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을 보내고, 오월을 맞는 이맘때, 농장 앞 산에는 연두와 초록이 옅고, 짙은 다양한 층위의 색깔로 나무들이 어우러져 봄이 깊어 간다. 사람들의 마음도 각기 다른 옅고, 짙은 사연들로 알록달록 장식되어 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요사이 만난 사연 하나 풀고 가련다.
머위순을 뜯다가 독사에 물려 입원하셨던 엄마는 일주일 만에 퇴원하셨다. 무엇부터 해결해야 할지 모르게 정신없이 살고 있는 관계로 24시간 엄마 병실을 지키기 어려워서 간병인 상주 병실에 입원시켜 드렸다. 하필, 오른쪽 손가락이라서 오른쪽 팔에 얼음팩을 묶었다. 왼손으로 밥을 드셔야 해서 도와드리려고 새벽에 일어나 아침 식사 전에, 나만 먼저 서둘러 농장일을 접고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병원에 갔다. 그로인해, 옆지기가 둘째를 챙기는 등 많이 힘들었다.
응급실에서 처치를 마치고 입원병실에 들어갔을 때, 허리에 매트를 찬 구부정한 간병인 분은 가녀린 몸매에 휘청휘청 걸어서 70대 중반의 나이쯤으로 보였다. 엄마를 잘 간호해 주실까 걱정될 정도로 허약해 보였다. 중국에서 오셨다는 그분은 누가 봐도 간병인이 아니라 환자 다운 면모를 보였으나, 사실은 20년 경력의 베테랑이셨다.
병실의 세 분은 거의 누워만 계시는 90세 넘은 분들이었고, 젊은 여자는 다리를 심하게 다쳐 걷지 못했다. 특유의 억양이 익숙지 않았지만, 입맛이 없다는 어른들을 아이 달래듯 달래서 죽을 드시게 하는 모습에 조금 안심이 되었다. 간병인분은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노련한 솜씨로 완벽주의자 최 회장님을 만족시켰다. 병실을 오가면서, 엄마와 다른 환자분들을 대하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친근감이 들었다. 냉장고의 밥이 오가고, 과일이 오가고, 과자가 오가면서 우리의 마음도 오갔다. 퇴원 인사를 나누는 두 분의 눈매가 촉촉해졌다.
연세도 많으신데, 고생하신다고 엄마가 걱정했다. 코로나 시기에 손주가 혈소판 감소증에 걸려서 지금도 월 치료비가 300만 원 이상 들어가기 때문에 간병 일을 계속해야 된다고 한다. 딸과 손주를 위해서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그는 집도 처분하고 아예, 병실에서 산다고 했다. 새벽 3시 반에 기상해서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하면서도 본인이 해야 할 일이라서 힘들지 않다고 했다.
낯설었던 사람들이 마음을 터놓고 가까워지는 곳이 또한 병실이 아닐까 싶었다. 한국에서 치료가 잘 되어 지금은 중국에서 살고 있다는 손주. 얼굴 한 번 보지 못했지만, 건강해져서 고령임에도 간병일을 하는 할머니가 편안해지시기를 기원한다. 아픈 사람을 돕고, 아플 때 의지하며 서로를 향한 마음도 봄처럼 깊어지리라.
[26.4.25.]
옆지기가 블루베리 묘목을 심기 위해 주문해 놓았던 피트모스를 가지러 갔다. 돌아온 트럭을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포장된 피트모스가 아니라, 톤 백에 실려 있었다. 그것도 야적해 놓아 물을 흠씬 뒤집어쓰고 있었다. 이런 모양은 처음이었다. 평소에 보았던, 사각모양의 250L 들이 중량 40Kg의 포대를 생각하고 있던 터라 기가 탁 막혔다.
