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개를 위한 변론’ 우재욱 저자 초청 간담회 발언 기록>
일시: 2021년 7월 2일 금요일 오후
기록: 주희(은평녹색당 운영위원)
우재욱 저자 소개
도시철도에서 근무함. 대학원에서는 친환경 장법에 대해 연구함. 어느 순간부터 연구가 정체되어 야생동물 관찰을 하기로 했고 첫 대상으로 들개를 선택함. 이 책은 북한산 일대에서 들개를 관찰한 것들을 모아서 냄. 책을 낸 뒤에 책이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는지 경험해 볼 기회가 없었는데 자리를 만들어 준 은평녹색당에 감사함. 오늘 듣고 느낀 점을 알려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음.
들개는 정상적인 개다.
언론에서 들개를 일망타진해서 없애야 한다고 보도함. 들개와 공존할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데 들개가 사람에게 다가온다고 하니 가서 관찰하기로 함. 처음에 그렸던 그림은 제인 구달이었음. 제인구달이 침팬지 무리와 유대 관계를 쌓은 것처럼, 들개 무리를 만나서 친해지고 무리에게 받아들여져서 그들의 삶을 관찰하는 걸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들개를 만나기가 매우 어려웠음. 들개의 발자국은 발견되는데 들개가 만나지지 않았던 이유는 그들이 야생화되어 있기 때문이었음. 그들은 낮에는 활동을 하지 않고 밤에 사람을 피해 활동하기 때문에, 사람이 낮에 정해진 등산로로 다니면 만날 일이 없었음.
들개를 떠올리면 사냥하는 동물을 상상하는데 그게 딩고임. 딩고는 캥거루 같은 동물을 포식하고 늑대와 비슷한 삶을 삶. 무리를 지어 생활하고 독립도 2년이 지나야 함. 그러나 대부분의 들개는 ‘파리아개’라는 형태로 인간 거주지 안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청소부 동물로 살고 있음. 이들은 2~3마리의 무리를 짓고 느슨하고 희미한 서열과 연대감을 가짐. 번식도 난교를 하고, 부모에게 사냥을 배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새끼가 태어난 뒤 3개월이면 독립함.
대부분 나라의 들개는 사람 주변에서 사는 파리아개인데 우리나라 들개는 왜 산으로 갔을까. 우리나라 들개는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경험을 많이 함. 들개가 사람에게 노출되었을 경우 과거에는 잡혀 보신탕이 되었고, 현재는 포획돼서 안락사됨. 이는 도시에서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는데, 길고양이 섬으로 유명한 욕지도에 길고양이 관찰을 하러 갔을 때 길고양이가 아닌 개들을 보게 됨. 이들은 자유롭게 해변가를 돌아다니고 관광객이 주는 먹이를 자유롭게 먹고 지냈음. 이처럼 우리나라 들개도 도서지역에서는 자유롭게 다님. 또한 과거에는 서울에서도 개들을 풀어 키웠고 별 문제가 없었으나 이제는 들개가 돌아다녔다 하면 바로 신고하고 포획하는 경향이 있음.
들개를 만나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녹번동 독박골 개들이 단비 같은 개들이었음. 독박골에는 6마리 들개 무리와 무리에 합류하지 못한 1마리 들개가 있었는데 이들은 파리아개와 비슷한 모습으로 살고 있었음. 처음엔 나를 꺼려했으나 점차 받아들이고 나중에는 부드럽게 꼬리를 치기도 함. 동족하고 연대하는 개들은 사람에게 의연하고 독립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독박골 들개들은 그들에게 밥을 주는 주민들에게 의연한 태도를 지님. 이들에게서는 반려견과는 다른 은은한 평온함을 느꼈음.
동네개들의 일상은 평온 그 자체임. 배에 복수가 차서 행동에 불편함을 겪는 최고령견 뚜치의 서열이 항상 최상이었음. 분명히 아픈 개이고 다른 개들에게 힘으로는 밀릴 수 있을 텐데 다른 개들이 뚜치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면 개들에게도 경로사상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함. 실질적인 서열 1위는 눈물이었고, 두 번째는 밍키, 세 번째는 초코였음. 초코는 유일하게 손을 댈 수 있었던 개였는데, 들개가 아니라 유기견이었을 것으로 추정함. 또 가마니, 삼각눈의 서열은 꼴찌였음. 갈비뼈와 가마니는 보호자가 있는 개인데 들개처럼 방치되고 있었음.
