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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건축아파트 임대주택의무화 방안이 재건축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업계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인천 남동구 구월동 주공아파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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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7일 발표한 재건축 아파트 임대아파트 의무건설 방안에 대해 일부에서 사실상 개발이익 환수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재건축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의 파급효과에 대해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은 임대아파트를 지으면 단지 내 주거환경이 나빠져 사업성이 떨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임대아파트 건설로 손실이 나겠지만, 용적률이 높아져 손해가 상쇄되는 만큼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 사업성에 큰 변화가 없어 악재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주택경기 침체에다, 후분양제·분양권 전매제한 등 아직도 ‘이중삼중’의 족쇄가 채워져 있는 만큼, 이번 조치로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가격 상승까지 기대하기에는 무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건축 개발이익환수 포기하나= 정부가 발표한 재건축 임대주택 의무화 방안에 따르면 사업승인 이전 단지에 대해서는 재건축으로 늘어나는 용적률의 25%를 임대주택으로 짓되, 임대주택 건설분만큼의 용적률을 높여주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 임대주택은 정부나 지자체가 표준건축비 기준으로 매입할 계획이다.
이미 사업승인을 받은 단지는 용적률 증가분의 10%에 해당하는 일반분양용 아파트를 정부나 지자체가 공시지가와 표준건축비 기준으로 매입해 임대아파트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는 주어지지 않는다. 재건축 임대주택의무제도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인 서울·성남·의정부·구리·남양주·하남·고양·수원·부천·광명·과천·의왕시·군포·시흥 등에서만 실시될 예정이다.
재건축 임대아파트는 추첨 등의 방식으로 서민에게 공급하되 임대아파트와 일반아파트를 별도 동이 아니라 동마다 섞어서 짓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재건축 개발이익환수를 포기한 것이며 사실상 부동산투기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재건축 시장에 악재냐, 호재냐= 재건축 시장에서도 이번 조치에 대해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단 호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악재도 아니라는 반응이 많다.
임대아파트를 짓는 대신 용적률이 늘어나기 때문에 조합원 부담금이 크게 늘어나지 않아 사업추진에 큰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강남일대 재건축 추진 단지에 대해 용적률 인센티브 없이 임대주택을 건설하면 조합당 적게는 60억원에서 최대 4000억원대까지 손실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가구당 1억원 이상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임대아파트 면적만큼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으면, 손실액이 대폭 낮아져 가구당 추가 부담금은 거의 늘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10층 이상 중층 아파트는 기존 용적률이 높아 사실상 용적률 증가에 따른 임대주택 건설분이 미미하다는 점에서 역시 별 영향이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미 사업승인을 받은 단지, 특히 상대적으로 대지지분이 많은 저밀도지구의 경우 조합원 부담금이 크게 늘어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대표는 “임대아파트는 싼값에 매각해야 하는 반면, 일반분양가는 평당 2000만원대에 달하기 때문에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면서 “일부 단지는 조합원 1인당 3000만~5000만원의 추가 부담금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저밀도지구는 이미 주민이주와 철거가 끝났거나, 개발이익환수제가 시행되는 연말이면 대부분 착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번 조치의 적용을 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일선 재건축 조합에서는 “임대아파트를 지으면 건물 가치가 떨어지고, 주민들 간 위화감이 조성돼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발이익환수제가 생각보다 완화되면서 재건축 시장에 어느 정도 숨통은 트이겠지만, 당장 가격 상승이나 사업활성화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은 “주택거래신고제, 후분양제, 조합원 분양권 전매제한 등 각종 재건축 규제가 여전히 살아 있다”면서 “냉각된 투자심리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