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병원 소아과 차병호 교수에 의하면 아이들은 외모 때문에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초등학생, 중학생은 “나는 왜 이렇게 키가 작을까, 왜 이렇게 뚱뚱할까, 왜 이렇게 못생겼을까”라는 생각으로 위축되는 심리 상태를 종종 경험하게 된다. 여기에 외모를 중요시하는 사회적 풍토가 더해지다 보니 아이들은 키에 대해 더욱 민감해졌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1학년의 나이에 성장클리닉을 찾아 키가 작아서 받는 사회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사실 아이의 성장 정도에는 유전적인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평소 생활법이나 운동, 음식 등에 따라 최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 |
키 작은 아들을 1년 새 12cm 자라게 한 윤경은씨
올 3월에 중학교에 입학한 박제성(13세)군의 엄마 윤경은(38세)씨는 요즈음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만 해도 앞에서 다섯 번째를 벗어나지 않던 아들이 지난 1년 동안 12cm가 크면서 ‘중간’으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1년 만에 키가 146cm에서 158cm가 되고 보니, 갑자기 맞지 않는 옷이 많이 생겨 ‘행복한 불평’을 하게 된다고.
“애들이 빨리 자라서 계절이 돌아오면 옷이 안 맞는다고 불평하는 엄마들이 부러웠죠. 특히 3년이 지나도 같은 옷을 입는 애를 보면 한숨도 나고요. 1년 동안 옷이 안 맞을 정도로 자라니까 얼마나 대견한지 몰라요.”
평소 키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아들도 주변에서 “훌쩍 컸다”는 얘기를 들으니 기분이 좋다고. 사실 아들에 비해 윤경은씨의 걱정이 유난했다. 윤씨는 160cm를 조금 넘는 키로 그다지 작은 편이 아니지만 남편의 키가 꽤 작은 편이었다(윤씨는 극비라서 가르쳐줄 수 없다며 웃었다).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인 해부터 바른 자세를 위한 척추 교정을 받게 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척추를 바르게 해서 뼈 성장을 돕는 방법을 통해 자세는 발라졌지만 금세 키가 크진 않았다.
키가 클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는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힐까 고민도 해보았지만 비용이나 부작용이 두려웠다. 결국 윤씨가 택한 건 아이 스스로 크는 방법이었다. 아이의 성장호르몬이 원활하게 분비되도록 한약을 먹이고 생활법을 바꿔주기로 한 것. 아들의 키만큼은 크게 하고 싶다는 남편이 지방도 불사하고 여러 진료기관을 찾아다닌 후 내린 선택이었다.
“아이가 크는 데는 부모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아이의 성장에 관해서라면 많이 공부하고 고민했어요. 결국 아이 스스로 성장호르몬을 많이 생성할 수 있도록 생활을 뜯어고치는 방법을 택하게 되었죠. 매일 아침 스트레칭을 한 후에 한약을 먹였고요. 늘 숟가락을 들고 쫓아다니면서 밥을 먹였는데 녹용, 산수유 등이 들어간 한약을 먹은 다음부터는 정말 밥을 잘 먹더군요.”
윤씨는 아들의 식습관부터 수면, 취미활동까지 완전히 바꿔놓았다. 제일 먼저 바꾼 것은 늦게 자는 습관이었다. 평소 밤늦게까지 숙제를 하던 아들에게 숙제보다도 수면시간을 우선으로 지키도록 했던 것. 오후 10시~새벽 2시에 성장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아이 방의 불도 늘 정해진 시간에 끄고 주변을 조용하게 만드는 등 아이가 푹 잘 수 있게 신경썼다. 안구가 움직이지 않는 깊은 수면 상태일 때 성장호르몬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한 세심한 행동이다.
두 번째로 컴퓨터 게임을 하는 습관을 바꾸었다.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해 리니지 등 전략을 세우며 몰입해야 하는 게임을 금지한 것이다. 지나친 몰입으로 뇌를 피로하게 하여 적절한 수면을 방해할 수 있는 만화책이나 인터넷 서핑도 금지했다. 컴퓨터를 식탁 옆에 놔둔 터라 아이를 관리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세 번째로 운동을 시작했다. 적당한 운동이 뼈의 성장판을 자극해 뼈를 자라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하루 1시간 정도 땀이 흐를 정도로 운동을 하면 뇌하수체를 자극해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한다는 말을 듣고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중학생이 된 지금은 예전만큼 키를 위해 노력하기가 힘들어요. 우선 학원에 갔다 늦게 들어오니까 일찍 재우기가 어렵고, 아침 등교시간에 맞추려니 스트레칭을 오래 하기가 힘들죠. 키는 공부랑 달라서 나중에 따라잡기가 힘들잖아요. 할 수 있을 때 부모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두 딸을 1년 동안 10cm 자라게 한 전용미씨
“친척 애들 중에서 유난히 우리 애만 작아서 신경이 많이 쓰였어요. 지금은 왜 그런 걱정을 했나 할 정도로 잘 커주었죠.”
지금 중학교 2학년인 지수(14세)의 키는 167cm, 둘째 지선(13세)의 키는 161cm로 또래 중에서 큰 편에 속해 한때 키가 작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어머니 전용미(39세)씨는 이게 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단번에 큰 키라며 아직도 신기해한다.
“애들끼리 매일 나가서 줄넘기를 하도록 했어요. 우유와 두유도 신경써서 많이 먹였고요. 또 아이들에게 되도록이면 품이 넉넉한 옷을 입혔어요. 애들이 달라붙는 옷을 입는 게 불편할 것 같기도 했지만 몸이 쑥쑥 크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주고 싶었거든요.”
그 외에는 특별히 신경쓴 게 없다는 전씨. 하지만 생활법을 들어보면 키를 키우는 건강법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었다. 우선, 지수와 지선은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건 두부요리와 청국장. 청국장은 매일 끓여달라고 조를 정도다. 아이들이 먹는 고단백 음식은 근육 단백질이 되어서 뼈를 튼튼하게 해줄 뿐 아니라 성장호르몬의 재료가 된다.
두 아이의 식습관 중 주목할 만한 점은 탄산음료를 먹지 않는다는 것. 탄산음료에는 당분과 인산이 많이 들어 있어 키가 크는 걸 방해한다. 탄산음료 속 당분이 칼슘이 뼈로 가는 것을 방해하고, 인산은 뼈와 치아의 칼슘을 녹여서 키가 크는 것을 방해하는 것.
“키가 크는 데 도움이 되는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도움이 되었구나 싶은 것들도 있어요. 키가 크려면 운동량이 풍부해야 된다고 하잖아요. 아이들이 훌쩍 큰 초등학교 고학년 때 가족이 지방에 살았어요. 매일 나가서 햇빛 아래서 까맣게 타도록 놀았는데 그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햇빛을 충분히 쬐면 음식으로 섭취한 칼슘이 흡수되는 것을 도와준다고 하잖아요.”
지금도 전씨는 딸들과 함께 저녁에 운동을 하곤 한다. 보통 학교 운동장에 가서 몇 바퀴를 빠르게 걷거나 뛰는데, 이것 역시 키가 크는 데는 나무랄 데 없는 운동. 우리 몸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영양의 섭취를 증진하는 운동은 키가 크는 데 꼭 필요하지만, 마라톤이나 럭비처럼 격렬하게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운동은 키가 크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경쟁이 심한 구기종목의 경우 격렬한 몸싸움이나 과도한 점프로 인해 성장판이 다칠 위험이 있다. 키가 크는 데 가장 좋은 운동은 수영, 조깅, 탁구, 배드민턴과 같은 가벼운 운동과 스트레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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