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바다에 게가 산다
김중미 지음
|유동훈 그림
|낮은산|2013년 10월 10일 출간
<작가소개>
저자 : 김중미
저자 김중미는 1963년 인천에서 태어났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부터 인천 만석동의 오래된 판자촌에서 공부방 ‘기찻길옆작은학교’를 열어 운영하며 지역운동을 해왔고, 2001년에 강화도로 이사해 그곳에도 공부방을 열고 농사를 지으면서 농촌 공동체를 꾸려가고 있다.
작가로는 1999년에 소년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제4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창작 부문 대상을 받으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 뒤로 동화 『종이밥』 『모여라, 유랑인형극단!』 『우리 동네에는 아파트가 없다』 『내 동생 아영이』 『너영 나영 구럼비에서 놀자』 『똥바다에 게가 산다』, 장편소설 『거대한 뿌리』 『꽃섬고개 친구들』, 청소년소설집 『조커와 나』 등을 내왔으며, ‘길 위의 신부’ 문정현의 삶과 궤적을 담은 책 『다시 길을 떠나다』를 냈다. 특유의 꾸밈없고 담백한 문체, 아픈 시대상 속에서도 가슴 찡한 용기와 희망을 불러일으켜 먹먹한 감동을 안기는 서사, 삶과 문학이 분리되지 않은 작가의 삶에 대한 믿음 등으로 많은 독자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그림 : 유동훈
그린이 유동훈은 1969년 인천에서 태어났고, 인하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을 다니는 중에 인천 만석동에 첫발을 들인 뒤로 작가 김중미와 함께 오랫동안 공부방 ‘기찻길옆작은학교’의 상근 운영자로 활동하며 그 동네에 살고 있다. 아이들과 목공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인형을 만들어 인형극도 올리면서, 공부방을 중심으로 한 지역 공동체의 품에서 함께 살아가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아울러 어린이책에 관심이 많아 일러스트레이션을 배우고 동화 『새끼 개』 『따뜻한 손』 『우리 동네에는 아파트가 없다』 『똥바다에 게가 산다』 등에 그림을 그렸다. 또, 자꾸만 스러져 가는 만석동 동네와 그곳 이웃들의 삶이 안타까워 오랫동안 사진을 찍어왔다. 이 사진들에 글을 더해 사진에세이집 『어떤 동네』를 냈다.
<목차>
일기 속으로 _ 2001년 4월 5일
1990년 봄 _ 첫째 상윤이의 일기
1993년 여름 _ 둘째 상민이의 일기
1997년 가을 _ 셋째 상미의 일기
2000년 겨울 _ 넷째 상희의 일기
일기 밖으로 _ 2001년 4월 5일
<출판사 서평>
우리 사회의 절망과 희망이 동시에 잉태된 시대를
사 남매의 일기로 기록한 문제적 동화
―『괭이부리말 아이들』 작가 김중미의 대표작인
『우리 동네에는 아파트가 없다』 개정판 출간
이 작품은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200만 독자를 감동케 한 작가 김중미의 대표 동화 『우리 동네에는 아파트가 없다』(2002년 출간)의 개정판으로, IMF 구제금융 사태를 기점으로 경제적 양극화가 극심해진 격변기를 지나온 사 남매의 네 가지 일기를 엮어 그 뒤로 오늘날까지 우리 사회가 안게 된 절망이 무엇이며 희망은 어디에 있는지를 동시에 탐색한 독특한 형식의 문제작이다.
전남 진도에서 빚 때문에 인천항 근처 똥바다 앞 동네까지 쫓겨온 사 남매의 일기는 가난해도 서로 돕고 사는 성실한 서민들이 갈수록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극사실적 삽화와 함께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준다. 김중미는 전작들에서처럼 절망은 철저히 희망의 근거가 됨을 이 작품을 통해 다시 보여주는바, ‘좋은 엄마, 성실한 선원, 가슴 따뜻한 소설가’ 등을 꿈꾸는 사 남매가 ‘어쨌든 돈만 많이 벌어 남을 이기며 살아가겠다’는 헛된 꿈이 아니라 ‘가난하더라도 열심히 일하고 서로 도우며 떳떳하게 살아가겠다’는 건강한 희망을 품는 과정을 뭉클하게 그려낸다.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기운이 솟아올라 감동의 눈물을 쏟게 하는 김중미 작품만의 묵직한 진정성이 담긴 동화 같지 않은 동화다.
가난해도 서로 돕고 나누며 도란도란 살아가던 마을 공동체는 아이엠에프 사태와 함께 무너져 내렸지요. 그러나 아직도 아파트 뒷골목에는 상미네 사 남매를 닮은 동무들이 살고 있고, 똥바다 너머 북성 포구에는 여전히 새우잡이 배들이 들고납니다. 그리고 그 갯벌에 여전히 게가 삽니다.
