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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밥의 일상 스크랩 폐점하는 영풍문고 강남점..추억도 사라진다
더불어밥 추천 0 조회 349 12.06.07 11:38 댓글 6
게시글 본문내용

 

센트럴시티에 있는 영풍문고 강남점이 폐점한다는 얘기가 몇 달 전부터 돌았다. 

그래도 꿋꿋하게 있길래 다행히 재계약이 되었나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난 달에 신간이 나와서 MD를 만났는데 6월 10일까지만 영업을 한다고.

아쉬운 마음에 찾았더니 정말 출입구에 영업종료 안내문이 있다.

 

 

정말 닫는 모양이구나.

안내문을 보니 실감이 나네.

 

 

센트럴시티에 있는 영풍문고는 이용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곳이다.

워낙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보니 서점에도 늘 사람들이 북적북적.

나도 강남에서 누군가 만날 일이 있을 때면 늘 장소는 강남 교보점 아니면 이곳.

특히 영풍문고 강남점은 사통팔달 교통이 좋은 곳이라

일산, 분당, 용인 등등 온 사방 신도시에 퍼져 사는 친구들을 만날 때도, 

강남에 일 나갔다가 잠시 쉴겸 들르기도 좋은 곳이었다.

 

 

내가 늦어도 만날 사람이 늦어도

미안할 일도 짜증날 일도 없는 곳이 서점이다.

오히려 맘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만날 사람이 늦게 오는 것이 고맙고^^

 

그런 서점이 없어진단다.

사실 오프라인 서점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나만해도 온라인 서점으로 책을 많이 주문하니.

그래도 언제라도 나가서 오롯이 책만 대하며 생각에 빠질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는 건 마음 한 켠이 아리다.

 

넓은 공간 이곳저곳에서 책을 들춰보고

앉아서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영풍문고 강남점은 다른 곳에 비해 공간이 여유로운 편이라

사람이 많아도 편안하게 책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

 

 

 

서점에 나갔다가 뜻하게 않게 좋은 책을 만났을 때의 기쁨을 이제는 누릴 곳이 점점 없어진다.

이책 저책 천천히 목차를 훑어보고 본문도 좀 읽어보다가

두세 권 사서 들고 나올 때의 뿌듯함이 참 좋은데...


 

사실 내가 유난히 영풍문고 강남점을 아끼는 이유가 있다.

오프라인 서점에 일일이 영업을 다니지 못하는데

유독 이 곳은 책공장의 책을 잘 진열해준다.

매대에 누워도 있고, 종종 매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세워져 있기도 한다.

다른 서점에서는 이미 서가에 꽂혔을 시기에도 이곳에서는 유난히 사랑을 받았다.

담당MD분에게 감사 편지라고 쓰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그런 곳이 사라진다니 더 아쉬운 곳이다.

 

 

이날도 책을 보며 이리저리 다니다가 책공장 책을 2권이나 발견했다.

세상에 작년에 나온 긍정교육 책이 아직도 매대에 있다니.

<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도 자연과학 매대에 자랑스럽게 한 자리 차지하고!

아, 이걸 보니 영풍문고 강남점이 사라지는 게 정말 아쉽다...ㅠ,ㅜ;


 

 

뭐, 이렇게 사라지는 게 비단 서점만은 아니다.

얼마 전에는 홍대 앞의 리치몬드 제과점이, 강남역의 뉴욕제과도 사라진다.

이런 공간이 사라지는 건 그곳에 관한 우리의 추억도 함께 사라진다는 것.

얼마 전에는 선배들과 고등학교 때 뉴욕제과에서 단체 미팅을 한 얘기를 하며 얼마나 깔깔댔는지 모른다.

거기서 선배들과 만났던 여고생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런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해주는 것도 바로 그런 오래된 장소들인데....

 

 

나는 아직도 그 옛날 종로에 있던 종로서적에서 산 책을 한 권 갖고 있다.

종로서적은 당시 나름 랜드마크였고

종로에서 만날 때 약속 장소는 고민없이 언제나 종로서적이었다.

내가 전공서적을 뒤적이고 있을 때

요리 코너에서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들고 피자 만드는 요리법을 베끼던 남자친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아이들에게 피자 구워주며 잘 살고 있겠지?^^

 

10년 전 월드컵의 열기 속에 조용히 종로서적이 문을 닫을 때

바빴던 잡지기자 시절이라

찾아가서 굿바이 인사도 못한게 못내 아쉬운 곳.

 

그래서 미안함으로 그곳에서 산 책 한 권을 아직도 갖고 있다.

당시 서점에서는 책을 사면 이렇게 각자의 포장지로 책을 싸주었다.

서당 훈장님과 아이들이 그려진 책 싸개를 내가 참 예뻐했는데...

 

 

영풍문고가 나간 자리에는

패스트패션 지점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
하긴 이렇게 목 좋은 곳에 어울리는 아이템이다.

아무리 영풍문고 강남점에 사람이 많았다기로 그런 곳의 매출에 비할까.

 

2시간 정도 책을 보다가 나오는데 직원들이 분주했다.

10일까지 운영하고 그 이후에는 책을 옮겨야 하니 지금부터 준비를 하고 있을 터였다.

 

이곳의 책들은 새로 여는 여의도점으로 옮겨간다는데

일하는 직원분들도 잘리지 않고 다 옮겨가시는 거겠지?

요즘은 어딘가 문을 닫으면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이 어찌될지 그게 걱정이 된다.

먹고 살기 어려운 세상이라...다 같은 처지이니.

 

 

잘리는 사람없이 책도 사람도 모두 잘 옮겨가시기를!

굿바이, 영풍문고 강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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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06.07 11:45

    첫댓글 여기 마니다니던 곳인데... 삭막한 지하굴이되겠네요.. 항상 센트럴지하를 돌며 영풍기준으로 방향을 가르던 중심지였는데, 아쉽네요... 이곳도 마리가 아프면서 자주못갔으니 제가 뻔질나게 안가서 ㅠㅠ 에잇!! 아쉽네요..

  • 12.06.07 15:52

    대형문고 초창기엔 동네 책방이 소멸되어 안타깝더니 이제는 비싼 자릿세에 책방 자체의 존폐가 구체화 되니......
    전자책도 읽지만 전 영원히 종이책을 사랑합니다.

  • 12.06.07 15:52

    점점 삭막해지는거죠.. 책도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지다보니~

  • 12.06.07 19:18

    디지털시대의 아픈 모습이네요.

  • 12.06.07 22:36

    마음이 아프네요. 문화공간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는 일은...

  • 12.06.17 14:43

    얼마전에 분당 서현쪽에는 사라졌던 중고서점이 다시 생겨서 반가웠는데
    강남역 만남의 장소로 뉴욕제과를 주로 이용했는데.. 그곳도 사라지는군요..
    강남 영풍문고랑 추억의 장소가 되어버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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