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도 무섭지 않다
나에겐 콩국수, 메밀국수가 있으니까!
계속되는 폭염으로 지쳐가는 요즘, 딱히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것조차도 힘겹게 느껴진다. 이럴 때일수록 생각나는 음식이 여름철 별미인 콩국수와 메밀국수가 아닐까. 담백하고 고소한 콩국수나 시원한 살얼음을 띄운 메밀국수를 후루룩 들이키는 상상만으로도 더위를 십분 잊을 수 있다. 강남, 서초 지역의 콩국수와 메밀국수 잘하는 집을 모아봤다.
탐스러운 패랭이꽃으로 피어난 일미옥의 ''콩국수''
지하철 7호선 내방역 5번 출구로 나와 첫 번째 골목에 자리한 일미옥은 소고기보신탕, 곰국시 등을 전문으로 하는 한식 전문점이다. 60여 석 규모의 깨끗하고 아담한 이 음식점은 내방역 쪽에서는 꽤 유명한 맛집이다. 여름철 계절음식으로 하루 100여 그릇이 팔릴 정도로 소문난 이 집 콩국수(7,000원)는 국내산 백태 중에서도 가장 품질이 좋은 콩만을 선별해서 강신교 대표가 직접 새벽녘에 손수 맷돌기계로 갈아서 콩국물을 만든다.
넓은 스텐리스 그릇에 담긴 콩국수 위에는 고명 대신 식용 패랭이꽃을 얹어 탐스럽기까지 하다. 콩국물 자체의 진한 맛을 느껴보라고 오이나 토마토 같은 일체의 고명을 배제한 게 특징. 크림파스타처럼 콩국물이 걸쭉해서 깊고 진한 맛이 나며 잣이 가미되어 청량감을 더한다.
왕태와 백태로 만든 맛자랑 ''콩국수''의 진수
대치동 은마아파트 북문에서 강남순복음교회로 가는 골목 안에 자리한 맛자랑은 칼국수 전문이지만 여름철이면 하루에 콩국수만 700그릇 이상 팔려나갈 정도로 콩국수 전문점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이 음식점은 35평에 26석 규모의 작은 식당이지만 늘 손님들로 붐빈다.
이집에선 콩국수의 주재료인 콩을 왕태와 국산 재래종 백태를 50대 50으로 섞어서 쓴다. 그 이유는 백태가 싱겁고 향이 덜나 왕태로 그 맛을 보완하기 위해서란다. 1990년도에 ‘맛자랑’을 오픈해 20년 넘게 콩국수를 만들어 온 조민수 대표는 먼저 좋은 콩을 선별하고, 물을 끊이고 식혀서 차갑게 만든 물과 맷돌로 갈 때 특히 천천히 콩을 가는 게 콩국수 맛의 비결이라고 한다. 1년 내내 맛볼 수 있는 이 집 콩국수는 아이스크림처럼 시원하고, 크림스프처럼 부드럽고 고소하다. 메밀면을 사용하고 고명으로는 오이와 토마토가 얹어서 나온다.
클로렐라 면발로 만든 강남교자의 건강 ''콩국수''
강남역 CGV 맞은 편 금강제화 옆 골목으로 쭉 들어가면 삼이빌딩 2층에 자리한 강남교자는 100여 석 규모의 칼국수 전문점이다. 이집 콩국수는 칼국수의 명장이라는 별칭이 붙는 심철호 대표의 작품이다. 보통 일반적인 콩국수와는 달리 건강식 재료로 손꼽히는 클로렐라를 넣은 초록색 면발 때문인지 더 먹음직스럽고 시원하게 보인다. 면발은 쫄깃거리고, 검정 서리태와 점성을 내는 왕태, 그리고 생땅콩과 볶은 깨를 가미한 콩국물은 담백하면서도 젊은이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을 정도로 아주 고소하다. 1인 1식 주문시 콩국물 1회, 사리가 무한제공된다.
