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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근처에 있는 ‘세일링 클럽’이란 Bar에서 먹었어요. 아니다. 이곳을 Bar라고 해야 할지 클럽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노래는 확실히 클럽 노래였고, 스테이지에서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사람들도 많았으니 Bar보단 클럽이라고 하는 게 더 좋단 생각이 문득 드네요. 클럽 뒤 쪽으로 탁 트인 해변에 음악도 신나고, 바비큐도 참 맛있더라고요. 확실히 술맛이 오르긴 했죠. 그렇다고 해서! 아내와 여행 와선 컨트롤을 못할 만큼 술을 마셔서 되겠어요? 괜히 나무라는 게 아니에요. 제가 남편을 거의 업다시피 해서 숙소에 왔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면 속상할 텐데, 기분 좋게 놀러 온 휴양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니 참 속상하네요. 물론제 남편이 저보다 술이 약하다는 점은 알고 있었죠. 연애 때부터 그랬거든요.
술을 못 마시면 좋아하지나 말지. 아니, 술자리를 그렇게 좋아하면 주량이라도 좀 늘어줬다면 오죽 좋겠어요? 이 일을 계기로 술을 끊으라고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저렇게 자기 컨트롤 못하는 사람은 좀 한심해 보이거든요. 그래서 평생 이런 일을 반복하긴 싫네요. 남편이랑 술 마시는 게 재밌긴 한데... 설마 제가 저보다 주량이 약한 남자와 결혼할 줄은 몰랐던 거죠. 윽.
저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어렵겠죠? 그럼 일단 그건 제쳐두고요, 나트랑에서 제일 맛있는 쌀국수 집 하나만 추천해주세요. 해장이라도 즐겁게 하려고요. 진짜! 쌀국수를 맛볼 수 있는 그런 곳으로요!
‘Phohong(포 홍)’을 추천합니다. 이 곳에서 쌀국수 먹고 홍홍 웃으시길~
어디서 알콜냄새가 난다 했더니 이 곳이었군요. 보드카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에 맥주라, 숙취가 장난 아니겠어요. 제 기억에 세일링 클럽에서 파는 보드카 칵테일에, 그리 좋은 보드카를 쓰는 것 같진 않았거든요. 아침에 머리가 지끈거릴 거예요. 그러니 일단 싸움은 미뤄두고(어차피 남편 분께서 기억을 다 하지도 못 할 테니까요). 맛있는 쌀국수를 먹으러 가보죠. 세일링 클럽 근처 숙소라면, 나트랑 시내 메인 거리에 가깝겠네요. 마침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나트랑 최고의 쌀국수 집이 있답니다. 이름도 외우기 쉬워요. Pho hong!
나트랑으로 여행을 갔다면 Pho Hong은 꼭 가봐야 합니다. 전 2년 전에 다녀왔는데, 아직도 그 국물 맛을 잊지 못하겠어요. 수타 칼국수 같이 두툼하면서도 부드러운 면발에, 푸짐하게 들어가 있는 고기, 깔끔하면서도 깊고 진하면서도 개운한 국물, 기호별로 다양하게 넣어 먹을 수 있게 제공되는 각종 야채들, 심지어 테이블 위에 놓인 다양한 소스 들까지. 모든 게 완벽했던 인생 쌀국수 집이었거든요.
호텔들이 쭉 늘어선 라인뒷 블록 쪽으로 걸어가, 오토바이들이 쌩쌩 지나다니는 도로를 조금 걷다 보면 Pho Hong이 보여요. 멀리서 보면 외관이 쌀국수 집처럼 생기지 않아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구글 지도를 믿고 끝까지 걸어가면 돼요. 물론 호텔 레스토랑만큼 깔끔하진 않지만, 다른 나트랑의 로컬 식당들과 비교해보면 정말로 깔끔한 편이에요. 에어컨은 없어도 대형 선풍기가 늘 돌아가고 있으니 덥지 않게 쌀국수를 먹을 수도 있고요.
Pho Hong은 관광객들 만큼이나 현지인들도 좋아하는 맛 집 같아요. 전 4박 5일의 일정 동안 2번 정도 갔었는데, 갈 때마다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더 많았거든요. 메뉴도 간단해요. 종류는 동일하되 사이즈만 선택하면 돼요. 큰 사이즈가 5만 동이고 작은 사이즈가 4만 5 천동이니, 우리나라 돈으로 2500원 정도에 최고의 쌀국수를 먹을 수 있답니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정말로 싼 가격이죠? 그게 참 신기해요. 언젠가 동남아에서 살다온 친구들과 이런 얘길 한 적이 있거든요. 우리나라에 선 베트남이나 태국 음식점들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있다고요. 심지어 현지의 맛을 흉내조차 내지 못하는 많은 집들도 말이죠.