뚜치가 죽은 뒤 갈비뼈가 무리에 합류함. 갈비뼈에게 호감을 보이던 삼각눈이 갑자기 서열 1위가 돼서 다른 개들을 물리침. 삼각눈이 사랑의 힘으로 서열 1위가 되자 서열 1위였던 눈물은 기력을 잃고 쇠약해짐.
다수의 언론이 지자체가 들개를 (위험하게) 방치한다고 보도하는데, 정작 주민들은 들개가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했음. 개들은 대체로 성인 남자를 싫어했고, 사람보다도 다른 개를 싫어했음.
독박골 주민들은 들개들을 위한 텐트도 치고 밥도 주고 중성화도 하고 안내판도 붙이는 등, 들개와의 공존을 위해 노력함. 이들이 공동 돌봄을 하게 된 계기는 들개들이 번식해서 11마리까지 늘어났는데 지자체에 의해 포획되면 안락사된다는 걸 알아채고 주민들이 직접 구조와 치료를 한 경험이 축적된 것에서 시작되었음. 그리고 동네개들이 멧돼지를 물리쳐주면서 멧돼지를 막아주는 고마운 개라는 주장을 하며 지역주민들이 직접 1900명의 연서명을 받아 지자체의 들개 포획을 중단시킴.
그런데 주변 지역 주민들도 연대서명을 해서 결국 포획된 들개들이 안락사될 위기에 처함. 독박골 주민 중 한 명이 이들을 입양했는데, 다시 풀어서 키울 경우 안락사당할 여지가 있었기에 묶어 기르게 됨. 개들은 보호소에 있을 때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입양된 뒤에도 오래 아팠음.
다음은 북한산에서 만난 개들, 볼트와 루팡이 있었는데 사찰 주변에서 먹이활동을 하다가 사라짐. 나한이와 보살이는 어린 개였고 파리아개처럼 어린 시절 독립을 했는데 사찰에 들어와서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먹음. 사람들은 얘네를 무서워하기보다는 신기해하고 인증샷을 찍곤 했는데 그중 누군가는 신고를 했을 것임. 이렇듯 일정한 장소에 계속 들개가 나타나면 결국 포획되게 됨. 주차장 삼남매는 성장한 뒤 경계심이 강해졌는데 아마 인간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이 쌓이지 않았을까.
북한산 들개가 뭘 먹을까 궁금했음. 분변에 털과 뼈가 있어 사냥을 하는 걸까 싶어 국립생태원에 문의함. 분석 결과 내용물은 전부 음식물쓰레기였고 털은 개털, 뼈는 족발뼈였음. 전혀 사냥을 하지 않고 100% 음식물쓰레기를 먹는다는 결과가 나왔음. 북한산은 연간 1400만 명이 방문하는데, 이들이 버린 음식물쓰레기와 사찰 및 음식점에서 배출한 음식물과 사료를 주로 먹은 것으로 추정됨.
들개가 사냥을 하지 않는 이유
사냥을 하려면 사냥해서 소비하는 칼로리보다 얻는 칼로리가 더 많아야 함. 북한산은 가파른 산이라 이동하는 데에 칼로리가 많이 소모되는 편이고 고라니도 별로 없어서 사냥을 하면 할수록 더 힘들어짐. 그래서 대부분의 들개가 음식물쓰레기를 먹게 됨.
들개가 폭증한다는 우려에 대하여
불가능하다고 봄. 먹이량이 한정돼있기 때문. 1992년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조사했을 때도 들개가 나타났음. 북한산 들개가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시기가 은평뉴타운 개발 당시 유기견이 한꺼번에 버려지며 들개가 폭증했을 때였음. 하지만 먹이한도가 있어 많은 수가 도태되었고 지금은 인천, 부산, 충청도 등에서 들개 이야기가 나오고 있음. 북한산 개들도 먹이한도 내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폭증할 가능성은 없음.
