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 성지는 초대 교회 교우촌이자 처형지이며 우리 나라 유일의 성모 성지로 잘 알려져 있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서면 모세가 홍해를 건널 때 바닷길이 열렸듯이 매일 썰물 때면 육지까지 바다가 열려 길이 생기는 제부도의 신비스런 광경을 함께 감상할 수도 있어 더욱 좋다. 경기도 화성군 남양면 남양리에 위치한 남양 성모 성지는 서울에서 1시간 30분, 수원에서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남양 지역은 지리적으로 서해안의 군사적 요충지의 위치를 갖고 있고 중국과의 연락이 용이하기 때문에 조선 시대에 많은 교인들이 찾아 들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또 백학, 활초 등 많은 교우촌이 인근에 형성돼 있었다. 옹기를 구워 팔던 백학 교우촌에서는 지금도 가마터와 그릇 조각들이 발견되고 있는데 이 교우촌은 왕림과 큰 들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고 안양 수리산, 양지 골배마실, 안성 미리내, 진천 배티, 아산 걸매리 등과 걸어서 하루 거리에 위치해 박해 당시 쉽게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남양에서 버스를 내리면 길 건너편에 ''로사리오교''라는 자그마한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이 다리를 건너면 ''순교 남양 성지''라는 글자가 새겨진 맷돌이 하나 서 있고 여기가 바로 남양 성지에 들어서는 입구이다.
앞쪽에 널찍한 주차장이 마련된 성지에는 곳곳에 나무들이 빽빽하게 서 있는데 특히 구불구불하게 키가 커 올라간 소나무들이 볼 만하다. 소나무들 밑둥지에 정성스럽게 감아 놓은 새끼줄들은 성지에 담긴 후손들의 정성을 보여 주는 듯해서 흐뭇한 감을 준다.
성지를 들어서는 순례자는 마치 성모님의 품에 안기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성지의 양편과 뒤쪽으로 구릉처럼 나즈막한 동산들이 성지를 감싸 안 듯이 둘러싸고 있고 그 안으로 성지가 들어앉아 있어 아늑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둔덕을 지나가면 눈에 확 들어오는 ''로사리오 성모님의 동산''은 남양 성지의 자랑이다. 원형으로 펼쳐진 성지 전체가 하나의 묵주로 꾸며져 있는데 대형 십자 고상과 성모상을 비롯해 어른 둘이 팔을 펼쳐야 겨우 안을 수 있는 커다란 돌들로 묵주알을 만들어 놓았다.
남양 성지는 우리 나라 유일의 성모 성지이다. 원래 1866년 병인박해 당시 무명의 신앙 선조들이 순교한 순교 성지인 남양 성지는 91년 10월 7일 정식으로 성모님께 봉헌됨으로써 한국 교회 사상 처음으로 성모 마리아 순례 성지로 선포됐다.
성모 성지란 교회가 공식적으로 성모 성지로 선포한 곳을 의미한다. 현재 전 세계에 1천 7백 29곳이 있는데 그중 성모가 발현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인도네시아에 각각 두 곳, 중국과 말레이시아에 각각 한 곳이 있고, 베트남에는 네 곳, 필리핀과 인도에는 여섯 곳이 각각 있다.
남양 성지는 성모 성지로 선포된 후 지속적인 기도 운동을 벌이고 있다. 묵주 기도 고리 운동은 현재 수만 명이 넘는 회원들이 매일 자신이 약속한 시간에 15분간 5단을 바침으로써 24시간 내내 묵주 기도가 이어지게 하고 있다. 또 1년에 두 차례씩 실시되는 피크로스(PICROS) 운동은 며칠 동안 도보 성지 순례를 하면서 끊임없이 묵주의 기도를 함으로써 희생과 고통을 봉헌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낙태죄를 속죄하기 위한 기도 모임을 매주 토요일마다 마련하고 있다.
남양 성지 순례를 모두 마치면 제부도로 가서 바닷길이 열리는 장관을 목격할 수도 있다. 남양면에서 사강 쪽으로 계속 직진하면 20분 정도의 시간으로 제부도에 도착할 수 있다.
제부도에 갈 때에는 사전 지식이 조금 필요하다. 하루에 두 번 썰물과 밀물이 반복되는데 썰물 때에만 제부도로 들어갈 수 있다. 제부도 서편에 있는 2.5킬로미터의 모래밭과 그 뒤의 미루나무 숲이 볼 만하다. 특히 썰물 때마다 6시간씩 계속해서 열리는 바닷길은 자연의 신비를 통해 하느님의 웅장함을 보여 준다.
썰물 시간이 맞지 않을 때에는 인근 대부도를 찾아갈 수도 있다. 피서철이면 이곳들을 찾는 인파가 많아 교통 체증이 심하기 때문에 미리 적절한 시간을 고려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출처 : 주평국, 하늘에서 땅 끝까지 - 향내나는 그분들의 발자국을 따라서, 가톨릭출판사,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