음... 뭐 불만은 그만 이야기하고, 우린 이런 현지 맛 집에서 맛있게 많이 먹어주면 되겠죠? 그러니 기왕이면 큰 사이즈를 시켜요. 물론 작은 사이즈도 양이 꽤 된답니다. 사실 작은 게 보통 사이즈고, 큰 게 곱빼기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큰 걸 시켜보라고 하는 이유는! 국물 쌀국수를 먹고 남은 면발로 비빔 쌀국수를 해 먹어보란 걸 추천하고 싶어서입니다. 이제 이곳의 쌀국수를 먹는 네 가지 방법을 가르쳐 줄게요.
첫째. 아무것도 넣지 말고 그냥 먹는다.
둘째. 곁들여지는 야채를 조금씩 넣어 먹는다. 향이 안 맞을 수 있으니 하나씩 넣어보며 맛을 정해 본다.
셋째. 제공되는 라임 및 해선장 소스 등의 소스를 배합해 나만의 국물을 만들어 본다.
넷째. 그 국물을 드링킹 한 후엔, 테이블 위의 매콤한 소스들을 적절히 배합해 비빔 쌀국수를 해 먹는다!
자, 이렇게 다양하게 먹어보려면 큰 걸 시켜보는 편이 낫겠죠? 몇 백 원 차이니까요. 참! 거기 라임과 함께 나오는 작은 고추는, 그냥 국물에 넣기보단 가운데를 톡 하고 쪼개서 넣어 먹어야 해요. 그래야 고추의 향이 살아나서 맛있거든요. 영업시간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7:30분 까지니까, 시간대 맞춰서 잘 가도록 하고요!
그럼 이제... 남편분과의 관계 상담을 조금 해드려야 할 차례가 왔네요. 우선 두 분은 술과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멋진 커플이란 생각이 들어요. 많은 사람들이 결혼해서 하고 싶은 것으로 꼽는 게 바로, ‘함께 술 마시기’ 란 거 아세요? 둘만의 공간에서, 헤어질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즐겁고 안정적인 술자리! 상상만 해도 좋네요.
그런데 남편분께서 술이 약하다는 것... 사실 술이 약하단 건 크게 문제 되지 않지만 본인이 속도를 컨트롤할 수 없다는 건 조금 걱정되는 일이죠. 심지어 아내와 함께 놀러 간 곳에서, 아무리 기분에 좋다고 해도 그렇게 자제력을 잃어버린다면 아내분께서 얼마나 속상할지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요.
술에 대한 문제는 꽤 많은 커플들이 상담해 오는 질문이에요. 술을 못 마셔서 문제, 너무 잘 마셔서 문제, 주종을 가려서 문제, 안주를 많이 먹어서 문제, 심지어 원 샷을 안 한다는 문제까지. 별별 사연들이참 많이 들어온답니다. 제가 그럴 때마다 하는 말이 있어요. 음주는‘문화’다. 문화는 배워야 한다. 한 사람의 문화와 한 사람의 문화가 섞인다는 건, 나라와 나라의 문화가 융합되는 것만큼이나 대단하고 힘든 일이다. 그러니 교육이 필요하다고요. 쉽게 말해, 좀 더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지 못하는 사람을 가르쳐야 한단 얘깁니다.
에게, 그게 무슨 힌트냐고요? 그렇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얘기죠. 하지만 실행은 잘 못할걸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나의 문화와 다른 너의 문화를 윽박지르고 나무랄 뿐이거든요. 사랑하는 사람을 완전히 버릴게 아니라면, 그의 잘못을 지나치게 들추려 하면 안 돼요. 그렇게 점점 위축될수록 당신을 향한 그의 사랑의 감정 역시 점점 첨예해져 갈 뿐이거든요. 결국 그렇게 날카로워진 창은 당신을 다시 찌르게 돼 있어요.
남편분도 분명 본인이 잘못한 줄 알고 있겠죠. 야단맞을 걸 두려워할 거고요. 그러니 뜨끈한 쌀국수 들이키며, 화난 감정도 시원하게 풀어버리는 게 어때요? 그리고 남편분의 주도를 스파르타 식으로 가르쳐 봐요. 상상 만해도 험난한 길이 될 것 같지만... 그런 두 분의 모습을 상상하면 걱정의 한숨보단 웃음이 먼저 지어지거든요? 분명 그것 역시 두 분의 추억이 될 거라 믿어요. 화이팅!
필자 김정훈
연애만 한 여행이 있으리. 연애&여행 칼럼니스트, tvN 드라마 <미생>, OCN <동네의 영웅> 보조작가, 책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연애전과>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