늘 같은 곳만 오가고 같은 것만 보는 여러분에게 아파트 너머 뒷골목과 그 골목에 사는 동무들을 만나게 하고 싶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의 눈길을 더 멀리, 더 넓게 보내고, 더 낮추어 보세요. - ‘글쓴이의 말’에서
이 책의 특징
● 사 남매의 11년 일기로 펼쳐지는 핍진한 서사
이야기는 주인공인 사 남매 중 셋째인 상미가 2001년에 쓴 어느 일기로 시작한다. 그 내용은 상미가 언니, 오빠, 동생 그리고 자신이 써온 일기들을 꺼내 읽는 것으로, 1990년부터 2001년까지 남매가 각자 12살인 때에 쓴 일기들이 순서대로 나온다. 그리고 그걸 다 읽은 상미의 일기로 되돌아오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이러한 구성 덕에 독자는 이들의 가족과 이웃들로 상징되는 서민들이 1990년대를 어떻게 통과해왔는지를 무척 생생하고 압축적으로 읽어낼 수 있게 된다.
모두 50편인 일기는 상미네 가족이 전남 진도에서 빚 때문에 인천항 똥바다 앞 만석동의 판자촌으로 쫓겨와 살아온 11년 세월을 아주 세밀하게 보여준다. 화장실도 없는 낡고 오래된 판잣집들만 다닥다닥 붙어 있는 낯선 동네에서 살게 되어 느끼는 생경함, 그래도 정을 나눌 줄 아는 이웃과 친구를 만나 느끼게 되는 살가움, 한데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가난의 굴레를 벗지 못해 느끼는 절망감, 그 와중에 IMF 사태를 겪고 재개발 광풍이 몰아치면서 마을 공동체가 무너져 겪는 아픔, 그래도 가족 모두 다시 일어서서 일구어갈 수밖에 없는 일상이 담담하고 소박한 일기들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삶과 문학이 분리되지 않는 작가 김중미를 빼닮은 이 작품의 핍진한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절망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으려 애쓰는 어린 영혼들의 분투가 아릿하게 그려지면서 큰 감동을 받게 된다.
● 이야기로 세운 우리 시대 희망의 방향타
김중미의 대표작이자 데뷔작인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2000년에 출간됐지만 올해 200만 부 판매를 넘기며 계속 사랑받고 있다. 김중미가 1987년에 들어가 공부방 ‘기찻길옆작은학교’를 연 인천 만석동의 판자촌(일명 ‘괭이부리말’)은 김중미의 삶과 문학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괭이부리말 아이들』과 함께 그곳을 배경으로 쓴 김중미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2002년에 출간된 뒤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평화박물관 선정 어린이청소년평화책, 『열린어린이』 2002년 겨울방학 권장도서)
이 책을 개정해 다시 내놓는 것은 이 작품이 다룬 1990년대가 그저 지나가버린 한 시기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절망과 희망을 잉태한, 그 뿌리에 해당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IMF 사태 이후 우리 사회는 공동체성을 급격히 잃고 첨예하게 자본의 논리만 좇게 되었다. 이 작품은 그러한 흐름 속에서 서민의 삶은 외환위기와 달리 여전히 극복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피폐해졌음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인천항 똥바다에도 게들이 살듯 질긴 생명력과 용기로 희망의 방향타를 세울 도리밖에 없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 방향타는 우리 사회가 가난해도 서로 돕고 나누며 남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품어주는 공동체적 삶의 기본 원리를 복원하는 가운데, 누구든 성실하게 일하며 정직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쪽을 향해야 함을 힘 있게 들려준다. 어쨌거나 어떻게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서민에게, 아니 우리 사회 전체에 그 지향은 유일한 희망이다.
● 용기와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와 응원
이 책의 삽화를 그린 유동훈은 김중미와 함께 ‘기찻길옆작은학교’에서 활동하는 상근자다. 거친 듯하면서도 특유의 부드러움이 살아 있는 사실성과 높은 밀도가 압도적인 이 책의 삽화는 일기 형식의 글에 걸맞게 기쁘고 즐거운 장면부터 아프고 시린 장면까지를 그야말로 다큐멘터리 찍듯 촘촘하게 담아냈다. 글과는 또 달리 이러한 그림이 불러일으키는 정감과 감동까지 더해져 이 책은 어린이뿐 아니라 청소년에게, 그리고 삶의 용기를 잃은 사람, 혹은 작은 일에 쉽게 좌절한 사람에게, 또한 반대로 삶에 감사하며 자신과 주변을 다 살필 줄 아는 마음 따뜻한 사람에게도 건네면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들을 분명 따뜻하게 위로하고 응원할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