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주한미군방송(AFKN)이 나올 때 간혹 일기예보를 듣다보면 '나하(那覇)'라는 지명이 등장한다. 대한민국에 주둔하는 미국 군대가 송출하는 방송에서 미국 본토 기상 상황을 안내하는 건 당연하지만 오키나와라는 섬 지명이 들어가서 이상하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여행을 준비하면서 대구에 있는 캠프 헨리나 캠프 워커가 오키나와 미군 기지와 아주 관계가 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키나와는 30여년 동안 미국의 식민지였고, 일본에 반환된 이후 역시 미군이 점령한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각국의 인터내셔널 노래 중에 소울 플라워 모노노케 서밋(<Soul Flower Mononoke Summit>)이라는 그룹이 부른 오키나와풍 인터내셔널 노래가 따로 있다. 경쾌하기가 중국어 판과 비슷하여 즐겨 듣는다. 소울 플라워 모노노케 서밋이 칭동(Ching dong) 스타일로 불렀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오키나와 음악이 궁금해졌다. 지난 가을 현해탄님과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에 현해탄님도 내가 한번 방문해보기를 권했다. 하지만 자신은 정작 일본인이면서도 오키나와에는 가보지 못했다고 한다.
샹그릴라나 유토피아는 동서고금에 거쳐 누구나 그리는 이상향이다. 홍길동이 건너가 이상적인 나라 율도국을 세웠다는 곳. 어쩌면 유구(琉球)는 신비로운 미지의 세계이기에 그만큼 끌리는 곳이기도 했다. 그곳에서 홍길동의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으면 더 큰 행운이 없을 것이다. '조선'에서 '인민의 낙원'을 보지 못했고, 반봉건 반외세를 투쟁을 통해 얻은 '새로운 중국' 역시 우리와 비슷한 욕망의 땅에 지나지 않았다. 착취와 계급이 없는 평등사회를 위해 전념했던 폴폿은 학살자로서만 기억되고 후손들은 처참한 가난과 부패 속에 허덕이고 있다. 호치민의 이상 역시 캄보디아 사람에겐 침략자의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
오키나와에 가기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는 비싼 항공권 때문이다. 쿠바 역시 마음으로는 빨리 가고 싶은 곳이지만 현실적 이유로 발걸음을 돌리게 되는 곳이다. 한 단체에서 추진하는 열이틀 동안 쿠바 기행 참가비가 350만원이나 된다. 세 사람이 천만 원을 쓸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던 차에 마침 오키나와로 가는 땡처리 항공권이 나와서 예약하였다. 12월 29일 밤에 사이트에서 찾아내고 12월 31일 아침에 카드 결재하였다. 일본은 비자가 필요 없어 짧은 여행 준비 기간에도 부담이 없다. 항공권 이외 세금도 무척 싼 편이다. 일정은 2008년 1월 9일(수)-13일(일) 4박 5일이다.
항공요금 318,000 원 +택스 55,000 원=373,000 원
출국 대한항공(KE9741편)
1월 9일 (수) 오전 07:10 인천
1월 9일 (수) 오전 09:25 오키나와
입국 대한항공(KE9742편)
1월 13일 (일) 오전 10:25 오키나와
1월 13일 (일) 오후 12:40 인천
신년 대구 부모님께 다녀와야 했기에, 채 일주일도 되지 않는 짧은 여행 준비를 하면서 오키나와의 미군기지 철수 운동과 반전 평화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몇몇 단체에서 오키나와 평화기행으로 방문한 기록도 찾을 수 있었다.
인터넷 일본여행 카페나 일본여행 안내 책자엔 오키나와 정보가 별로 없다. 그만큼 오키나와는 우리 나라 사람들에겐 잊혀진 땅이기도 했다. 오키나와를 다녀온 블로거들의 글을 참고하였다.
그 사이에 현해탄님이 국제우편으로 오키나와 관련 책을 보내주시고 일본어 사이트를 몇 개 안내해 주셨다.
오키나와에서는 렌터카로 다니는 게 좋다는 글들이 많았다. 이번 기회에 국제면허증을 발급받기로 하였다. 물론 나는 운전면허증이 없으니, 세오녀가 국제면허증을 받는 것이다. 강서운전면허시험장에 가서 사진과 수수료 7,000 원을 내고 국제운전면허증을 받았다.
1월 8일(목)
<환전> 외환은행 환전 클럽 을 통하여 하였다. 고시 환율 100 엔= 874.38 원인데 65% 환율우대를 받아서 100 엔=864.61 원에 10 만 엔을 구입하였다.
출발하기 바로 전날 전자우편으로 항공권 e-티켓이 도착하였다. 그런데, 세 장 중 한 장은 다른 사람 이름으로 되어 있다. 담당자에게 다시 연락해서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 제대로 된 이-티켓을 받았다. 항공권 수령할 때 반드시 확인할 일이다. 하마터면 찬이는 고아가 될 뻔했다.
이제 대충 준비는 끝냈다. 일본은 여섯 번이나 다녀온 터라 그리 두렵지 않는 상태다. 다만 4박 5일이라는 짧은 기간이라 오키나와에 대해서 크게 욕심내지 않으려 했다.
* 기행문 작성일 : 2008년 2월 12일
* 여행 기간 : 2008년 1월 9일(수)-13일(일)
* 여행을 떠난 사람 : 연오랑 세오녀 찬이(가족)
* 환전 100 엔 =864.61 원
* 연오랑의 다른 기행문은 앙코르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첫댓글 섬은 대체로 렌트카 좋습니다. 물론 일본은 전체가 섬이네요. 후쿠오까와 북해도는 렌트카 딱입니다. 연오랑님은 운전안하니 더욱더 렌트카 오케이 옆에 앉아서 시원한 맥주 마시면서 "고 고 " 하시면 되네요. 물론 렌트카여행은 선진국에서만 하시는 것이 바람직..
일본은 운전하기에 아주 좋더군요. 길은 좁지만 다른 운전자들이 워낙 조심스럽게 다니기에 편합니다.
오키나와... 저도 한번 가보고 싶네요... 예전에 일본을 돌아다닐때... 배타고 가볼까 했었는데... 일본본토사람들도... 오키나와로의 여행은 별로 안다니더군요...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로 여행온 사람을 만났어요.
오키나와 항공권 정말 싸게 구하셨네요. 일본은 정말 가깝고 무비자구 항공권 택스가 싸서 좋아요.
타이완도 한 달 무비자라 부담이 적습니다. 물가는 일본보다 싸고, 우리 나라보다도 싼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