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마스크 증후군
우리는 우리가 되지 못한 채 무기를 날카롭게 갈아
모진 추억을 새기는 사람
누구인지 알고 있니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면 벌금이거나 과태료에 처한다는
쓰레기더미에 폐기처분된 사람
누구인지 알고 있니
짝발로 버티다 발길질에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
되돌아와야 하는 사람
누구인지 알고 있니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온다는 시인은 봄이 오지 않은 들에서 죽었고
책속에 길이 있다는 미련한 상상을 하며 이미 죽은 사람
누구인지 알고 있니
탑 밖으로 머리카락 늘어뜨린 라푼젤 바깥으로 향하지 않고
높게 벽을 쌓으며 머리카락 자르지 못한 사람
누구인지 알고 있니
맞은편 문을 미는 들이고 싶지 않은 적과 적에게
일방적인 승리를 내어주며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사람
누구인지 알고 있니
곱은 웅킴 뒤에 한 겹 얇은 막을 마음이라 이름짓고
새벽이슬에 젖는 사람
누구인지 알고 있니
온통 두려움뿐인 불안 한걸음 물러서면
두 걸음 세 걸음 물러서야 살아남는 사람
걱정없어, 잘하고 있어
행복을 가장한 웃음을 강요 받으며 마침내
이 지경에서 저 지경으로
끝내 무덤덤하게
어떤 꼬리표도 달지 않은 날 밝아 오는 거지
또 살겠다는 숱한 결심이 무성해지지
모던포엠201810
카페 게시글
원갑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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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항상 거짓웃음을 얼굴에 달고 살아야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묘하게 병치되고 있군요.
어떤 꼬리표도 달지 않은 날 밝아 오는 거지
또 살겠다는 숱한 결심이 무성해지지
삶의 집념이 자신을 견디게 하는 힘이라고 말하는 단단함이 희망의 동아줄이겠지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