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 사람 주-
다른 카페에 쓴 글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고쳐쓰기 귀찮아서 그랬습니다.
18일에 썼는데 여기 올릴까 말까 하다가
결국 늦게나마 올립니다.
그다지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도 아닌데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거의 매일 글을 올리다가 하루 정도 빠지니까
그것도 관성이어서 그런걸까...
오늘은 아침에 프로젝트 수업때문에 친구들과
고대 가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아니 않았다...
전화벨소리를 줄여놓고 잠을 잔 것이다.
일어나니 부재중 전화 10통...
이제까지 부재중 전화 최고 기록이다.
어쨌든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전화를 하다니...
그런데 나는 그렇게 무시하고 자다니...
나중에 그녀에게 가지 못해서,아니 가지 않아서
미안하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녀는 어디 아픈거 아니냐고...걱정했다고...
문자를 보냈다.
나는 그냥 무기력해져서 그렇다고 했다.
흠...
차라리 그냥 아무 답이 없으면 좋았을 걸...
괜히 나에게 쓸데없는 기대를 하게 한다.
오늘은 학교 축제 3일째 날이다.
마침 룸메이트가 자기는 여자친구 만나러 간다며
내게 표를 주었다.
노천극장에서 하는 '아카라카를 온누리에' 표다.
갈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컴을 키고 카페를 들락날락
하면서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가기로 했다.
그래도 명색이 대학 와서 처음 맞는 축제인데
어떤 지 구경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역시 사람들이 무지 많았다.
백양로 양 옆으로는 주점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남는 자리는 노점상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연인들끼리 친구들끼리 아님 나처럼 혼자...
혼자 온 사람들은 거의 안 보였다.
프로젝트 수업의 조교누나가 무슨 일본식 김밥,마끼라고
하는 걸 판다기에 거기나 한번 가볼까 하고 갔더니
손님은 거의 없는 듯 해서 주위를 맴돌다가 그 곳으로 갔다.
장사를 제대로 시작한 건 아니고 그냥 준비중인듯했다.
아는 아이가 친구들을 끌고 와서 매상을 올려주고 있었다.
어쨌든 아는 사람이 있으니 그나마 어색함이 가시는 듯...
그 아이 이름에서 한 자 따서 '선'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그냥 '그 아이'하면 기니까...
선이는 친구들을 보내고 나더러 아카라카보러 같이 가자고 했다.
근데 선이는 표도 없어서 친구에게 부탁을 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난 내 표를 준다고 했더니 극구 사양이다.
그런 아이니까...
어쨌든 친구가 표를 구했을 지도 모르니 가보자고 해서
노천극장 입구에 갔는데 친구도 표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또 내 표를 주려니까 아까보다 더 사양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지...
평양감사도 지가 싫으면 안한다던가...
그런데 선이의 고등학교 때 친구가 나를 보더니 선이에게
남자친구가 아니냐고 물었다.
선이가 아니라고 했더니 에이~그러면서 안 믿는 거다.
그래서 선이가 나더러 얘기 좀 해주라는 것이다.
흠...
왜 남자와 여자가 같이 있으면 그렇게 보는 걸까...
또 아니라고 하면 왜 안 믿는 걸까...
'불신시대'다...
선이가 나에게 빚(!)을 진게 있어서 밥을 사 주겠단다.
우선 밥부터 먹고 아카라카는 나중에 보러 가자고...
나는 오늘 한끼도 못 먹었지만 그다지 식욕이 없었다.
그래서 백양관에 가서 이야기를 했다.
그냥 뭐 이런저런 애기들...
주로 나의 의식구조...사고방식...
이렇게 말하니 거창하지만 그냥 그랬다는 뜻이다.
그러다가 치킨을 먹으러 파파이스로 갔다.
거기서도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그러다가 나의 비밀 하나가 드러났다.
나의 그녀...
선이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완전히 아는 지는 모르겠다.
서로 누구라고 말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사람이예요?"
"글쎄...(그냥 웃어버렸다) 그런데 내가 좋아해서는 안 될 사람이야."
"그럼 조교누나?"
"에이~ 그건 아니지..."
"그럼 교수님?"
"허걱..."
어쨌든 이 정도 말하면 알아챘을거다.
우리 둘이 다 아는 사람이라면,게다가 여자라면 몇 명안되니까...
아마 알아챘을거다.
그러나 입이 근질근질해도 서로 누구인지는 말하진 않았다.
그게 좋을 듯 했다.
오랜만에 말을 많이 했더니 목이 다 아팠다.
말을 많이 해서 목이 아프다니...
처음 있는 일이다.
노래해서 목이 쉴지는 몰라도...
5시부터 9시반까지 얘기한 것 같다.
사랑이라든지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방식에 관해...
내가 생각하는 방식은 이렇다.
남이 뭘 하든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그 사람의 자유다.
내가 거기 간섭이라든지 판단은 되도록이면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남에게 말을 할때는 조심한다.
내가 젤 싫어하는게 잔소리 듣는것이며 잔소리하는 것이기에...
남이 힘들어해도 난 힘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내까짓게 뭐기에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을까...
그냥 그렇다.
아 막상 쓸려니 어떻게 써야 할 지 모르겠다.
이런 걸 설명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지금 여기 써 놓은 것들로 저를 판단하시지 않길 바란다.
이건 단지 단편적인 글일 뿐이므로...
전에도 말했듯이 누구를 완전히 알기란
내가 정우성이 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위에 쓴 걸로 저를 판단하지 마시길
다시 한번 간절히 부탁드린다.
내가 글 재주가 부족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다.
정말 난 사람들이 많은 곳을 안 좋아하나보다.
사실 아카라카가 어떤 지 한 번 보고 싶기도 했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아라치 아라쵸..'하는 걸 보고
그만 질려버렸다.
난 의도적으로 그런 걸 피하는 걸까?
확실하게 모르겠다.
아까 얘기하다가 심리검사하는 것에 대한 얘기도 했는데
심리검사하면 난 이게 궁금해진다.
만약 설문지에 이런 질문이 있다고 하자.
당신은 활발한가 아니면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가?
그럼 난 아마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에 체크할 것이다.
그럼 그게 정말 내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어쩌면 활발할지도 모르지만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에
의도적으로 체크를 하는 건 아닌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어쨌든 오늘 느낀 게 많았던 것 같은데 글로 옮기려니
정말 힘들다.
아까 선이의 수첩에 끄적끄적 한게 있긴 한데
기억이 안 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의도적인 '아웃사이딩'
정말 내가 의도적으로 아웃사이딩을 하는 건지
아님 다른 건지 나조차도 모르겠다.
요즘 이것때문에 머리가 복잡하다.그녀의 문제와 더불어...
P.S
'아카라카를 온누리에'라고 쓸까 아니면
그냥 "노천극장에서 하는 행사'라고 쓸까 조금 고민했다.
내가 다니는 학교를 밝히는 것도 꺼려야하는
이런 자기검열은 뭘까...
다 쓰고 나니 또 생각나는 것 하나...
길바닥이 무지 지저분했다.
이정도 밖에 안 될까 하는 생각과
주점 말고 다른 건 할 게 없을까...
외국의 대학 축제는 어떨까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