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육군포병사 공군으로 전군(轉軍) 소회-김 규

[김명수]

약사: 육군포병사 공군으로 전군(轉軍) 소회-김 규

이 회고는 대열임관50주년 기념책자 (가칭: 대열 반세기 여정)에 포함시킬 예정인 대열의 현역시절 활약 약사를 작성하기 위해 편집진에서 병과별 해당 동기들의 대표집필을 통해 제공받은 내용으로서, 책자발간 이전에도 동기생들이 함께 보면서 아! 그랬었구나! 하고 공감해 볼 필요도 있다고 보아, 회고담으로 전재(轉載)해 올립니다.

아래 내용은 특이하게도 육군방공포병부 소속에서 방공포병 업무가 공군으로 이관되는 바람에 공군으로 전군돼 공군의 신분으로 퇴역한 김규 동기가 그 특이한 과정을 작성한 것이어서, 이민재 동기와 같이 개인 회고록과 같은 글이 된다. 모두 함께 읽어주며 이해하면서 역사적 변환의 주인공이었음을 격려해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위원 김명수 (註)

육군방공포병사령부 공군으로 전군(轉軍) 소회

김규

개요

1991년 7월1일 부로 육군방공포병사령부가 공군으로 전군 되었다. 육군방공포병학교,유도탄 특수병기 지원부대와 육군본부에 편성된 유도탄 관련 기능부서도 함께 약 1만여 명(완편:13,00여 명)의 병력과 편성장비, 관련 부동산, 군수지원 시설 등이 모두 공군으로 이관된, 창군 이래 최대 규모의 군 조직 개편 작업이었다. 육군은 전체 방공 특기(당시는 포병의 일부) 약 2만여 명의 50%가 공군으로 이관되자, 잔여 1만여 명인 50% 병력은 육군 보병 병과에 방공특기로 편입 시켰다(대공포로만 편성된 이 보병 병과 방공 특기는 무기 특성을 고려하여 후일 다시 육군 방공포병 병과로 재창설 됨).

전군 정책 배경

이 전군 작업은 노태우 대통령 정부에서 대한민국 국군을 3군 병립체제에서 통합군으로 개편하기 위한 미래의 군구조 개편이라는 큰 틀 아래 기획한 기초 작업의 성격이 강했다. 대외 명분은 대한민국 영공 방위 체계의 지휘와 작전 통제의 일원화라는 취지 아래 육·공군의 유사 전투기능체계를 통합하자는 것이었다. 즉, 방공유도탄으로 편성된 육군방공포병사령부가 편성은 육군 예하이면서 방공작전은 공군작전사령부의 작전통제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지휘체계와 작전체계의 일원화를 하지 않으면 작전의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는 측면이 부각 된 것이다.

국방부는 1986년 합참에 ‘육·해·공 방공연구위원회를 구성하여 대한민국 영공 방위라는 큰 틀 아래 육군 방공포병의 공군으로 전군을 검토하기도 하였다. 이때 나는 육군 실무자 대표로 참여하여 세계 각국 고유의 방공체제를 소개하면서 한국군 고유의 방공전투기능체계의 역사성과 전투력 육성 그리고 견제와 운용 효율성을 갈파하면서 전군(轉軍) 반대 의견을 제시하곤 하였다. 그러나 이 전군 정책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이다 보니 육군은 별 이의 제기를 하지 못하였고 공군은 대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전군 작업 추진

이 전군 정책은 육군방공포병사령부(이하 육방포사)가 시행을 주관하고 육방포사 작전참모부가 주무부서가 되어 1년여 동안 추진하였다. 추진 실무위원장은 작전참모였던 내가 그 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나는 청와대 외교안보실, 국방부, 육군본부 그리고 공군본부를 오가며 전투부대 작전참모가 국방정책 이슈인 전군 작업을 기획, 계획 그리고 시행하면서 겪었던 애환은 한 권의 책으로 기술하기에도 부족할 것 같다. 당시 심혈을 기울인 분야 중 하나가 인사 문제였는데, 전군에 의한 신분 변화는 국방부 인사법 상 장군들과 의무 복무 병사들은 국방부 명령으로 군 신분이 전환 되지만, 령관 장교 이하는 본인의 희망이 전제 되었고, 이를 근거로 전군 심사를 했다. 나는 잔류냐, 전군이냐는 문제를 두고 고민하다가 육군에 잔류하기로 결정하였다. 왜냐 하면 방공포병 중 전군하는 방공포병사령부는 일사불란한 지휘체계와 지원체계 구비한 자생력을 충분히 갖추었다. 하지만, 육군에 잔류하는 단거리 방공무기인 대공포로 편성된 방공포병은 독립 포대 및 대대 단위로 보병사단이나 군단에 분산 편재되어 있어서 지휘, 교육훈련, 군수 지원 등에서 일사불란한 전투력 발휘가 곤란한 태생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수도기계화보병사단에서 대대장을 하면서 이 취약점을 직접 체험하였기에 이를 외면할 수가 없었고, 어떤 사명감이 있었기에 육군에 잔류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런데 전군 2주일 전 즈음 육본 전군 명령이 하달되었는데 내가 전군 자원에 포함된 것이 아닌가. 나는 지원서에 서명도 안 했다며 육본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육군본부는 묵묵부답이었고 공군본부에서 ‘당신 서명이 되어 있다.’ 그리고 전군작업을 주도한 당신은 전군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냐는 반문이 왔다. 누가 대리 서명을 했는지는 지금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전군 후의 보람과 오공·육공 갈등

군인은 상부(상관)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한다. 나는 9월1일 공군 대령으로 제복을 갈아입고 군번도 새로이 부여받으면서 전군 신고를 한 다음 공군본부 작전참모부 예하 방공포병처 창설에 매진하였다. 그야말로 밤을 지새우며 빠른 시일 안에 방공유도탄부대의 공군화 및 전투력 발휘 최상화를 위해 헌신한 것이다. 육·공군 문화 차이로 갈등도 많았지만 묵묵히 헤쳐 나갔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텅 빈 사무실이 2개월이 지나자 비문 케비넽 3개가 가득 채워지고 일반 서류함 케비넽도 다섯 개나 되었으나 부족할 정도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해 년 말에는 1개 처 내에서 대령 진급자가 2명이나 나오는 등 승진 대상자 모두가 진급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하였다.

