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08년이 오고 2월도 오고 새해도 왔으니 인사차 토론방에 글을 남깁니다.
지난 몇개월간 여기서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함께 나눠볼까 합니다.
먼저 저는 보통 뉴욕이라고 통칭하는 맨하튼 옆 동네 브룩클린에 살고 있답니다.
이 동네에는 "홍대앞"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 하나 있는데, "윌리엄스버그" 혹은 "베드포드"라는 곳입니다.
간략하게 역사를 추리하자면--;; 맨하튼에 뮤지션들이 잘나가는 동네가 소호, 이스트빌리지, 첼시 등등이 있는데
사실 알고 보면 땅값도 비싸고 거의 관광지화? 가 되어서 인디씬을 찾아가려면 아마 브룩클린으로 가야할 것 같네요.
어쨌든 윌리엄스버그는 오래전부터 전통적인 유대인들-까만 모자에 까만 양복,흰셔츠 그리고 염소수염? 아니면 까만 치마를 입고 다니시는 분들... 여튼 유대교를 믿는 사람들이 살던 동네였고 그 동네 주변은 공장 내지 창고 같은 곳이 많았다고 합니다.
주변 동네로는 이탈리안, 그리스, 푸에토리코, 러시아 정도가 되겠는데요.
어쨌든 요지는 땅값이 꽤 싸고 가끔 총소리도 들리는 뭐 그런 동네였답니다.(여전히 그런 곳도 많죠.)
한 10년 전부터 돈이 궁한 아티스트들이 맨하튼에서 이주한 게 아마 시점이었겠죠?
그 뒤로 당연히 클럽도 생기고 커다란 로프트(방도 없고 그냥 큰 창고라고 보면 되겠죠? 칸막이를 치거나 공사해서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에서 열리는 파티나 모임들이 많이 생기고...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윌리엄스버그를 배회하는 사람들과 홍대앞을 배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비슷하다는 것이죠.
일반화하기는 좀 그렇지만 농담 수준에서 얘기하자면
일단 바지는 스키니진에 챙모자는 교복이고 중고샵에서 옷을 사는 건 기본,
바텐더나 웨이터와 뮤지션, 미술가, 사진가을 겸하는 건 필수조건.
그들을 통칭하는 단어는 힙스터hipster입니다.
youtube에서 hipster olympic을 찾아 보시면 이해가 가실 듯.
(사실 그다지 멋진 뜻으로 쓰는 건 아닙니다만... 뉴욕 외부에서는 뭐 동경의 대상이나 신기한 정도 선이지만 브룩클린을 활보하는 사람들 중 나는 힙스터입니다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정말 아무도)
꼭 윌리엄스버그일 필요는 없지만 이 주변과 더불어
남쪽으로 내려가면 큰 공원(Prospect Park)근처에 파크슬로브라는 지역,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브룩클린 다리 근처의 덤보,
그린포인트, 포트 그린... 등등 예술가들이 포진해있는 여러 지역 들이 있습니다.
소위 뉴욕의 인디씬이라고 얘기하자면 이런 곳들이 빠질 수 없죠.
동네 소식지,신문이라 함은(무가지입니다.) Village Voice는 제일 큰 편에 속하고
L Magazine, Onion어쩌구하는거랑, 기억이 잘... 어쨌든 서너가지 신문들이 있고 비정기로 발행되는 여러가지 소식지들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공연일정/갤러리오프닝/연극소식 들이 꽉 채우고 있습니다. 네오룩같은 잡지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보통 클럽안의 모양새를 묘사하자면, 일단 바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
5-8달러선... 힙스터라면 Blue Ribbon이란 싼 맥주를 먹어주는 센스--;;
대부분의 술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안주는 없고요. 프렌치 바나 한인 타운 가게 등... 극소수를 제외하고
실내 금연을 준수하더군요. 다들 밖에 나가 핍니다. 큰 공연장에는 안에서 마리화나를 피는 사람은 봤어도 담배는 못봤어요.