무리의 크기는 조사가 필요함. 들개가 많이 모여 있을 때와 적게 모여 있을 때는 공격성이 달랐음. 대체로 들개의 무리가 작을 때보다는 클 때 개들의 공격성이 높은 경향이 있었음.
북한산 들개는 진돗개와 비슷한 스피츠 계열 개들임. 최근 100-200년 이내에 만들어짐. 난교 번식을 하고 자연 조건에 맞는 동물만 살아남았는데, 주로 먹이 조건에 견딜 수 없는 큰 개, 소형 외래품종이 사라지고 중간 크기의 토종개들만 남게 됨.
북한산에서 개의 조상을 만남. 들개는 개의 원형이자 보편형임. 개는 들개로서 원래 쥐처럼 인간 주변에 있었고, 그들을 인간이 데려온 것임. 인간의 개들이 들개가 된 게 아니라 들개가 원래 있었던 것.
동종의 일부가 가축이라는 이유로 들개가 비정상이라고 보면 안 됨. 개의 원형과 보편형은 들개임.
북한산 들개는 위험하지 않다.
한 번도 공격적인 행동을 한 적이 없었고, 사람을 만나면 도망가거나 안전거리 밖에서 멀찍이 있었음. 먹이를 주면 먹고 물러나고 눈치를 많이 봄. 싸움은 들개들에게도 굉장히 위험하고 칼로리가 많이 필요한 행동임. 게다가 개들의 입장에서 사람은 불곰 정도 크기이고, 청소년만 돼도 반달곰 정도는 되는 크기이기 때문에 굳이 싸우려 들지 않음.
들개는 집개보다 훨씬 많지만 개물림 사고의 대부분은 집개로부터 발생함. 들개는 인간을 두려워하고 언제든 도망가기 때문에 공격성이 적음. 카라의 박종무 책에 의하면 들개가 사람을 위협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위협을 느꼈다는 게 맞는 표현임. 게다가 들개는 만나기도 어려움. 따라서 들개에 의한 개물림사고는 발생하기가 어려움.
반면 집개가 훨씬 위험함. 매년 우리나라에서 2천 명이 개물림사고로 병원에 호송되는데 그중 대부분이 집개임. 묶이거나 갇힌 공간에 있어 공격성이 증가하고 보호자나 어린이를 많이 묾. 사람을 문다는 이유로 반려견을 없애야 하는지, 아님 반려견이 물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하는지. 들개는 물지 않고 위협감을 느끼게 할 뿐인데 없애는 게 아니라 공존 방법을 찾는 게 맞음.
우리나라 맹금류 중 검독수리가 있는데 고라니를 사냥하고 몽골에서는 늑대도 사냥함. 그럼 사람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들은 천연기념물로 보호받음. 반달곰은 호랑이도 만만히 볼수 없는 동물인데 반달곰은 굳이 복원함. 너구리는 광견병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런 이유들로 야생동물을 없애야 하는가. 아님. 이들과 공존할 방법을 모색해야.
들개와의 공존
들개를 우리나라 생태계 조절자로 존치하면 어떨가. 포식자가 부재해서 멧돼지와 고라니가 과잉 번식해 있어서 늑대나 호랑이, 표범 같은 포식자를 복원하자는 얘기가 있는데 이들이 적정하게 살 수 있는 서식환경도 없고 인명피해 가능성도 높음. 들개는 인명피해 가능성이 훨씬 적음. 미국 시카고에 2천 마리 정도 코요테가 사는데 은밀하게 다니면서 사람과 충돌을 거의 안 함. 들개도 이렇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없는 맹수를 굳이 복원하기보다 있는 포식자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게 맞지 않을까.
이에 대한 이상적인 사례로는 프레이저섬의 딩고가 있음. 딩고들이 섬의 마스코트로 보호받고 있으며, 인간과 충돌이 있을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포획함. 인간에게 다가오지 않게 하기 위해 먹이를 주지 않게 하고 음식물쓰레기를 깨끗이 치우고 경비견을 줌.
북한산 들개는 청소부 동물로, 한라산 들개는 포식자로 살고 있음. 이들과 공존하면서 구체적으로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대응하는 게 나음.