5가지 찬과 함께 영양 밸런스 맞춘 고당기와집의 ''콩국수''
역삼동 차병원 옆에 자리한 고당기와집순두부는 입구에 키가 큰 대나무밭이 있어 싱그럽기 그지없다. 건물 안에 전통 한옥 기와집이 들어와 있는 멋스럽고 정갈한 분위기의 이 맛집은 순두부 요리로 유명한 곳이다. 여름철에만 선보이는 콩국수(7,000원)는 강원도 양구에서 재배하고 품질 좋은 토종콩만을 사용해 만든다. 순수 백태로 만든 콩물에는 일체 다른 것이 가미되지 않아 고소한 맛이 깔끔하다. 콩국수 고명으로는 검정깨와 토마토, 오이가 들어 있고, 맛깔 나는 5가지 찬이 함께 나와 영양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쫄깃한 생면을 사용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오랜 세월 사랑받아 온 하루의 ''냉모밀''
압구정 로데오 거리 인근에 위치한 냉메밀로 유명한 ‘하루’는 점심시간이면 보통 20분은 기다려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오픈해서 14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냉메밀은 판메밀과 달리 물냉면처럼 나온다. 육수 위에 얼음이 동동 띄어져 있고 메밀 위에 고명으로 오이와 무즙, 당근을 얹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푸짐하면서 시원해 보인다. 무엇보다 버섯, 파, 양파, 멸치, 가쓰오부시 등 18가지 재료를 넣고 은근한 불에서 2시간 이상 끊인 육수가 살얼음과 만나 속까지 차갑게 느껴지는 시원한 맛이 압권이다.
100퍼센트 ''순메밀막국수'' 맛볼 수 있는 메밀밭
은마아파트 북면 상가 1층에 자리한 메밀밭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밀가루, 전분 없는 100퍼센트 순메밀막국수(7,000원)를 맛볼 수 있는 집이다. 보통 메밀면을 만들 때 메밀 100퍼센트를 사용할 경우 쫄깃한 면발을 만들기 힘든데 이 집은 자체 개발한 메밀국수 기계를 이용해 면발이 평양냉면처럼 쫄깃한 메밀면을 만들었다. 100퍼센트 메밀막국수를 먹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올 정도로 건강식인 이집 막국수에는 사골육수 등 30여 가지를 가미한 양념장에 동치미 육수를 곁들여 매콤하면서도 시원하다. 성인병 등에 좋은 루틴 성분이 일반 메밀의 70배 이상 많이 들어 있는 쓴메밀을 이용한 쓴메밀막국수(8,000원)도 맛볼 수 있다. 직접 맛본 이 쓴메밀막국수는 전혀 쓰지 않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달지도 맵지도 않은 오묘한 맛, 봉평고향메밀촌의 ''비빔막국수''
논현역 5번출구에서 고속버스터미널 방향으로 가다 파파존스와 농협 사이 골목으로 100미터 거리에 자리한 봉평고향메밀촌은 이름처럼 메밀전문 음식점이다. 강원도에서 40여년 메밀국수를 만들었던 어머니의 비법을 그대로 전수받아 4년 전 이곳에 문을 연 봉평고향메밀촌은 비빔막국수(6,500원)로 꽤나 알려진 맛집이다. 비빔막국수에 들어가는 고추와 부추, 배 등 20여가지의 재료를 배합해 만든 양념장이 맛의 비결이다. 육수 또한 무, 양파, 식초 등 20여 가지의 재료를 가지고 비가열식으로 만들었는데 육수 맛이 동치미 같으면서도 독특하다. 봉평농협에서 제공하는 국산메밀만을 사용해 직접 막국수를 뽑는다는 박대섭 대표는 메밀 30퍼센트, 전문 20퍼센트, 밀가루 50퍼센트가 메밀이 가장 쫄깃거리는 황금비율이라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