무료 공연도 많지만 보통 5-12달러선으로 입장료를 받습니다.(지명도에 따라 다르겠죠?) 대부분 CD를 직접 팔거나
다른 사람들이 공연중에 돌아다니면서 팔고 또 팁도 받습니다. 줘도 안줘도 상관없지만 서로 권하는 분위기가 많더군요.
티셔츠를 팔거나 엽서, 스티커를 나눠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부분 마이스페이스를 갖고 있어 밴드이름 검색해서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관람객의 경우에는 20대가 주류라고 보면 되겠지만... 얘네들은 나이를 분간하기가 어려워서--;;
30-40대도 꽤 있습니다. 맨하튼쪽 클럽을 보면 뭐, 많습니다. 재즈쪽은 뭐... 50-60대도 많습니다.
대신 10대는 없습니다. 왠만하면 우람하신 가드가 신분증 검사를 하기에...
한 3-4팀이 공연을 하고 9시정도에 시작해서 새벽1-2시 정도에 끝납니다.
(지하철/버스가 24시간 다니니 그닥 집 돌아갈 걱정은... 진짜 부럽습니다. 명박씨 이런거나 좀 해봐.. 아니 세훈씨..)
기본적으로 바가 있기 때문에 음악을 틀어놓고 계속 영업을 하더군요. 또 밴드를 경청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때론 그냥 배경을 채워주는
곳도 많습니다. 빵과 비슷한 장소를 찾자면 브룩클린은 아니지만 The Living Room정도가 되겠네요.(http://www.livingroomny.com/)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이곳에서 연주되는 음악들이 가끔 빵에서 듣는 밴드들과 크게 다를 점도 없다는 점입니다.
얘를 들기가...지금 공연하는 분도 잘 모르고 좀 그렇지만 뭐, 토론방인데...
제가 아는 사람들 선에서--;; (이거 불편하시다면 지우겠습니다--;;)
그림자궁전, 미내리, 굴소년단, 데미안 같은 스타일은 명백히 여기 인디씬에서 충분히 먹힐 꺼라 봅니다.
로로스는 좀 유럽 쪽에 가깝다고 해야하나... lower eastside로 무중력소년은 맨하튼의 이스트 빌리지나 블리커 스트릿쪽...
DJ안과장은 아... 아... 미안 형...
어쨌든, 먼땅에서 공통점을 찾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의문이 든 점은
(2년 남짓 띄엄띄엄 공연하던 사람이 뭘 알겠냐만은)
왜 홍대앞의 예술가(물론 우리 모두 포함입니다.)들의 활동영역은
넓어지지 않는걸까? 입니다. 마포도 있고 가좌동도 있고 좀 가면 이태원도 있고 강건너면 화곡동도 있고
뭐랄까... 영화 매트릭스에서 인간들이 기계피해서 돌아다니면서 살아가듯이...
이 곳의 새로운 예술가들의 흐름을 보자면 그렇습니다. (여담이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독일쪽이 그렇다고 하더군요.)
첫댓글 죽이네...부럽다. 플리즈 기브 미 껌.
와... 설날에 카카키오씨의 브룩클린 담화를 들으니 기분이 새롭네요... 사람이 살아가는 건 다 마찬가지인 것 같네요... 몸 건강히 돌아와요^^ 총소리가 간간히 난다니 ... 무서워 역시 거긴...
아우, 마지막 한줄이 내 맘을 땡기네.
나도 땡기네. 오하-
welcome,땡기는 겁니다.
엇 뉴욕 가는데..5월 15일날..여기는 벤쿠버 뉴욕보단 촌동내겠지만 그래도 비슷하군요 ㅎㅎ
저도 잘은 모르지만 요즘은 윌리엄스버그에 자본이 참 많이 들어와서... 작년 여름에 가서 보니 옛공장이 헐리고 리조트가 들어온데나-_-;;; 힙스터들은 모두 동쪽으로 동쪽으로 ㅋㅋㅋ 그나저나 베를린을 정말 가봐야 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