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와 이치에 맞는 말이라도 화를내며 질책하면 수수하게 이성적으로 타이르는 충고에 비해서 그 효과가 적습니다. |
임금이 평화로이 나라를 순방하면 백성은 이를 영광으로 알고 크게 기뻐하지만, 무장한 군대를 이끌고 돌아다닐 때에는 비록 그 목적이 안녕과 질서를 위한 것이라 해도 이를 달가워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군대로 말미암은 폐해까지 겪게 됩니다. |
아무리 엄중한 군율로 병사들을 통제해도 백성에게 괴로움을 주는 소동이 일어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모든것을 이성적으로 평화롭게 처리하면, 처벌이나 훈계가 엄격해도 백성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고 준수합니다. |
그러나 분노로 다스리면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이것을 '이성이 인솔하는 병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랑보다는 공포가 만연하고 이성 자체가 경멸과 무시를 당할 것입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프로후투로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정당하고 사소한 분노라 해도 우리 마음 안에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 |
"일단 들어온 것을 내쫓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작은 씨앗 하나가 자리를 잡고 싹이 트면 자라서 큰 나무가 되는 것처럼 분노도 사람의 마음 안에 들어와 터를 잡으면 제거할 수 없게 된다." 분노는 해가 저물어 밤이 되면 마음으로 변하기 때문에 이를 쉽게 물리칠 방법을 찾기 어렵습니다. 또한 분노를 터뜨리는 사람은 자신의 분노가 잘못된 것인 줄도 모르고 끝없이 그릇된 생각을 하게 됩니다. |
그러므로 자신의 분노를 정당화하지 말고 절대로 화를 내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의 그릇된 성향과 나약함으로 말미암아 분노의 충동을 느끼면 주저하지 말고 신속하게 이를 몰아내십시오. 마치 뱀이 어느 틈이든 머리만 들이밀면 결국에는 온몸이 그 틈으로 들어갈 수 있듯이,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분노가 마음속으로 기어들어 와 그 마음을 지배하게 됩니다. |
필로테아 님, 분노를 느끼는 순간 과격하거나 거칠게 대응하지 말고, 평정을 유지하면서 신중하게 처신하십시오. 마치 회의 중에 "시끄러워요. 조용히 하세요!"하고 고함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장내를 더 소란하게 만드는 것처럼, 화를 내면 전보다 더 마음이 혼란스러워집니다. 마음이 불안한 상태에서는 결코 자신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
백발이 된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청년 주교 아욱실리오에게 한 다음과 같은 조언을 따르십시오. |
"그대는 다만 그대의 본분만 이행하라. 그대가 분노하여 소리치고 싶을 때에는 진노하신 주님께 '주님, 저를 불쌍히여기소서!' 하고 기도했던 (시편 6편 참조) 시편 저자를 본받아 주님께서 오른손을 펴시어 그대의 분노를 가라앉게 해 주시기를 간구하라." |
분노 때문에 그대의 마음이 흔들릴 때에는 호수 한복판에서 폭풍을 만났던 사도들처럼 주님께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잠잠하라고 명하시면 분노가 사라지고 마음에 평화가 찾아올 것입니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분노를 극복하려고 바치는 기도는 격렬하게 하지 말고 온화하고 차분하게 하십시오. |
이것이 분노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대를 화나게 한 사람에게 즉시 온유하게 대하십시오. 거짓말을 했을 때에는 곧바로 사실을 밝히는 것이 상책인 것처럼 화를 냈을 때에는 그 즉시 분노와 반대되는 온유한 행동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
또한 그대의 마음이 분노할 일 없이 평온할 때에도 온유와 친절의 덕을 쌓고자 항상 따뜻하고 부드럽게 말하고 행동하십시오. 아가서에 나오는 여인은 입술에만 생청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혀 밑, 가슴속에도 꿀과 젖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아가 4,11 참조). |
이처럼 우리가 말로만 다른 사람에게 온유한 것으로는 부족하며, 온 마음과 영혼까지 모두 온유해야 합니다. 집 밖에서는 사람들에게 천사처럼 대하면서 집안 식구들에게는 모질게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온유함이 없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항상 온유하고 친절하게 대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