주택가로 내려오는 문제
정서적으로 수용된다면 인도처럼 같이 살 수도 있음. 근데 독박골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들개가 주택가에서 살기는 어려워 보임. 어린 개체의 소리에 야생동물이 자극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 피해 가능성도 걱정됨. 들개가 있는 지역은 음식물쓰레기를 깨끗이 치우고 주택가에 어린이가 밤에 혼자 돌아다니지 않도록 해야 함. 또한 야간산책을 하지 말아야 함. 산은 야생동물의 땅이고 밤은 그들의 시간임. 인간은 밤에 앞을 못 보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함. 야간산행은 야생동물의 삶을 교란시키기도 함. 사람이 지나간 곳에 삵은 18시간이 지나야 나타나고 고라니는 24시간이 지나야 나타남.
생태적 거리두기
인간과 들개가 만나지 않는 방법을 강구해야 함. 들개를 만나더라도 접근하지 말고 먹이를 주지 않아야 함. 들개 개체수 조절도 생각해본다면 들개는 번식력이 뛰어나고 유기견도 끊임없이 생기는데 들개가 포획되면 그 자리를 얼마든지 채울 수 있음. 조선 중종 때 패관잡기라는 책에 들개가 기록되어 있듯 들개는 항상 있었고 들개의 니치(생태적인 역할과 생태조건을 복합적으로 표현하는 말)를 조절해야 함. 또 포획 후에 안락사할 것이 아니라 중성화 수술을 해야 함. tnr은 75% 이상을 시행해야 효과가 있다고 함. 서울시의 길고양이 20% 정도가 tnr 되어 있다고 하는데 들개도 가능할지. tnr은 정소와 난소를 없애는 거고 tvhr은 관을 끊는 것인데, 길고양이는 35% 이상만 해도 효과가 있다고 함.
들개를 만났을 때
사람은 사람의 길을, 들개는 들개의 길을 가면 됨. 개물림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먹이를 주지 말고, 만지려 하지도 말고 다가가지도, 눈을 똑바로 보지도 말 것. 사람한테 하면 안 되는 무례한 짓을 개한테도 하지 말 것. 지나치는 행인처럼 무심히 지나칠 것.
집개와 관련해서는, 개가 혀로 주둥이를 핥는다거나 몸을 털거나 긁거나 하품하거나 빠르게 꼬리를 흔들며 짖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보이는 공격 신호임.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대는 건 공격 전조의 모습이니 주의할 것.
인간과 들개가 같이 살면 어떨까
유기견 보호소에 가봤음. 금강이와 똘이가 들개 출신이었는데 금강이는 들개 소탕 작전을 피해 강아지 때 주택가로 내려와 주민이 주는 밥을 먹고 4년을 지내다 발에 동상이 걸려 피고름이 나는 상태에서 구조됨. 보호소에서 온순해져 밥 주던 사람에게 입양됨. 똘이는 마을에서 올무에 걸려 구조되었는데 활동가를 무는 등 적응이 어려웠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의 손길을 점차 받아들임. 들개는 집개처럼 교감하기는 어렵지만 시간이 많이 지내면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이 가능할 듯.
방목형 유기동물 보호소 - 테리토리오 데 자구아테스(Territorio de Zaguates)
방목형 유기동물 보호소(900마리의 잡종 유기견 보호, 입양사업 실시). 잡종견 편견을 없애기 위한 홍보 활동을 함. 잡종개는 모든 품종 중 가장 우수하고 독특한 개임. 우리나라도 잡종 중대형견의 입양이 가장 안되고 있음. 특히 들개는 100% 입양 불가함. 이들을 불가피하게 수용(포획?)해야 한다면 방목형 유기동물 보호소 설치를 고려하면 어떨까.
버려진 개들은 소유자에게 인도되거나 입양, 자연사(/안락사)되고, 구조되지 않을 겨우 거리에서 죽거나 들개가 됨. 이중 가장 이슈되는 게 안락사인데, 안락사를 하지 않으면 애니멀호딩(Animal Hoarding Disorder, 키울 능력을 넘어서 과도하고 무책임하게 많은 동물을 키우는 것. 동물 저장강박증, 동물 수집증이라고도 함.) 쉽게 키우고 쉽게 버리는 문화를 바꿔야 함.
