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산, 남해를 품은 진달래 산길에서
이원근
◉ 2026.4.1.(수)
◉ 반깨고개-살방봉-뿔쥐바위고개-대금산-시루봉-비단골샘-정골재 정자-명동버스정류장-반깨고개
대금산, 남해를 품은 진달래 산길에서
매년 이맘때가 되면 마음 한구석이 먼저 계절을 알아차린다. 괜히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고, 익숙한 일상을 잠시 뒤로 미루고 봄이 깊게 내려앉은 곳을 찾게 된다. 몇 해 전 이수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올랐던 대금산의 기억도 그랬다. 남해안의 푸른 절경 위로 붉은 진달래가 산등성이를 가득 메우던 풍경이 오래도록 눈에 남아 있었다. 그 장면을 다시 보고 싶어 오늘은 다른 일정들을 미뤄두고 다시 이 산을 찾았다.
해마다 봄꽃 산행은, 때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비슬산처럼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고지대 군락지는 꽃 피는 시기가 해마다 들쭉날쭉하여 발걸음이 번번이 어긋나곤 한다. 하지만 대금산은 산세가 험하지 않고 해발도 437미터 남짓하여, 4월 초가 되면 거의 어김없이 진달래가 가장 고운 빛으로 산을 물들인다. 그래서인지 봄이면 다시 찾게 되는 오래된 약속 같은 산이다.
쉬엄쉬엄 발걸음을 옮기며 8부 능선의 군락지에 이르자, 눈앞에 펼쳐진 진달래 군락은 마치 산 전체를 비단으로 감싸놓은 듯했다. 바람이 능선을 타고 지나갈 때마다 꽃물결이 잔잔히 흔들렸고, 그 움직임은 꼭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모습을 보는 듯했다. 그제야 왜 이 산이 대금산이라 불리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봄빛에 잠긴 산세가 품은 넉넉함과 은은한 기품이 이름처럼 깊었다.
바다를 배경으로 이토록 넓고 짙은 진달래밭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은 남해안에서도 손에 꼽을 만하다. 붉은 꽃물결 너머로 쪽빛 바다가 잔잔히 펼쳐지고, 멀리 진해만과 창원 해안선까지 시야 끝으로 이어졌다. 진달래의 따뜻한 붉음과 바다의 서늘한 푸름이 만들어내는 대비는 눈부시도록 선명했지만, 화사한 봄 한가운데 서 있으면서도,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저 멀리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마음에는 말 없는 적막이 함께 머물렀다.
주변의 봄기운을 음미하며 산길을 걷는다. 막 연둣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들은 겨우내 비어 있던 가지마다 새 숨결을 불어 넣고 있었고, 어디선가 실려 오는 은은한 꽃향기는 걸음을 한결 가볍게 해주었다. 잠시 멈춰 뒤돌아보면 굽이굽이 올라온 길과 그 너머로 펼쳐진 거제의 산천이 한눈에 들어온다.
함께 걷는 이들은 모두 긴 세월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온 사람들이다. 이제는 정년이라는 이름 아래 조금 느슨해진 걸음으로 산을 오르지만, 그래서인지 봄 풍경 하나에도 더 오래 눈길을 머물게 된다. 화려한 자연 앞에서 감탄을 나누다가도 문득 말이 줄어드는 순간이 있다. 어쩌면 아름다움은 늘 지나가는 것들이어서 더 마음을 붙드는지도 모르겠다.
정상을 지나 임도와 등산로를 따라, 10명만이 대금산을 한 바퀴 천천히 돌았다. 살방봉에도 들르고 떡시루를 닮은 증봉에도 올라 느긋하게 봄을 누렸다. 산길 곳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꽃잎 몇 장을 조용히 흩날렸고, 그 모습이 마치 지나간 시간의 조각처럼 허공을 맴돌았다.
화려한 진달래와 푸른 바다를 마음 가득 담고 돌아서는 길, 봄은 분명 눈부셨지만, 그 아름다움이 잠시 머물다 사라질 것을 알기에 오히려 더 조용한 여운으로 남았다. 아마 그래서 우리는 매년 이 계절이면 다시 길을 나서는지도 모르겠다. 사라지는 봄을 붙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을 잠시라도 가만히 바라보기 위해.
▲ 당신네들이 꽃 중의 꽃, 진달래보다 더 이쁘다.
첫댓글 ㅡ 권기호
대금산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땡큐!
산대장님! 동에 번쩍, 서에 번쩍,남에 번쩍,
바쁘고도 열심입니다.
언간합니다!
노익장! 축하!
ㅡ 김화일
大錦山, 남해를 품은 진달래 산길에서~~~
글 좋고 그림 좋고
감동 그 자체.
ㅡ 임원도
진달래꽃밭을 거닐며 힐링한 탐방기 잘 읽었습니다. 특히 지명과 당일 경로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ㅡ 권수문
남해안의 푸른물결과 분홍빛 진달래가
연출하는 풍경은 봄이 완연함을 느끼게
합니다.
비슬산의 참꽃 역시 이맘때가 되면 전국에서
수많은 상춘객들의 발걸음을 유혹하고 있지요.
현역 근무를 훌륭하게 완수하시고 퇴직 후에는
또 대자연을 벗삼아 제2의 인생을 화려하게
장식하시는 우생즐사모 님들!
정말 부러운 모습이요,
후학들의 모범입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인연 오래도록
지속되길 기원드립니다.
ㅡ 김종철
진달래의 진한 붉은 빛은 해마다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대구는 벚꽃이 한창인데, 남해 대금산은 진달래꽃이 만개했군요.
진달래 군락지에서 연분홍빛 홍조를 띠고 미소를 머금은 상춘객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그야말로 봄나들이 제대로 하고 오셨군요.
감축드립니다. 이고문님 항상 건강한 산행하시길....
고마버요.
늘 응원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ㅡ 이승재
선생님 !
잘 지내고 계시죠 !
오늘
오전에는
봄비가 몇 방울 딸어지다 말았네요
오후에는
더 많은 봄비가 내릴런지?
선생님과에 인연
오늘도 감사 인사 드리며
기온차가 심한 날씨에
건강에 유의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도
기쁨과 줄거움이 함께하는
힘찬 하루 되세요
"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