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 새옹지마다.
현재 근무하는 학교에 전근오게된 연유를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평소 야구를 좋아하여 주말마다 사회인 야구 동호회 활동을 한다.
미르팀 소속으로 국립 민속 국악원 분들을 주축으로 한 공무원 야구팀이다.
자비를 들여 일본에 건너가 일본인들과 야구를 할 정도로 야구에 미쳐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일본가서 관광은 하나도 안하고 진짜 야구만 2박 3일간 했다고 하니 와이프가 나보고 진짜 미쳤단다.
난 아닌것 같은데 와이프가 미쳤다면 미친게 맞겠지.
그렇게 운동을 계속 하던중 경기 중 무릎을 다치게 된다.
이게 나의 첫째 불행이라 생각했다.
이 때가 2019년이다.
하여 긴급하게 입원하여 수술을 하고.
3달간의 병휴직을 포함하여 한학기를 쉬게 된다.
교직 생활 처음으로 병가란걸 내본다.
다치고 나니 내가 좋아했던 야구가 싫어지고 드디어 나 자신에 대해서 또한 내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게 된다.
그동안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가족의 개념이 바뀌는 계기가 된다.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히 알게 된다.
내가 그 동안 얼마나 이기적이고 자만했는지.
이게 나의 첫째 불행이 오히려 행복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한학기를 쉬고 학교에 복귀하니 어느새 연말이 되어 인사이동 시즌이다.
올해까지 현 지역에서 6년 근무가 되어 실거주 혜택을 입고 동일 지역내 타 학교로 전근을 준비한다.
여기는 작은 소도시라 비선호 지역이어서 실거주 교사에게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
다들 2-3년만에 큰 도시로 떠나는 교사들이 태반이다.
서류를 제출하는데 교육청에서 담당장학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병휴직 3개월이 있어 근무일수가 6년이 아닌 5년 9개월이라 인사이동 대상자가 안된단다. ㅜㅜ
돌때 돌아야 하는데.
수학과 선생님들이 한꺼번에 도는 해가 있는데 바로 올해다.
올해 같이 못도면 내년에는 자리가 없을 수 있다.
자리가 없으면 이 도시가 아닌 도내 다른 곳으로 가야한다. ㅜㅜ
이럴수가.
이게 행복이 다시 불행으로 바뀌는 지점이다.
그리하여 3개월 부족으로 1년을 더 이 곳에서 근무하게 된다.
그렇게 2020년은 시작되고 3학년 담임으로 배정받는다.
총 6반의 담임 중 나 혼자 남자다.
이것이 또 불행이 행복으로 바뀌는 시점이다.
난 여자가 좋기에. ㅋㅋㅋ
다들 아름다우신 분들이라 더 좋다.
1년동안 너무 행복했다.
꽃향기가 나는 교무실에서 잘 지냈다.
다시 연말이 되어 인사이동 시즌이다.
서류를 다시 쓰려고 하는데 이번엔 자리가 없다. ㅜㅜ
작년에 다 돌았다고는 하지만 정말 이렇게 자리가 한자리도 없다니.
수학과에서 나 혼자만 움직인다.
갈 자리가 없다.
하여 이 도시에서는 인사이동이 불가하여 도내 다른 도시로 가야한다.
헐 어떻하지?
가족과 떨어져야 하나?
난 이 도시가 편하고 좋은데 ㅜㅜ
이것이 행복이 다시 불행이 되는 시점이다.
교감선생님과 상의하여 결국엔 이 도시를 쓰지 못하고 도내 가까운 순서로 도시 세 군데를 골라 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하게 된다.
서류를 제출하고 며칠간은 마음이 참 힘들었다.
운전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출퇴근 시간이 많이 소비되는게 참 싫다.
먼 곳으로 배정되면 어쩌지?
출퇴근 해야 하나?
주말 부부 해야 하나?
아직 아이들 같이 키워야 하는데.
서류 제출 결과 다행이도 가장 가까운 옆 도시로 배정이 된다.
그 중에서도 또 운이 좋게도 옆 도시내 학교이지만 현 도시와 가장 가까운 경계 지점의 학교에 배정이 된다.
그 곳이 지금 2021년도에 근무중인 현 학교이다.
작은 학교로 배정이 되었다.
15학급 이상의 큰 학교에서만 근무해 왔던 나로서는 작은 학교에 배정이 되어 참 기쁘다.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다.
집에서 학교까지 시간을 재보니 25분이 걸린다.
그래도 이 정도면 다행이다.
그렇게 난 이 좋은 학교를 만나게 된다.
이것이 불행이 다시 행복이 되는 시점이다.
인생은 정말 새옹지마인가 보다.
언제나 행복하기만도 불행하기만도 하지 않다.
이 모든게 다 내가 야구하다 다친 덕분이다.
이제 조금은 인생을 바라보는 눈이 생긴다.
삶의 지혜도 생긴다.
불평하지도 자만하지도 말고 만족하며 이 순간을 성실하게 살아가야겠다.
그리고 톨스토이의 말대로 지금 여기 내곁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 하련다.
추신
지금 이 학교에 온 덕분에 생각이 많아 이렇게 글도 쓰고 코딩도 공부하고 더 열심히 살고 있다.
이젠 때문에가 아닌 덕분에의 자세로 감사하며 지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