이 과정에 있었던 ‘공규 위에 방규 있고, 방규 위에 김규있다’는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면, 공군본부 ‘91년 년 말 정책회의가 그 발단이었다. 각 참모부 정책 브리핑 시 어느 부서 하나도 방공포병 인수 이후 어떻게 공군전력으로 육성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다. 나는 이해할 수도 없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상황이어서 회의 말미에 작전부장의 양해를 구하고(공군정책회의 시 대령급인 처장은 관행적으로 발언권이 없었음) 손을 번쩍 들어 발언권을 얻고는 ‘만여 명의 병력과 장비를 인수한 우리 공군은 어떻게 하면 방공 전투 기능을 전군 이전보다 더 나은 전투력으로 승화시킬 것인가라는 소명을 받았음에도 이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라고 감회어린 성토 아닌 충언을 드렸다. 이 정책회의 후 예상대로 참모총장님의 불호령이 떨어졌고 내 사무실은 직무 별 처장들의 발길이 빈번해지기 시작했다. 지대공 전투력 보완 발전 방향, 공군규정 보완, 교육훈련 지침 수립, 군수지원과 인사제도 등 각 분야에서 발전 방향이 제시를 위한 자문이 나에게 집중된 것이다. 그런데 처장 보임 2년 만인 1993년 6월 공방포여단장 보임을 명받고 공본 처장 이임신고 및 보임 신고를 하는 자리에서 참모총장께서 덕담 반 농담 반을 하셨다. “어이, 여단장! ’공규 위에 방규 있고, 방규 위에 김규있다‘는 말이 있는데 유의하시오”라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이 말은 공군본부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회자되고 있었는데 정작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곰곰이 유추해보니 상기 총장 엄명 이후 공군규정에 방포규정을 어떻게 반영했으면 좋겠느냐는 자문이 있었을 때 나는 육군방포규정을 주면서 이것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공규에 방공포규정을 보완한 실무처장이 총장께 보고할 때 발생했다. ’이것은 무슨 의미이지‘라고 물으면 실무자는 깊이 있게 검토하지 않아 명확한 답변을 못 하였고, 총장은 그때마다 방포처장 김규에게 물어 보라는 지시를 하였던 것이다. 여기에서 파생한 것이 ’공규 위에 방규 있고, 방규 위에 김규 있다‘는 신조어로 된 것이다.

또 하나 문제는 병사들 내부에서 촉발 된 육공(육군으로 입대하여 공군이 된 병사)과 오공(오리지날 공군 병사) 간의 병 복무기간 관련 갈등이었다. 한 사례를 들면 병사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복무기간 문제였다. 육공 병사들은 비록 공군이지만 입대 당시의 신분을 기준으로 복무기간이 결정되었다. 따라서 육공 병사는 육군 규정에 의거 같은 내무반에서 같은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오공 병사들 보다 3~4개월 먼저 전역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여 육공과 오공 간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즉 비행기지 근무를 선호하면서 공군에 지원한 오공 병사들이 원치 않는 유도탄기지에 배치되고 근무 환경도 열악하면서 복무기간도 불평등 하다는 이유 있는 불평이었다. 그러나 공군 차원에서 이 문제를 분석했을 때 비행기지에 비해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여있는 방공유도탄 부대 복무자들의 복무기간을 육군 규정을 적용하여 3~4개월 단축하자니 비행기지에서 복무하는 공군 병사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었다.

이 문제는 결국 공군 내의 유도탄 부대와 복무환경이 비슷한 관제레이다 부대를 모델로 하여 유도탄포대에 야외 경계근무를 전담할 헌병 반을 편성하여 근무환경을 개선하면서 점진적으로 해결하였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아직도 공군 병사들 간에 방포를 공군의 특전사로 호칭하면서 방포 지원자가 항상 부족한 특기(육군 병과에 해당하는 호칭)가 되어 공군방공유도탄 부대 지휘관들에게 부대 지휘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에필로그

금년은 육군방공포병사령부가 공군으로 전군한지 만 30주년이 되는 해다. 공군은 그동안 전군한 나이키 유도탄은 폐기하고 페트리아트로 대체하였으며 전군 시 주력 무기였던 호크 유도탄도 최신의 국산 대공유도탄인 천궁Ⅰ, 천궁Ⅱ로 교체 중이다. 또한 북한의 각종 탄도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하여 차기 대탄도탄요격미사일도 개발 중이다. 부대 명칭도 공군방공포병사령부를 공군방공유도탄사령부로 개칭하면서 변신을 계속하고 있다. 나와 군생활의 애환을 함께했던 공군방공유도탄사령부 혁신에 찬사를 보내며 무운장구를 기원한다.

2021.6.28. 김 규

[김명수]

본문 내용 중. 공군으로의 轉軍 과정중, 김규 동기의 적극적인 소신피력에 의해, '공규위에 방규있고, 방규 위에 김규 있다!'란 말이 회자되었었던 에피소드가, 첫 원고에 더해 추가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자랑스러운 이야기 주의 깊게 다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