지게차로 실어 줘서 받아 왔는데, 어떻게 내려야 할지를 놓고, 갑론을박 끝에 왕겨 포대에 담아서 보관하기로 했다. 몇 단계를 거쳐 왕겨 포대가 트럭에서 땅으로 옮겨졌고, 한 장 한 장 채우는 과정을 거쳐 네 시간이 넘어서야 바닥이 드러났다. 가득찬 왕겨 포대 12개가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게 도열했다. 이런 비생산적인 노동으로 한나절을 보내고 말았다.
신체적 후유증은 너무도 컸다. 온몸으로 하는 노동은 신체를 망가뜨린다. 호미를 쥐고 젖고, 뭉쳐진 피트모스를 파느라 세차게 움켜쥐었던 손바닥은 불이 나는 것 같았고, 물집이 잡혔다. 어깨가 후끈거리고, 허리가 너무 아프다. 하루가 참 길다~~
블루베리 수확을 앞두고 막간을 이용해 농기계 보관창고용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있다. (8.2m*10m) 농장의 땅이 길쭉한 모양이라서 본부에서 복숭아밭까지 기계를 이동하는데 10여분의 시간이 걸린다. 현재, 보관하우스에 블루베리를 옮겨심기로 계획되어 있어서 농기계 보관창고가 선행되어야 할 과제다.
옆지기는 비용절감을 위해 스스로 해보겠다고 한다. 유튜브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 양 옆에 인발 파이프를 고정하고, 긴 파이프를 활처럼 휘어서 인발파이프에 꼽아 피스로 고정하면 된다.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해 대각선 길이를 맞춰 정확한 직사각형 길이를 재고, 사각귀퉁이에 기준기둥을 꼽아 끈으로 고정하고, 시멘트를 깨고, 수평자로 가로세로의 수평을 잡고, 50Cm 간격으로 표시해서 인발파이프를 고정하는 작업까지 마쳤다.
글로 쓰면, 훌쩍 써지지만, 실제로 작업은 며칠 걸린 터다. 타공드릴을 대여해서 땅을 파고 인발을 박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 타공드릴은 내가 들어올리기도 무거웠다. 수직, 수평을 정확하게 맞춰서 표시된 줄과 일치해야 해서 혼자 하기 어려운 작업이었다. 활주와 문짝, 공구들이 도착해서 대기하고 있다.
하나하나 필요한 일들을 스스로 헤쳐나가는 보람도 크다. 어이없는 말처럼 들리겠지만, 바쁘게 생활해 나가면서도 몸만 아프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이에 맞지 않게 무리를 해 놓고도 몸이 아무렇지도 않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욕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렇게 또, 실없이 봄날이 깊어간다.
첫댓글 민금순 선생님!
시간은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임 처럼 하루의 주어진 농장일에 몸을 바치는 모습이 박수를 보냅니다!
건강하기만하면 목표가 거뜬하게 도달하겠지요! 마음 속으로 늘 파이팅! 합니다.
김은순 부회장님,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내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늘 동분서주 바쁘신 부회장님의 삶도 힘껏 응원하겠습니다. 편한 날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세상에나!
어머님이 독사에 물리시다니요
얼마나 긴장했을까요
저희 마을에 손녀가
엄마따라 산소에 갔다가 독사에 물려
20대 꽃다운 나이에 돌무덤이 되었거든요
그 뒤론 뱀이 어찌나 무섭던지
쑥을 캐러 가자 해도 무서워서 주저주저 했어요
고향 산소 주변에도 머위순이 많은데
뱀 나올까봐 얼씬도 못한답니다
어머님 다행히 퇴원하셨다니 천민다행입니다
배덕정 선생님, 감사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뱀과 거머리지요. 안타까운 사연을 알고 있으면 조심이 되지요. 농부로 살다보니, 벌도 무섭고, 진드기도 무섭고요. 작업을 하려면, 중무장을 하고 농장에 들어가야 하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주차장에 보이는 풀부터 맨손으로 뽑고 있는 저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쐐기가 있어서 팔목을 여러 차례 물렸는데도 말입니다. 더 안전한 작업에 신경써야 할 것 같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