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제명의 '산들바람' 이 곡은 '고향 생각'과 더불어 미국 유학시절 고향을 그리며 만들었다고 합니다.
한 소절의 짧은 아르페지오 화음이 울리고 나면 이윽고 유창하고 애수에 찬 산들바람이 흘러 나옵니다.
한국가곡이 탄생하던 초기의 곡 중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이곡은
음악만이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잘 간직하고 있고,
"아, 너도 가면
이 마음 어이 해
아, 꽃이 지면
이 마음 어이 해"
시 끝부분의 영탄적인 애절한 가사에 너무나도 어울리는 선율로 인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빈 가을 들판에서 얼굴을 스치는 산들바람을 맞는듯 눈물 어린 감동을 맛보게 하니
이 가곡은 우리 가곡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뿐 아니라 영원불멸의 명가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산들바람
정인섭시 현제명곡
산들바람이
산들 분다
달 밝은 가을밤에
달 밝은 가을밤에
산들바람 분다
아, 너도 가면
이 맘을 어이 해
산들바람이
산들 분다
달 밝은 가을밤에
달 밝은 가을밤에
산들바람 분다
아, 꽃이 지면
이 맘을 어이 해.
현제명은 대구에서 태어나 계성학교와 평양의 숭실전문학교에 입학하여
성악과 피아노에 관심을 갖고 음악수업에 열중하였고 졸업후 신흥학교에서 교편을 잡기도 하나,
1925년 미국으로 음악공부를 위해 떠납니다.
미국 유학 중에 고향을 그리워하며 '고향생각', '산들바람' 등을 작곡하게 됩니다.
1929년 귀국하면서 귀국독창회를 여는 등 테너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작곡집을 펴내,
1933년에는 홍난파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작곡발표회를 갖게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예술가곡인 홍난파의 '봉선화'가 1920년 작곡된 것이고
'고향생각'이 1923년 '산들바람'은 작곡년대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유학기간 중인 1920년대 말로 예상합니다.
1931년 "현재명의 가곡집 1집"에 '고향생각', '그집앞', '희망의 나라로', '나물캐는 처녀' 등과
함께 실린 우리나라 초기의 예술 가곡입니다.
시를 작시한 정인섭은 울산 출신으로 1929년 일본 유학을 떠나 유학시절
'방정환', '마해송'등과 색동회 발기인이 되었으며 연희전문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 문학 발전에 다방면으로 기여하였으며 '물방아', '산들바람' 등을 작곡하였습니다.
예술가곡 초기 단조 위주의 처량한 곡의 흐름을 깨고 오페라 아리아풍을 지우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곡으로 미풍의 율동을 부드러운 선율에 실어, 밝고 감미롭게 이끌어가는 곡입니다.
애창곡 수준의 가곡이지만 악상의 변화와 아르페지오 반주,
호소력있는 선율 등이 단조로음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예술성이나 작품성보다는 한국 예술가곡 초기의 작품이라는 역사성과
가을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서정성이 짙은 작품입니다.
초가을 산들바람이 부는 달 밝은 밤,
우리 가곡에 흠뻑 빠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