반려견 중성화를 보편적으로 많이 해야 함. 개가 과도하게 번식하면 인간이 감당하지 못하고 유기견이 될 가능성이 높음. 사지 말고 입양해야 하고 강아지공장 근절해야 하고 동물등록을 철저하게 시행해야 함. 반려동물을 버리지 않도록 반려동물 행동교정에 대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하고, 독일 정책(No-kill 등)을 참고해 반려견세를 도입해야 함.
최후의 변론
들개는 원래 사람 거주지 근처에 사는 동물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을 피해 산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산 속까지 쫓아가 죽이는 것은 너무하지 않은가요.
실제로 위해를 주지 않는데 두려움이 느껴진다고 들개를 포획하여 안락사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인간이 얻는 것은 잠재적인 공포감을 없애는 것이지만 들개가 잃는 것은 생명입니다.
그리고 들개는 사실 별로 위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청소부동물에서 포식자까지 다양한 생활상을 보이는 매력적인 포유동물입니다. 이제 들개를 하나의 생물종으로 인정하고 공존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요?
질의응답
Q. 반려견세, 독일 노킬정책에 대해 좀 더 알려주실 수 있는지?
독일에선 개를 입양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음. 버려지는 개들이 적고 이들을 보호소에서 죽이지 않음. 개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반려견세를 부과함. 우리도 이런 얘기가 있었는데 사라짐. 반려견은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세금을 내게 하고 유기견보호를 하게 하는 것. 재정 기반이 없으면 안락사를 할 수밖에 없는데 (독일은) 포획되는 양이 적고 입양도 잘되고 유지할 수 있는 세도 있어 유지가 됨. 반려견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개를 키우는 것에 신중하기도 함. 우리는 개를 대량생산, 소비하는 구조라서 쉽게 개를 사고 쉽게 버릴 수 있는데 개를 키우겠다면 신중한 결심이 필요함. 입양에 따른 시간과 금전적 부담을 져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개를 키울 능력 이상으로 키우고 있음.
Q. 들개에 대한 르포같은 에세이를 쓰신 것 같은데, 다른 동물이나 주제에 초점을 맞춰서 집필하고 계시거나 주목하고 계신 게 있는지.
길고양이에 대해 썼고 출간도 했음. 지성사에서 출판했는데 반응이 좋지는 않았음. 여주에 농사를 짓게 되면서 그 동네에 꽃분이라고 이름을 지은 고양이가 있었는데 농촌 고양이들은 실내에 기르는 게 아니고 풀어 기르는데 (집고양이와 길고양이의) 경계가 애매함. 근데 본인을 매우 따랐음. 들개와 길고양이 다음으로는 탐조 모임을 하고 있음. 탐조를 많이 해서 나중에는 책으로 쓰고 싶은데 퇴사하기 전에 탐조동아리를 만들고 퇴사하고 싶음. 식물 쪽으로는 수목장 관련해서 책을 썼고, 본인이 쓸 수 있는 분야는 아닌 것 같은데 식물의 의지와 의식에 관심이 많음. 근데 단순한 관찰로 쓸 수 있는 게 아닌 방대한 분야라서 쓸 수 있을지 모르겠음. 약간 종교적인 면도 있고 철학적인 면도 있어서 나중에 (지식이) 쌓이면...(준비하고 싶음.)
