로 잡고있던 수진이가.
"니가 와!!!! 니가 더 와!!!! 니가 니가!!!" 하고 소리를 지른다.
"저쪽으로 가!.. 가!! 계속 가 계속!!! 가가가가가가!!!!"
하면
"니가 가!!! 니가 니가니가니가니가!!!"
이정도되면 서로 소리 지르고 난리가 난다.
싸움은 아니다.
내가 원래 평소에도 장난 반 진담 반 섞어서 소리를 질러대서 다른 사람들은 싸우는줄 안다. 우리 둘만의 애정어린 (-.-;;) 대화법이다.
우리집에서 싸움과 장난을 구분하는 법은 매우 간단하다.
내가 소리를 지르고 수진이가 웃고 있으면 장난이고 내가 소리를 지르고 수진이가 울고 있으면 싸움이다.
반대로 수진이가 소릴 지르고 있으면 난 그 자리에 없다. 난 눈 깜빡할 사이에 방바닥으로 변신한다.
방바닥이나 의자로 변신하여 숨도 쉬지않고 있다가 수진이의 입에서 나온 사소한 말실수를 붙들고 다시 올라온다.
어쨌거나 그날따라 서로 호흡도 안맞고 위치도 잘 못잡아 별로 넓지도 않은 공간에 어중간하게 텐트를 치게 되었다.
위치 잡는데만 10분 이상 허비하며 헤매다가 결국은 마지막 폴을 끼울 때 일이 터졌다.
"뿌각"
어차피 폴은 리콜한다고 통보받은 상태여서 별로 망설이지 않고 고무줄을 끊어 11마디 폴을 10마디 폴로 만들어 텐트를 완성했다. (속은 미어지는 듯 했다.)
이젠 침대를 펼 시간.
가로바를 설치하려고 망치를 걸고 당기니 세 야전침대 중 하나인 삼*정공표 야전침대의 가운데가 불룩 솟아오른다.
프레임을 연결하는 조인트가 휘어버렸다.
"어 세인아 니 침대 휘었네." ^^;;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화롯대를 설치하고 불을 피웠다.
후훗 연기는 미남을 알아본다더니.... @.@ 엉엉엉. 불 붙이기가 그날따라 왜이렇게 힘들던지... 양 손을 하늘로 뻗고 고개를 쳐들고
"BURN!!!!!!!!"
소리를 질러봤다.
눈이 멀도록 연기를 맡아가며 불을 피워놨더니 수진이가 텐트 안에서 추우니까 빨리 들어오란다.
뒤통수 한 대 때리고 질질질 끌고 나와서 아직 불이 제대로 붙지않아 연기가 나는 화롯대 앞에 앉혀놓고 투덜대기 전에 맥주 한 캔 물려주니 수진이도 좋아한다.
손에 잘 익지않는 도끼질이 좀 지겨워져 수진이와 화장실 갈 겸 산책에 나섰다.
처음보는 멋지게 생긴 바우데(맞나)표 녹색 텐트도 있었고 후기로만 보던 리빙쉘 두개짜리 초대형 사이트도 구경하고 아랫집 투어러400 내부도 구경했다.
하루종일 무덤가에서 눈썰매를(^^;) 타던 세인이는 속옷까지 푹젖어서 들어와 3시부터 곯아떨어져버린다.
난 오후 네시부터 그동안의 돼지등갈비 실패를 만회할 궁극의 요리 일명 "테리야끼 더치오븐 등갈비 구이" 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돼지등갈비를 더치오븐에 구우면서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돼지고기에서 떨어진 기름이 바닥에서 타면서 그 탄내가 고기에 배이기 때문이었다. 역한 냄새가 나는 고기를 세번이나 먹으면서 알아낸 해결책.
1. 기름은 되도록이면 타지 않도록 밑불을 적게 넣는다. 대신 윗불을 충분히 넣어준다.
2. 알루미늄 호일로 기름받이 그릇을 만들어 더치오븐 바닥에 깐다. 더치오븐 바닥과 기름받이 그릇이 직접 닿지 않도록 자갈이나 훈연칩을 깐다.
3. 수분은 날아가고 연기가 오븐내에 갇히지 않도록(중요) 숫가락이나 젓가락을 하나 끼워 더치오븐 뚜껑을 열어둔다.
4. 간장 1컵 + 와인 반컵 + 미림 반컵 + 물 한 컵 반 + 간 마늘 1술 + 생강 반쪽 + 대파 반쪽을 넣고 끓여서 반정도 졸인 테리야끼 소스(미리 만들어 가세용 ^^)를 15분 마다 한번씩 발라주면서 고기를 뒤집어 준다.
5. 1시간 정도 익힌 후에는 두꺼운 살점이 있는 부분을 미리 잘라주어 사이사이 익지않는 부분이 없도록 한다. 차콜 보충도 잊지말것.
6. 약 1시간 30분 익히면 요리완료.
결과는?
다시는 더치오븐에 한 등갈비 안먹는다던 수진이와 기가막힌 타이밍으로 일어난 세인이가 등갈비만으로 배를 채웠다 ^^;
밤이되자 새로산 파세코 난로가 주황색 불을 뿜으며 힘을 쓰기 시작한다.
추위에 빨갛게 달아오른 귀여운 우리아들 세인이의 얼굴.
그리고 엉망진창의 하루를 마감하는 달콤한 맥주 한잔.
저녁 열시에 끝나버린 토요일 하루는 다른 어느 날보다도 유난히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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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하우스 사용과 관련한 추가내용입니다.
1. 부러진 폴대는 피크파크에서 이미 리콜조치를 한 내용으로 새로운 폴대는 12월 13일, 14일 우선 발송된 후 기존폴대를 반품하는 것으로 처리되는 것으로 전화통화 결과 확인되었습니다. 열처리 안된 마디가 몇마디씩 같이 조립이 되어 배송된 것이 제조자측에서 나중에 확인되어 12월 5일자로 벌써 리콜조치된 내용입니다.
2. 결로부분은 이번 씨알농장에서 확인해보니 베스티블쪽이 약간 촉촉한 정도의 결로가 있었습니다. 문질러서 흐를 정도가 아니고 문질러서 손가락을 보면 손가락이 약간 젖어있는 정도였으며 아침에 확인한 바로는 바닥에서 20cm 정도까지 안쪽에 성에가 얼어있었습니다. 참고로 아침기온 기상예보상 영하 6도 였습니다.
아무래도 시중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텐트가 아니라 텐트에 관한 조그만 내용에도 글 쓰는데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세컨하우스를 고려하고 계신 분들에게 좀 더 정확한 내용을 전해드리고저 추가한 내용이오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아이들의 비닐썰매 인가요? 재미있는 시간 보냈겠네요. 머피의법칙이 왕림했던 날....다음 캠핑은 샐리가 왕림 할것 입니다.
ㅜ.ㅜ 천칭좌님 감사합니다. 눈썰매는 역시 비니루죠 ㅋㅋ 샐리를 보는 그날까지 캠핑은 계속됩니다 ^^
비료 담는 포대에 눈이나 짚을 넣으면 쿠션이 안성마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