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아주머니, 소려, 슬림이, 이슬이, 재군이, 재법이 ….. 그리운 이름들
모두 안녕하시죠?
워낙 무심한 저라 찾아뵙지도 연락드리지도 않고 사네요.
그래도 인서점식구들의 모습이 내 삶에 항상 같이 합니다.
우리 각시는 가끔 얘기해요. 살면서 존경할 어른을 만나지 못했던 것이 가장 아쉽다고요.
그래서 저는 행복하지요. 아저씨 식구들을 만났고 또 몇 달이나마 같이 지냈으니까요.
사실 이 만남이 제 삶을 결정해버렸나 봐요.
그 후로 가난한 사람들만 만나요.
또 이 사람들 속에서는 참 편해요. 지금도 제가 같이 있는 ‘우리밀빵마을’ 식구들도 참 가난해요. 남의 집 문간방 두간에 어머님, 형님 식구들하고 일곱 식구가 웃으며 오글거리고 살거나, 네 식구가 방 한간에서 살고 그래요.(그래도 이 집은 얼마전에 방 두간으로 이사했답니다. 제가 얼마나 기뻐했는지요. 제가 있는 ‘빵마을’에서 맛있는 빵이 나오는 것보다 우리 식구가 방 두간으로 옮긴게 더 기쁘고 중요하거든요. 맞잖아요?)
어느 글에서 “마을, 그 아름다운 공동체”라는 글을 봤어요. 우리 땅 우리 마을에는 촌장도 있지만 후레자식도 있고, 남의 말 전하는 입싼 사람들, 문둥이도 있지만 구박하고 야단을 치되 누구 하나 굶기지 않고 품어안았다고요. 이 마을공동체가 무너지면서 현대의 모든 문제가 나왔다구요. 마음의 고향 ‘마을공동체의 부활’ 세계적인 화두라구요.
다행히 제가 책임진 일터의 이름이 “우리밀빵마을”이예요.
우리 식구들 대부분 중졸이나 그 이하예요. 팥빵 大를 주문받으면 꼭 팥빵 자를 써요.
그 때 제마음이 참 아팠어요. 또 내가 할 일이 있구나하는 의욕도 생겼구요.
그래서 그냥 우리 빵마을 식구들하고 뒹굴고 놀아요.
기도를 많이 했어요. “시천주 조화정’도 하고, ‘마하반야’도 하고 성호도 긋고…제가 할 줄 아는게 없는 사람이나까요.
“공장대학”도 열고 싶다. 주5일 근무제하고 싶다. 사원아파트 만들고 싶다. 우리 식구들 칭찬받게 해주고 싶다. 아, 생활임금도 주고 싶다. 우리 땅 여행시켜주고 싶다……
어쨌든 됐어요. 돈안줘도 되는 사람들 불러다가 우리 일하기전에 강연도 듣고, 식용유나 설탕에 관한 토론도 하고요, 부산대 본관 강당에서 하는 여덞시간짜리 교육도 들으러갔어요. 지금은 금요일 토요일 쉬어요. 주5일 근무죠. 가끔씩 콧바람쐬러 노고단에도 가고요. 고상하고 착한 사람들과 숲생태기행 이런데도 끼어다녔어요.
이런게 처음이래요. 365일 내내 일만 했대요. 차도 없고, 운전도 못하고…. 눈물이 나요.
다행히 공장옆 주인집이 비어서요. 한 식구가 들어와 살고있어요. 한 30평 될걸요. 덕택에 채소밭도 일구고, 지금 우리 빵마을이 저까지 사람이 일곱식구고요. 강아지가 여덟식구, 토끼가 세식구예요. 대가족이죠. 닭도 한 네 마리 보내주신대요. 저는 얹혀서 즐겨요.
늦어도 내년에는 우리 식구들 같이 제주도 여행할 거예요. 비행기 타본 사람 하나 없고, 서울 가본 사람도 거의 없대요. 마침 고향에 막내가 팬션 할거라네요.
금년 우리밀빵마을 목표는 “자유로운 노동”이예요.
그냥 이렇게 살아요.
인서점 때문에 내 인생에 브레이크가 걸렸는지 마이너리티가 되어버렸어요.
잘 나갈 수 있었는데요. 하하하…
나 나쁜놈은 안될거예요.
인서점 책꽂이뒤 작은 방, 미어져라 쳐들어온 그 많은 사람들이 웃으며 어울려 먹던 수제비는 제 영혼의 샘이니까요.
우리 집 걱정은 하지 마셔요.
다행히 제 팔자가 부자 팔자라서 우리 집 식구 모두 건강하고 부족함없이 살아요.
아저씨는 가난해서 나는 부자라서 없는 사람들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내가 나쁘다 하하하 겁이 많아서요.)
또 다른 선택을 기도중이예요.
지금 “우리밀빵마을”을 공소유로 바꿔볼까하구요.
우리는 부산 경남의 가톨릭농민회, 한살림, 생협, 생태유아공동체 이 단체들의 주문을 받아서 생산 납품하거든요. 일반 판매는 아예 우린 안하구요. (다른 사람들이 해야죠.)
이 중에 믿을만한 단체와 우리 공장 식구들의 공소유, 책임운영으로 바꾸려구요.
지금은 그를 위한 안정적인 수익구도, 이에 걸맞는 빵으로 탈바꿈시키는 중이예요.
쉽죠. 준비만 되면, 내 소유만 포기해버리면 되니까요.
그리고 나는 또 다른 도전을 해봐야죠. 자유롭게요.
아는 형 따라다니면서 목수일 좀 배워볼까 싶구요. 그러면 아저씨 모시고 떠돌아 볼런지요.
젊어졌어요. 이제 걱정안되시죠.
자연이 우리 아이들 건강하게 키워줘서 애비 한동안 떨어져도 잘 클거구요. 이웃들도 있구요. 아저씨, 아주머니 쉬고 싶으실땐 내려오세요. 조금은 쉬셔도 되잖아요. 떠돌아 볼 모의도 하구요. 정선아라리 들으러 가야죠.
도엽이가 인서점 다녀온 이야기를 글로 썼네요.
짧게 인사나 하려했는데……
참, 주소 드려야죠.
“우리밀빵마을” (055)255-8620
경남 창원시 북면 동전리 594-3번지
“이동근, 김영순, 이지원, 이한길, 이한별” 그냥 머슴네 (055)299-4782
경남 창원시 동읍 석산리 356-1번지 잘 안받지만 휴대폰도 있어요. 016-881-4762
(이러니까 무슨 미국 사는거 같네요.)
항상 건강하세요.
인서점 식구들은 우리가 기댈 유일한 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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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아저씨의 편지
(05년 2월 24일 우리 밀 빵과 우리 밀 가루를 택배로 보내오며 도착한 편지)
첫댓글 머슴아저씨가 '우리밀빵' 한보따리하고 '우리밀가루' 한 푸대를 보내왔습니다. 온 가족이 나누어 먹으며 머슴아저씨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누구하나 머슴아저씨를 존경하고 그리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언제 한 번 가자고 모두 이야기 했습니다. 너무나 보고 싶군요.
정말 꼭 가고싶습니다. 머슴아저씨의 삶이 너무 아름답네요. 아저씨 저 셋째인데 기억하실려는지..이제 아이엄마가 되었네요. 꼭 한번 가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