Q. 버려진 유기견과 동네개들의 구분 기준은 무엇인지?
유기견은 정착을 하지 못하고, 전에 주인이 있었으나 지금 주인이 없고 고유한 영역을 갖지 못하고 떠도는 상태임. 들개는 고유한 영역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생활하고 있음. 특히 막 버려져 영역을 구축한 개보다 들개가 자체적으로 번식해서 낳은 개들에게 들개의 독립적인 습성이 짙은 경향이 있음. 동네개는 들개가 가장 큰 범주인데 들개중에서 인간의 거주지에서내려와서 영문에선 빌리지독이라고 하는데 마을에 내려와서 사는개. 주인이없고 마을자체를 영역으로 하는 개. 파리아개들을 동네개라고 할수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존재할수가없음. 반면 와일드독이라고해서 인간의거주지가 아닌곳에서 사는개들은 산으로 올라간애들. 근데 한라산은 조건이 다름. 사냥을 하려면 완경사지가 필요한데 제주도는 순상화산인데 한라산만 종상화산이라 툭 튀어나와있음. 평지라 들개가 사냥이 가능. 북한산에는 고라니가 별로없는데 한라산에는 많아서 좋은먹이감도있고 경사도완만하니 딩고처럼 생활가능. 독박골동네개가 너무 보기 좋았는데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선 동네개가 살아남기 어려움. 근데 산은 그들의 땅인데 가는거 너무 위험하다.
Q. 독박골 사례가 아쉬웠다고 하신 건 사람들이 들개와 거리를 두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인지?
인간적인 연민. 그들이 인간과 같이 사는 게 너무 보기 좋았고 마을에선 인도나 동남아처럼 질서가 만들어져 있었음. 근데 정작 마을사람들은 문제시하지 않는데 주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해서. 마을에서는 의료적 처치도 받고 먹이도 먹고 행복하게 살았는데. 독박골 주민하고 살뜰하게 사는 모습이 너무 좋았고 이들이 포획돼서 사라진 게 인간적인 입장에서(아쉬웠음). 거기서 마을공동체 사업을 신청해서 사료 같은 걸 지원받으려고 서울시에 사업을 신청했는데 서울시에서는 울타리에 가둬 기르는 용도로 지출을 제한한 것. 주민들이 이를 거부하는 과정이 애틋했음. 결국 안락사되게 생겨서 주민 부부가 개들을 입양하고, 그 과정들이 애틋했음. 꼭 이렇게 끝내야 했는가.
Q. 관심사가 동식물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정당이나 정치인을 투표할 때 관심사를 반영하시는지.
녹색당 홈페이지도 이번에 보게 되었는데 많은 부분이 공감되었음. 그런 부분을 전면에 내세운 후보가 없는 거 같음. 당장에 저는 현안에 민감해서 녹색당을 찍고 싶지만 민감한 입장에서 다음 정권에 필요할 것 후보를 선택함. 일반적인 사람들이 다 이럴 것 같음. 사표가 되는 걸 알면서도 방향성을 보고 찍었던 것도 있었고 A 후보가 대통령이 될까 봐 B 후보를 찍었던 적들도 있었음.
Q. 블로그나 SNS를 하시는지
SNS는 하지 않음. (관찰, 저술활동 등을) 알리려면 블로그가 필요하긴 한데 왠지 동력이 나지 않음.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시간이 제한되어 있기도 하고.
Q. 그럼 평소에 글을 계속 써놓으시는지?
매주 방문해서 어지럽게 써놓았던 것들을 정리해서 투고함.
Q. 처음부터 출간을 염두에 두고 들개를 관찰했는지?
그런 경향이 있음. 수목장 때 10군데 투고했는데 안돼서 자비출판(?)함. 정말 하고싶었지만 못 했던 동식물 관련해서 투고하자는 생각이 들어 들개를 관찰해 투고함. 위치추적기를 달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맨땅에 헤딩하기 좋은 게 들개라고 여겨져서 들개를 관찰함.
Q. 대학원에서는 환경생태공학을 공부하셨지만 일은 공기업에서 하시는데, 학부생 때는 무슨 공부를 하셨는지가 궁금함.
행정학을 전공함.
Q. 같이 관찰하러 다니신 분들이 있는지? 탐조는 어떻게 하게 되셨는지?
친구 두 명이랑 등산을 다니기도 함. 고양이는 혼자 관찰함. 탐조 동아리는 처음인데 새는 개체 구분이 어려워서 깊고 유의미한 관찰이 어려움. 들개 루팡, 눈물처럼 개성있는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라 종 전체를 봐야 해서 아쉬움.
