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이 닿지 않는 가려움 하나가 ... 강현국
면도를 하고 나니
그대 얼굴이 깨끗하도다.
깨끗한 얼굴로는
이 밤의 추위를 껴안을 수 없으리.
자고 남은 시간에 할 일도 없이
등이 가렵다.
팔을 꺾고 등을 굽혀
아무리 구겨져도
가려운 그곳은 닿지 않는다.
어깨를 발바닥을
긁으면 긁을수록 확실한 가려움,
이 가려움의 정체는 무엇인가
내 손이 닿지 않는 가려움 하나가
움츠린 것들의 가려움을 일깨우고
자고 남은 시간을 난처하게 만든다.
벗어 던진 양말이 치근거리고
주전자의 끓는 물이 치근거린다.
밖에는 눈이 내려서
새하얀 나무들이 비듬을 털고 섰다.
어디로 갈까, 섣달 그믐 창가에
소의 부러진 앞발이 나란히 걸려 있다.
털의 야성도 밀리고, 한결같이
발굽마저 뽑혀 정결하게 보인다.
푸줏간 앞을 지나노라니
천리 자갈밭이 치근거린다.
현장 뒤에 숨어 있는 가려움은 무엇인가
구겨지며 바라보는 어둡고 큰 산
큰 산에 붙은 불은
구름의 속살까지 번지고 있다.
-<봄은 가고 또 봄은 가고>(문장,1982)-
강 운
출처: 문학과 그림과 茶가 있는 풍경 원문보기 글쓴이: 원봉(元峰)
첫댓글 그 가려움을 해결해 주는이가 또 어디에 있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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