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스승예수벗 회지' 2017년 12월에 실린 글 입니다.>
주님 탄생 첫 증인 목자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강혜경 M. 티모테아 수녀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가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 … 베들레헴 변두리, 밤에 양떼를 지키는 목자들에게 주님의 천사가 다가오고 주님의 영광이 그들을 비추며 전해 준 기쁜 소식(복음)입니다(참조, 루카 2,1-14).”
위 본문에서 ‘주님의 천사’란, ‘하느님의 나타나심’을 의미합니다. 이는, 인간의 시간에 하느님 시간이 개입했다는 말입니다. 일찍이 그리스인들은 시간을 인간(人間)의 시간(크로노스)과 신(神)의 시간(카이로스)으로 이해했습니다. 유한한 내가 생각하고 내가 결정하는 시간은 인간의 시간이고, 무한한 하느님께서 뜻하시고 결정하는 시간은 하느님의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시간 속에 살면 언제나 불안하고 근심과 걱정에 시달리게 마련이지만, 무한한 주님의 시간 안에 살면 시련과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두려움이 사라지며, 믿음의 결실인 기쁨을 체험하며 기쁘게 산다는 의미입니다.
그리스 문화권에 익숙한 루카는 ‘하느님이 사람이 되심’을 인류 역사 한 가운데서 하느님의 시간이 개입된 가장 놀라운 사건으로 이해합니다. 그의 복음은, 특히 하느님 나라와 가난한 이들과의 관계를 부각시킵니다. 예수님은 가난한 이들, 억압받는 이들, 병든 이들, 감옥에 갇힌 이들 그리고 학대받는 이들에게 복음을 가져왔다고 거듭 말합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예수님은 우리를 억압과 속박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오셨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회적 차원을 포함하여 우리 삶의 구석구석과 관련된 영적인 화해의 메시지입니다.
예레미야는 이스라엘과 하느님과의 관계를 양과 목자의 관계(예레, 31,10)로 설명하지만, 예수님 시대에는 목자들을 천대하고 죄인으로 간주했습니다. 정치, 사회, 종교 … 구조악이 양생한 죄인들의 신분과 사회와의 관계 회복 및 개선을 위해 하느님은 목자들에게 구원자 탄생 선포라는 첫 사명과 함께 표징까지 일러 줍니다. 베들레헴 변두리, 동물들의 외양간에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가 우리를 위하여 태어나신 “주 그리스도”의 표징입니다(루카 2,12). 목자들은 천사가 알려 준 표징들을 기억하며 서둘러 베들레헴으로 갑니다.
하느님 말씀을 믿는 우리는 ‘오늘이 구원의 날’ 입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사랑하는 외 아드님을, 양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착한 목자’로 세우십니다(요한 10,1-21 참조). 하느님을 알아보는, 하느님을 기억하게 하는 이 성탄 ‘첫 표징들’은 ‘생명의 DNA! 성체성사!’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다고요? 그렇다면 교리 상식, 지식 전부 내려놓고 아기 예수님께 계속 여쭈어보면 어떨까요? 저 멀리 계시는? 하느님이 아니라, 인간의 시간 속으로 들어오신, 말씀(LOGOS)이 사람이 되신 아기 예수님께 여쭈어 봅시다!
왜요? 무엇 때문에요? 예루살렘이 아닌 촌구석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냐고요? 실세 있는 부유한 가문에 태어나시지 않고요? 허울만 그럴듯한 다윗가문, 가난한 목수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셨냐고요?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힘 있는 부자 나라가 아니라 남의 나라 식민지 유다백성으로 태어나셨냐고요? … 이어서 ‘왜요?’를 거듭하며 오늘날, 우리 현실에 대해서 계속 여쭈어 봅시다!
‘왜요?’하며, 묻고 알고 싶은 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면 아주 좋은 징조입니다! 하느님과 만나고 싶고, 기도하고 싶다는 원의, 갈망, 열망이 마음에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과의 대화가 ‘기도’입니다. 하느님과 만나고픈 ‘갈망’이 기도의 시작입니다. 하느님이심을 포기하고 인간이 되신 아기 예수님께 계속 여쭈어 보십시오. 그렇게 계속 예수님 시간 안에 잠기는 것이 기도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뜨겁고 힘이 나는 행복과 기쁨에 감격할 것입니다. 엠마오 제자들처럼(참조, 루카 24,32)!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을 돕고 싶으십니까? 마음을 나누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방실 방실 아기 예수님의 얼굴을 뵙고 계신 겁니다. 오늘 지금이 우리와 함께 사는 이들의 구원의 날입니다. 오늘 우리를 위하여 사람이 되신 아기 예수님의 축복을 빕니다.(축성탄)
첫댓글 2 년간 <스승예수벗회지> 말씀란에 올린 글을 퍼 날랐네요. 마음으로 읽어 주시고 댓글 주시고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매일 매순간 주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행복 만들며 기쁘게 사시기를 아기 예수님께 기도합니다. 고맙습니다.
2년이나 되었나요?
감사함을 많이 전하지 못한것 같아 죄송합니다. ㅠㅠ
늘 깨어 있는 삶을 살도록 이끌어 주심에 감사 드려요.
수녀님은 벌써 아기예수님을 맞이 하셨는가 보지요.
건강은 어떠하신지~
늘~주님의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