Q. 네이처링 앱 아시는지
네이처링 아파트탐조단에 가입신청해서 활동 중. 동네에서도 하고 평택에도 가고. 평택에 가니까 확실히 새들이 많았음. 새 구분을 잘 못하는데 같이 있는 사람들이 구분해 줌.
Q. 비둘기에도 관심이 있으신지
처음에는 비둘기를 쓰려고 했는데 개체 구분이 안돼서 포기. 예전에는 그렇게 좋아했다가(평화의 상징 등으로 소비하다가) 이렇게 대할 수 있나 싶고, 발가락도 없고 너무 불쌍해서 관찰하고 싶었는데 개체 구분이 안돼서 (포기함). 날개가 다 달라서 날개로 구분하려고 했는데 잘 안됐음. 그리고 들개가 대형까지는 아니지만 중형 포유동물이라 매력적이었는데 많이 보지 못한 게 아쉬웠으나 행복한 시간이었음. 인쇄 들어가기 전에 북한산 다니던 시간들을 회상하면서 행복한 기분이었음.
Q. 앞으로도 저술활동을 많이 하실 것 같은데
많이 쓰고 싶음. 근데 쓰고 싶다고 (마음대로 되지는 않음). 생각이 쌓여야 하는데 새는 한 4~5년은 봐야 할 것 같음. 쓰고 싶은 의지가 있고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음.
저자의 Q. 본인의 주장이 설득력있게 느껴졌는지?
참가자들: 설득력이 있었음.
참가자 발언
지인: 매스컴에서 들개가 위험하다고 하니까 위험하지 않은 걸 위험하다고 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 위험한가보다 했는데 들개가 집개보다 위험하지 않다고 하신 게 새로운 정보였음.
유리: 개물림 사건에 대해 생각할 때 들개와 집개를 구분하지 않고 매스컴에서 하는 말을 듣고 위험하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한 것 같음.
선화: 당위성 측면에서 생명이니까 보호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오랜 시간 관찰하며 축적된 데이터와 통계를 토대로 이야기해서 설득력이 컸음.
선화: 들개 관찰과 저술활동에 대한 애정과 시간이 많이 담긴 게 느껴져서 더 좋았음.
주희: 좀 극단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산에 가는 것 자체를 싫어함(가면 안 된다고 생각함). 사람들이 가서 한다는 게 담배 피우고 쓰레기 버리고 캠핑장 만들고 케이블카 만들고 하는 건데, 또 사람이 다녀가면 야생동물이 도망쳐 다녀야 하고 그들의 생활패턴에 분명히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텐데. 이미 인간이 점유하고 있는 영역이 이렇게 많은데 굳이 야생동물에게 피해 주면서 그들의 공간까지 침범해야 하나. 들개 문제에 있어서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 책을 보며 화가 많이 났음. 굳이 잘살고 있는 개들을 인간의 불편함 해소 따위를 명분으로 포획해 죽이려 하고. 설사 들개가 위험하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포획하고 죽이는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음. 야생동물이 인간과 다른 동물에게 경계심을 가지는 건 당연한 건데, 인간이 알아서 피하고 그들의 가까이에 안 가면 되는데 굳이 그들의 영역까지 침범해 놓고 야생동물이 무서우니 치워버리자는 게 무슨 생각으로 하는 말인지 모르겠음. 책에서 인도 산자이 간디 국립공원 토착민들이 21마리 표범들과 함께 산다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 사람들 야생동물에 참 유난이다 싶었음. 그리고 오히려 사람들이 개들을 경계하고 배척하는 게 개들의 경계심을 더 키운다는 생각도 들었음. 정작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아 하면 들개들도 인도나 동남아의 파리아개들처럼 사람을 무시할 텐데 인간들이 자꾸 개들을 못살게 굴고 내쫓으려 하니까 들개들이 인간을 상대로 더 긴장하게 되는 것 같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 발표에서 산은 그들의 공간이라고 짚어주신 점이 좋았음.
* 우재욱 저자의 저서 '들개를 위한 변론'을 녹색당사(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2-9 2층) 서울사무처 고정석 옆 책장에 비치할 예정이며, 미리 연락 주시고 찾아오시면 열람 및 대여가 가능함을 알려드립니다.(은평녹색당: eunpyeong@kgreen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