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충무공 이순신 백의종군길 도보 대행군 기행록(6)
6. 백의종군 중 모친상의 정경을 살피다(현충사 – 게바위 왕복 30km)
8월 12일(수), 오전에 흐리다가 오후에 세찬 소나기 만나다. 아침 7시, 숙소 인근의 식당에서 콩나물해장국을 들고 현충사로 향하였다. 시청으로 통하는 대로변인데 택시 잡기가 쉽지 않다. 10여분 만에 겨우 탑승, 지방도시의 한가로움일까?
오전 7시 반, 현충사를 출발하여 옛적에 배가 드나들었다는 게바위로 향하였다. 충무공이 백의종군 아산체류 중 어머니의 죽음을 맞은 비운의 현장에서 인고의 정신과 불굴의 기개로 충과 효의 절묘한 본보기를 보인 학습장을 탐사하는 코스, 현충사에서 15km 떨어진 곳이다.
현충사에서 염치읍 쪽으로 향하는 길
일행은 당일참가자 2명을 포함하여 16명, 현충사 후문을 지나 10여분 걸으니 한적한 교외로 빠진다. 폭우 탓인가, 도로변에 쓰러진 나무가 통행로를 가로 막고 빗물 고인 웅덩이가 보행에 불편을 안겨준다. 한 시간 반 걸어 이른 곳은 염치읍 행정복지센터, 그 직전의 초등학교 교명은 염티초등학교다. 복지센터 직원에게 확인하니 티와 치는 고개를 뜻하는 한자 峙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곳에서는 둘을 병용한다는 설명이다. 읍 소재지의 가게에도 염티반점, 염치정육점 등의 혼용 실례가 여럿 눈에 띤다. 걸으면서 한 수 배웠네.
잠시 후 번잡한 도로를 벗어나 뚝방 길로 접어든다. 뚝방 양편의 푸른 들판이 풍요롭고 산자락에 높이 솟은 송전탑이 아직도 진행 중인 개발을 상징하는 듯, 일행을 반기는 듯 떼를 지어 나는 새들의 퍼레이드가 운치 있다. 게바위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10분, 천안에 거주하는 한국체육진흥회 충남지회 고재경 회장 부부가 먼저 와서 반긴다. 천안 명산 호두과자, 흘린 땀 씻으라고 아이스크림, 얼음을 잰 냉수 등을 한 아름 싸들고.
향토문화유산 게바위를 찾아서
향토문화유산 게바위의 유래와 사연은 이렇다.
‘옛날에는 여기까지 강물이 흘러 배가 드나들었다. 이곳에 나루도 있었는데 삽교천 방조제 공사 후 바닷물의 양이 줄어져 바위가 갯벌에 묻히고 논이 들어섰다. 임진왜란의 정유(1597년) 재침 시에 충무공은 모함에 빠져 옥중에 있다가 풀려나 백의종군 중 어머니의 부음을 들었다. 어머니 변(卞) 씨 부인은 82세의 노구로 멀리 여수 고음내에서 아산으로 향한 뱃길 도중 운명하여 그해 사월 열사흘에 이곳 게바위에 닿았다. 뱃길로 귀환 중인 어머니를 기다리던 충무공은 뜻밖의 비보에 망연자실, 그 심경이 오죽하였을까. 장군과 그 시대는 갔어도 역사는 남아 이 게바위와 더불어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일행 모두 숙연한 마음으로 묵념을 올리고 충남지회장이 준비한 간식을 들며 환담을 나눈 후 11시 40분에 발걸음을 돌렸다. 게바위에서 40여분 거리에 3년 전에도 이용했던 뷔페식당이 있다. 식당에 들어서니 손님들로 북적인다. 음식이 깔끔하고 메뉴도 다양한데 가격이 경제적이어서 마음에 든다. 고재경 회장이 점심을 대접, 여러모로 고맙다.
13시 넘어 오후 걷기에 나서자 갑작스럽게 비가 내린다. 잠시 후 강도가 높은 소나가로 돌변, 쉽사리 그칠 기미가 없다. 제방 길은 쉼터나 비 막음 장소가 없어 난감, 다행히 하천을 관통하는 도로 밑에서 큰비를 피하였다. 이보다 먼저 출발하여 다리 밑을 지난 이들은 장대비에 흠뻑 젖기도. 기상 예보로는 비가 오지 않을 것이라서 불의의 일격을 당한 느낌, 매사에 유비무환을 되새긴다.
목적지인 현충사 인근의 애견센터 앞에 도착하니 오후 4시, 30km를 예상보다 힘들게 걸었다. 스탬프를 찍고 곧바로 숙소 행, 중국음식으로 저녁식사를 들며 지난 5일 동안의 과정을 돌아보고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논의하였다. 저녁모임을 파할 무렵 박승운 백의종군보존회장이 작별인사차 찾아와 품위있는 붓 한자루씩을 선물하며 건투를 빈다. 97세의 노모를 모시느라 바쁜 시간을 틈낸 박회장 님, 고맙습니다. 불순한 일기와 강행군의 여정을 잘 견디며 초반을 마무리하였으니 남은 일정 더 충실하고 보람 있어라.
현충사 ~ 게바위 왕복일정의 마무리, 스탬프 찍기
* 난중일기에서 살핀 어머니를 여읜 충무공의 상심과 애통은 다음과 같다.
1. 4월 13일(계유) 맑다. 일찍 아침을 먹은 후에 어머님을 마중하려고 바닷가로 가는 중에 울이 종 애수를 보내 아직 배가 왔다는 소식이 없다고 했는데 얼마 뒤에 종 순화가 와서 어머니의 부고를 전했다. 뛰쳐나가서 발을 구르니 하늘의 해마저 캄캄하다. 곧 해암( 蟹巖, 게바위)으로 달려갔더니, 배가 벌써 와 있다.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다 적을 수 없다.
2. 4월 14일(갑술) 맑다. 홍 찰방과 이 별좌가 들어와 곡하고 관을 손보았다. 관은 본영에서 준비해 왔는데 조금도 흠 잡을 데가 없다고 한다.
3. 4월 15일(을해) 맑다. 친한 벗 오종수가 마음을 다해 상(喪)을 돌보니 뼈 가루가 되어도 그 은혜를 잊기 어렵다.
4. 4월 16일(병자) 궂은 비가 내린다. 배를 끌어다가 중방포(게바위에서 충무공의 집이 있는 현충사 가까운 곳의 포구)에 옮겨 대고 영구를 상여에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을을 바라보는데 찢어지는 아픔을 어찌 말로 다하랴. 집에 이르러 빈소를 차렸다. 비는 크게 쏟아지는데다 남으로 가는 길마저 또한 급박해서 부르짖으며 울었다. 빨리 죽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5. 4월 17일(정축) 맑다. 의금부 서리 이수영이 공주에서 와서 빨리 가자고 재촉했다.
6. 4월 18일(무인) 비가 종일 왔다. 몸이 몹시 불편해서, 그저 빈소 앞에서 곡만 하다가 종 금수의 집으로 물러나왔다.
7. 4월 19일(기묘) 맑다. 일찍 길을 떠나며, 어머니 영 앞에 곡하고 하직했다. 어머니의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백의종군 길을 떠나야 하니 천지간에 어찌 나같은 일이 있으랴. 빨리 죽는 것보다 못하다. 뇌의 집에 이르러 선조의 사당에 하직했다.(난중일기, 인간 이순신을 만나다 중앙books 허경진 옮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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