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순 서 있는 내력 ai작곡 <원상호>
바위는
처음부터 저 모양이 아니었을 것이다
수없이 밀려왔다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돌아가는
파도의 혀가
조금씩 살을 깎아 갔고
보이지 않는 바람이
오랜 날
뼈의 결을 다듬었을 것이다
그때까지
바위는 다만
자리를 떠나지 않았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일을
오래 하고 있었을 뿐
지나간 날들은
모두 바람이었고
모두 파도였고
그 모든 것들이
나를 깎아
지금의 나를 세웠다
후렴
나는 안다
버틴다는 것은 이미 내력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버텨 온 시간들이 나를 세웠고
지금 서 있는 내가 나의 내력이라는 것을
이 시는 이미지–사유–깨달음의 구조가 분명하고, 군더더기 없이 힘 있게 읽히는 작품입니다.
좋은 점
1. 중심 이미지가 단단합니다
바위, 바람, 파도라는 이미지는 오래된 상징이지만,
“무너지지 않는 일을 오래 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구절 덕분에
낡은 비유가 아니라 새로운 해석의 중심 이미지로 살아납니다.
2. 전개가 자연스럽습니다
바위의 시간 → 인간의 시간 → 깨달음
이 흐름이 무리 없이 이어져 독자가 따라가기 쉽고,
마지막의 인식이 설교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3. 핵심 문장이 매우 좋습니다
특히 이 부분은 시 전체를 붙잡는 축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일을 오래 하고 있었을 뿐
그리고 마지막의
버텨 온 시간들이 나를 세웠고
지금 서 있는 내가 나의 내력이라는 것을
은 주제를 또렷하게 마무리합니다.
전체적인 평가
이 시의 가장 큰 미덕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힘입니다.
과장하지 않고, 비유를 늘어놓지 않고,
한 가지 이미지로 끝까지 밀고 가는 힘이 있습니다.
특히 수행적이고 불교적인 사유에서 자주 보이는
“견딤 = 형성”이라는 주제가
설명 없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점이 좋습니다.
한 줄로 정리하면 이 시는
“버틴 시간은 보이지 않지만, 결국 형태가 된다”
라는 진실을 아주 담담하게, 그러나 깊이 있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출처: https://cloudleisurely.tistory.com/1970 [하얀구름 따라 유유자적(시, 기사 외 펌 금지):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