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9일, 우리 가족의 특별한 만남이 이루어졌다. 만남.. 생각해 보면 예삿일이 아니다. 한 가족으로 일생을 함께 사는 운명을 어떻게 사사로이 넘길 수 있겠는가? 여러 만남이 있지만 부모와 자식간의 만남, 부부간의 만남처럼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인 것은 없다. 그래서 화엄경의 인과설에서는 화락한 부부가 되기 위해서는 전생에 8천겁을 산 사람에게 주어지는 운명이라고 했다. 부모 자식간의 만남은 전생에 일만겁을 살아야 주어지는 운명이라니 이 얼마나 위대한 만남인가?
그 인연의 사람들이 함께 했다. 그렇게 함께하기 위해서 설렘의 과정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만남을 위한 준비과정은 긴장과 기쁨이 상존한다. 부모는 자식과 며느리를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마음과 몸이 바쁘다. 시장을 보고, 반찬거리를 준비한다. 그 정성이 있기에, 그런 과정이 있기에 만남이 아름다운거다. 자식들은 부모를 위해 밤잠을 설쳤을 것이다. 며느리는 더 했을 것이고... 주말은 직장에서의 어려움들을 풀어낼 좋은 시간인데, 부모님을 모시기 위한 마음으로 긴장의 시간들을 가졌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만났다. 강남 고속터미널, 신세계 백화점 앞에 기다리고 있던 우리 부부는 아들 내외와 반갑게 만나 차에 올랐다. 작은 아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달렸다. 이제나 저제나 오실 부모를 기다리고 있던 작은 아들이 우리차를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고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되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남산 서울타워다. 서울 시내가 다 내려다 보이는 타워 '한쿡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남산은 서울의 상징이다. 서울이 아름다운 것도 남산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서울 나들이를 할 때, 남산을 빼 놓지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남산은 남녀노소 구별 없이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높지 않은 작은 산이지만 결코 작지 않음 때문이다. 산책코스로, 데이트 코스로 낭만을 안겨주는 명소다. 답답한 마음들을 풀어헤칠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로 손색 없는 곳이 바로 남산이다. 몇 년전, 한양도성길 순례에서 남산을 찾고 오늘 다시 찾은 남산이다.
남산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남산을 찾았다. 외국 관광객들도 많았다. 변함 없이 사랑받는 남산이다. 남산으로 가는 입구 주차장에 파킹하고 남산 순환버스로 올라갔다. 일천만이 살아가는 서울, 숨이 턱턱 막히는 아스팔트길과 건물들로 꽉 채워진 답답함을 남산은 달래준다. 쉼터다. 활력소다. 숨통을 트는 장소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는 순식간에 오른다. 오르는 동안 내부에서 영상 우주선을 탄듯한 기분을 연출한다. T7층의 전망대와 T5층의 전망대를 잠깐 보고 12시 20분으로 예약이 되어 있는 T3층의 한쿡레스토랑으로 내려갔다. 장마철이라 약간 르린 날씨속에서 내려다 보이는 서울..서울의 랜드마크는 바로 남산서울타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63빌딩과 롯데 타워에서 느낄 수 없는 신선한 맛이 있다. 높이가 236.7m로 그리 높은편은 아니지만 남산의 해발고도까지 합하면 479,7m라니 적지 않은 높이다.
자리를 잡고 눈 밑으로 존재하는 서울 시내, 그 화려하고 높았던 건물들이 우리 눈 밑에서 작은 점들이다. 밥 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하나의 점으로 반짝이듯, 하나의 점들이 빼곡이 들어서 있다. 그 안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이 펼쳐진다고 생각하니 경이롭기도 하고, 하찮아 보이기도 한다. 먼 또다른 세계에서 본 이 지구가 한 점이고, 그 한 점에서 수억의 인간 군상들이 살아간다. 전쟁이 있고 평화가 존재한다. 치열한 경쟁과 협력이 있다. 잘사는 국가 못사는 나라가 있다. 더운나라, 추운나라, 사계절이 있는 나라가 존재한다. 개인들 사이에서 끊임 없는 사랑이, 반목과 질시가 이루어진다. 매일 새 생명이 탄생하고 매일 매일 죽어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보다더 행복한 삶을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친다.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건다. 사상과 이념의 대립으로 매일이 시끄럽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 보면 비극이 인생이란 말이 실감이 난다. 멀리 그리고 높은데서 바라다 보이는 서울은 평온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점일 뿐이다. 그러나 현장으로 내려가 보면 그곳엔 치열함이 처절하다. 지금은 단지 이 높은 곳에서 희극의 세상을 바라다볼 뿐이다. 이 자리에서 보면 비극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동안 인사발령에 의해 출퇴근 거리가 멀어진 며느리가 좀 야윈듯하여 안쓰럽다. 우리 가정의 한 식구가 되어 서로를 맞춰간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서로의 이해와 배려 없이는 쉽게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다. 오늘의 이 이벤트를 만든 것도 며느리다. 그 덕분에 오늘의 이 아름다운 만남이 더욱 뜻이 있다.
