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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일, 11시 히메시마를 출발했다.
전날 호되게 당한 기억 때문에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출발을 결정하기 전까지 갈팡질팡했다.
Grib data로 확인한 기상예보는 어제와 비슷한, 북서풍 10~15노트, 파도 1미터 내외..
이 정도의 예보에 항해를 망설인다는 건 말이 안된다.
하지만... 어제도 이런 예보였지만 바다는 만만치 않았다.
항구안에서 바라본 하늘은 파랗고 바람도 별로 없다.
그렇지만 요람같은 항구 안에서 밖의 상황을 예측하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
바다의 상태란, 모든 배들에게 '개별적'이다.
5만톤의 화물선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바다가 10미터 내외의 요트에게는 살떨리는 서바이벌의 상황일 수 있다.
항구로 들어오는 여객선 선원에게 항구 밖 바다의 상태를 물어보고 싶은 욕구를 간신히 억눌렀다.
바보같은 질문에 현명한 대답이 돌아온다 해도 실제적인 도움은 되지 않을테니까...
문제는 앞으로의 일정이다.
곧, 대한해협을 지나야 한다.
한번 거칠어지면 삼사일은 이어지는 대한해협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곳에서 지체한 하루가 엄청난 딜레이를 초래할 수 있다.
Grib data의 예보를 확인하니, 아무래도 오늘 출발하는게 좋다는 결론이 나왔다.
바다는 전날과 비슷한 패턴을 보여주었다.
오후가 되자 바람이 일고 파도가 매서워졌다.
하지만 오늘은 전날과 같은 후퇴는 있을 수 없다. 강선장님이 사정상 한국으로 돌아가셔야 하기 때문이다.
오후 6시 전에는 신모지 마리나에 들어가야 시모노세키에서 부산으로 들어가는 여객선을 탈 수 있다.
33마일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앞바람, 앞파도가 방해를 했지만 5시 30분 경 신모지 마리나에 도착했다.
급하게 택시를 불러 강선장님을 보내드리고 나와 이크루님만 남았다.
외딴 곳에 있는 덩그라니 있는 신모지 마리나... 조용하다고 하기엔 적막하고 쓸쓸한 곳이었다.
가오리를 찍지 못해서 포토샾으로 갖다 붙여 버렸다 ㅋㅋ
제 3의 마리나 스텝이라고 할까? 가오리들이 폰툰에 붙은 해초 등을 뜯어 먹으며 자연스럽게 청소를 해준다. ^^
마리나에서 키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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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모지 마리나도 '우미노에키'다. 하루 계류비가 4만5천원 정도로 다소 비싸긴 하지만,
물과 전기를 마음대로 쓸 수 있고 샤워장, 무료 자전거 랜탈 등 나름 안락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곳이다.
주유소의 경유 가격도 일반 주유소 보다 조금 비싼 수준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출발한 요코스카의 마리나는 일반 주유소 대비 30%나 비싼 가격이었다... 도둑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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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옆자리에서 만난 괴짜 일본인.
일본 월드컵 축구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요코하마<->오키나와 항해의 마무리를 하는 중이었다. (요코하마로 돌아가는 중)
우리나라 팀과 마찬가지로 브라질에서 죽을 쑤는 자국팀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을지...
사진을 자세히 보면 손을 흔들고 있는데.. 선물로 준 '진로'의 효과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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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모지 마리나는 시내(라고 말하기에 초라한 곳)에서 뚝 떨어져 있다.
주변에 민가는 없고 커다란 공장들만 띄엄띄엄 있어서 황량한 느낌이 든다.
30분 이상을 걸어 편의점에 가서 도시락과 오뎅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주차장 아스펄트 바닥이었지만 따뜻한 오뎅국물이 참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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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번에는 순조로운 항해를 하셔서 편안한 마음입니다.
힘든때도 있고, 편안한 때도 있고 우리내 인생살이와 같네요...
그런거 같습니다. ^^
배 한번 구경 오셔야죠~ ㅋㅋ
가오리가 있었어요??!! 포트샵잘하네 ^^ㅋ
일본이라고 생각하니 그리워져요ㅠ
나도 한번 - 대한해협이 현해탄?- 건어보고싶어요~
이런, 추석인데 친정에는 다녀오셨는지요? 명절에는 고향 생각이 더 나시지요..
이치카와님 고향은 어디신지, 갑자기 궁금해 지네요 ^^
@엄성용(쎄라비) 전 크게 말하면 나고야, 자세하게 말하면 하마마쯔입니다.^^/
@이치카와 아하, 그러시군요.. ^^ 어려서 부터 큰 바다를 많이 보고 자라셨을듯 ㅋㅋ
@엄성용(쎄라비) 아~~ 그렇게하시니까 그러네.. 생각안해봤어요~ 맞아.. 난 바다도 많이보고 자랐어요^^! 그리고 일본트럿트는 바다노래, 배노래, 항구노래 가 많아서 그것듣고 자랐어요^^ㅇㅇ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