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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에서 운영하는 한 스포츠센터가 장애인의 수영장 이용을 거부해 물의를 빚다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등과의 면담에서 이에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불편함 없이 이용하도록 편의시설을 갖추겠다고 약속했다.
경기도 김포 한강신도시에 사는 이형숙(48, 지체장애 1급) 씨는 지난해 9월 김포한강스포츠센터에 수영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프로그램 대기자가 많은 탓에 이 씨는 신청한 지 9개월여 만인 지난달 10일 처음으로 수영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이날 새벽 6시 수영장을 찾아간 이 씨는 제대로 된 편의가 갖춰지지 않아 수영장을 이용하는 데 애를 먹었다.
먼저, 장애가 있어 서 있기 힘든 이 씨에게는 앉아서 탈의하고 샤워하도록 의자가 필요했지만, 탈의실과 샤워실에는 앉을만한 의자가 없었다. 또한 물기가 많아 미끄러지기 쉬운 샤워장에 이 씨가 의지할 안전봉도 없었다. 탈의실과 샤워실에 의무적으로 있어야 할 보조인력도 배치되지 않았다. 이날 이 씨는 수영장 직원과 강사가 부축해준 덕에 첫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틀 뒤인 지난달 12일 새벽 6시 이 씨가 수영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 안내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직원은 “접수할 때 편의 제공을 요청하지 않아 (편의시설과 보조인력을) 준비하지 못했다. 준비가 다 될 때까지 이용하지 못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안내 직원은 “스포츠센터 직원들은 이른 9시부터 늦은 6시까지 일하므로 새벽 6시부터 하는 수영 프로그램에 인력을 지원할 수 없다”라며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으면 수영 프로그램에 참가하긴 어려울 것 같다”라고 밝혔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 씨는 “나는 다른 운동을 할 수 없어서 수영을 신청했다. 10일에 수영 프로그램에서 발차기를 배웠는데, 수영을 배우고 나니 몸이 풀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라며 “12일에도 수영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 했는데, 직원이 장애인은 이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직원이 그렇게 나오니 무척 당황스러웠다.”라고 토로했다.
이 씨는 “내가 접수할 때 편의 제공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지난 2월과 5월에 스포츠센터에 왔을 때 편의 제공을 요구한 적이 있다”라며 “탈의실과 샤워실에 의자를 배치하고, 안전봉을 설치하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스포츠센터를 이용하는 노인분들도 자주 요구했던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스포츠센터는 아직 이러한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지난달 12일 이 씨는 장추련에 본인이 차별받은 상황을 제보하고, 10일 장추련, 경기·김포지역 장애인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김포시청 공무원, 김포한강스포츠센터 관계자 등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날 면담에서 이 씨 등은 김포한강스포츠센터에 △장애인의 접근 및 프로그램 참여를 위한 모든 편의 제공 △장애인 프로그램 이용, 샤워실과 탈의실 이용에 대한 안정적인 보조인력 제공 △편의제공 미제공으로 참여하지 못한 프로그램 수강료 환급 △장애인 차별에 대한 김포한강스포츠센터의 사과 △김포한강스포츠센터와 김포시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 시행 △김포 시내 문화·체육시설 편의시설 전체 점검 등을 요구했다.
장추련 김성연 활동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아래 장차법)과 시행령에는 인구 30만 명이 넘는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체육시설은 장애인이 원하는 편의를 제공하고, 이를 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라며 “인구가 30만 명이 넘는 김포시에서 시설 문제를 점검하고 문제를 바로잡는 건 장차법상 의무”라고 설명했다.
김 활동가는 “굳이 인구를 따지지 않더라도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장차법과 장애인·노인·임산부편의증진법(아래 편의증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항”이라며 “이 스포츠센터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함에도 기본적인 시설도 잘 갖춰지지 않은 듯하다. 이는 장차법과 편의증진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활동가는 “또한 장차법에서는 편의시설과 더불어 문화·체육시설에 보조인력을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가 보조인력이 없어 새벽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것 역시 장애인 차별”이라며 “새벽 프로그램을 폐지할 것이 아니라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모든 시간대에 보조인력을 배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형숙 씨는 “노약자분들이 이 스포츠센터를 많이 이용하는데, 이분들이 탈의하고 샤워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도 앉아서 쉴 만한 의자 하나 없다”라며 “노약자들이 사용하는 데 편한 의자를 마련했으면 한다. 샤워기 위치도 앉아서 쓸 수 있도록 내려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 씨는 “서울에서는 노약자를 위한 의자를 마련하고 안전봉을 설치한 체육시설이 많다고 들었다. 이런 사례를 참고해서 편의시설을 갖췄으면 한다.”라며 “나는 다음 주라도 당장 수영하러 나오고 싶다. 김포한강스포츠센터에서 빠르게 편의시설을 갖춰달라.”라고 당부했다.
이에 김포시, 김포한강스포츠센터 관계자는 장애인 차별에 대해 사과하고 장애인 편의시설을 이른 시일 안에 갖추겠다고 약속했다. 보조인력 배치 문제는 예산을 이유로 난감하다는 의견을 표시했으나, 김포시청 내부적으로 논의해 보조인력을 배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포시 관계자 등은 “내부적으로 관련 법률과 이행 계획을 논의하도록 하겠다”라며, 오는 18일까지 요구사항에 대한 이행 계획을 담아 장추련에 공문으로 보내기로 약속했다.
한편 이날 면담에 참여한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이후 김포 시내 문화·체육시설 내 편의시설 설치 여부를 감시하고 정당한 편의제공을 촉구하는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탈의실 모습. 노약자가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 평상 등이 없어 시설을 이용하는 노약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
![]() ▲샤워실 내부 모습. 노약자들이 잡을 만한 안전봉도, 앉아서 샤워할 의자도 갖춰지지 않았다. 또한 샤워기가 높은 곳에 고정돼 장애인, 노약자가 물살 방향을 조절하기도 어렵다. |
![]() ▲샤워실과 수영장을 잇는 통로.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들이 잡을 수 있는 안전봉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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