주 메뉴 하나를 선택하고 나머지는 부페로 각자 취향대로 골라 먹을 수 있게 되어 있단다. 각자 주 메뉴를 주문했다. 주 메뉴가 나오기 전에 간단한 음식을 접시에 담아왔다. 그러듯한 상차림이 완성되었다. 음식과 사랑이 어우러지는 축제 한마당이 펼쳐진다. 음식나눔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다. 먹는데서 정든다고 한다. 함께 밥을 먹는다고 해서 식구라고 한다. 사랑을 함께 먹는 이 순간의 행복이 최고의 행복이 아닐 수 없다. 마침 시장기도 도는 시간이기에 더욱 맛있는 점심이다.
오늘의 정점은 생일 축하다.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아들 내외가 마련한 자리다. 지금까지는 이 시간을 위한 한 과정이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그 역사적인 날, 숱한 고비 고비를 지나 여기까지 온 그, 감사는 말할 수 없다. 그 감사함을 사랑으로 축복받는 그 기쁨은 너무도 행복하다. 오늘은 기쁜 날이다. 행복한 날이다. 이런 기쁨의 날들을 오래 오래 맞기 위해 심신을 건강하게 하리라는 다짐을 다시 한다. '고맙구나. 난 너희들이 있어 행복해' '너희들도 건강관리 잘하고 행복하게 살아라'
나의 삶을 뒤돌아 본다. 너무도 감사함 뿐이다.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살았다. 몸이 약해서 부모님 걱정을 많이 끼쳐드렸는데 지금은 누구보다 건강하다. 교육열이 강하셨던 부모님 덕분에 그 시골에서 자라면서도 일을 시키지도 하지도 않으며 자랄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해 주신 부모님의 사랑을 잊을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공부였고 공부밖에 없었다. 내 곁에서는 늘 책이 존재했고, 그 덕분에 교육자가 되고, 분에 넘치는 사랑안에 존재 했다. 20대에 시작한 교직, 30대 교감이 되고, 40대 교장, 마지막 마무리를 대학에서 했다. 이 얼마나 축복받은 인생인가. 지금도 배움에 대한 갈증은 끝이 없다. 매일 독서하고, 글쓰고, 사회활동하고, 가까운 이웃과 친구들을 만나면서 행복한 생활을 한다.
오늘은 다시 나를 다짐하는 날이다. 우리 아이들이 나로 인해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다짐이다. 그것의 첫재가 건강이다. 건강관리를 잘 해서 아이들에게 짐이 되지 않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굳게 한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건강하다. 철저한 새벽형 인간이다. 새벽 3시~4시 사이에 일어나는 습관은 평생이다. 독서하고 글쓰는 일도 평생이다. 새벽운동도 마찬가지다. 그 덕분에 오늘의 건강이 주어진 것이라 확신한다. 물론 부모님으로부터 좋은 유전자를 받은 것도 크지만,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하다는 그 생각이 늘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 같은 것이 자리한 것이 아닌가 한다.
퇴임 후에 느낀 것은 의외로 주변에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4~50대 건강관리를 잘 못해서 그렇다. 4~50대 건강 관리는 노후의 건강의 토대를 만드는 기초가 된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돋보기를 써보지 않았고, 충치 하나 없는 이를 가진 것은 타고난 것과 관리가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헤어지는 순간들은 늘 아쉽다. 그러나 만나면 헤어지고, 만나기 위해서 헤어지는 것이 이치다. 섭섭해할 이유가 없는데도 섭섭한 것 또한 사람이다. 휴대폰을 바꿀때가 된 것 같다며 휴대폰을 교체해준 아들 내외, 늦게까지 공부하는라 애쓰는 결이, 함께 동행하며 함께 기뻐해준 아내가 고맙고 사랑스럽다.
서산행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한 시간은 한 밤중이다. 쏟아지는 행복한 꿈속에 빠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