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1346) 제야(除夜)에 - 이곡/가정집18권 황도의 벼슬살이 몇 번이나 봄을 보내며 / 游宦皇都幾見春 세시마다 북당의 모친을 생각했네 / 歲時常憶北堂親 가련타 오늘 저녁 등불 앞의 그림자여 / 可憐此夕燈前影 당년에 대궐 아래 있던 몸과 똑같구나 / 正是當年闕下身 초각 황각은 귀한 점에서 응당 같겠지만 / 草閣應同黃閣貴 금의보다는 채의의 새 옷이 훨씬 좋은걸 / 錦衣爭似綵衣新 내일 아침엔 오십살 지천명의 나이이니 / 明朝五十行知命 동서남북 떠도는 사람이 돼선 안 되겠지 / 莫作東西南北人
제야(除夜) - 최립/간이집6권 유유하도다 지나간 옛일이여 / 悠悠疇昔事 뒤숭숭하도다 오늘날의 정세여 / 忽忽此時情 타향에 있는 이 몸 어찌할거나 / 可耐他鄕裏 한 해도 시시각각 저물어만 가는데 / 仍將別歲爭 홍구를 경계로 떼어 주지는 않았으나 / 鴻溝未許割 양갑이 익기를 기다릴 시간도 없는 것을 / 羊胛不須烹 제야의 술 받아 오니 그런대로 맛이 좋아 / 臘酒沽來美 취해서 노래 부르니 어느덧 날이 밝네 / 酣歌且到明
벗이 제야에 보낸 시에 화운하다 [和友人除夜見寄] - 최치원/계원필경집20권 우리 서로 만나 노래나 할 일이요 / 與君相見且歌吟 큰 뜻 꺾인 세월 한탄하지 말 것이다 / 莫恨流年挫壯心 다행히 길마중 하는 봄바람을 얻었으니 / 幸得東風已迎路 꽃 피는 호시절에는 계림에 도착하리라 / 好花時節到雞林
섣달 그믐 밤에 [除夜] - 김낙행/구사당집1권 등불 달아놓아 잠 못 자는 이 밤 / 燈懸耿不寐 창 밖에는 비가 삼삼히 흩날리네 / 牕外雨森森 묵은해와 새해가 오늘 밤을 다투니 / 歲色爭今夜 사람의 마음은 촌음을 애석해 하네 / 人心惜寸陰 집안에는 시례의 가학이 남아있고 / 過庭詩禮在 경전 펼치면 성현이 눈앞에 임하네 / 開卷聖賢臨 많고 많은 대장부 사업 가운데에 / 多少丈夫事 가학과 경전에 더욱 깊이 힘쓰리라 / 從玆著力深
섣달 그믐 밤에 [除夜] - 안축/근재집1권 가물거리는 등불에 낡은 객관 더욱 어두운데 / 燈殘古館轉幽幽 나그네 길 견디기 어려운 세밑의 근심 / 客路難堪歲暮愁 잠을 깨어 내일 아침이면 나이 오십이리니 / 夢罷明朝年五十 밤 깊도록 조용히 누워 시각을 세네 / 夜深高臥數更籌
제야,옛사람의 운을 써서 [除夜 用古人韻] - 이숭인/도은집2권 한 해의 마지막 날 절간을 찾았더니 / 除夜到山家 주승이 불똥 자르면서 밤을 지키네 / 留僧翦燭花 차 끓이는 주전자에선 지렁이 우는 소리 / 煮茶缾叫蚓 시구 적는 먹물은 까마귀 번드치는 듯 / 題句墨翻鴉 경고를 정식으로 모두 다 치니 / 更鼓三撾盡 천문에 북두칠성이 비껴 걸렸네 / 天文北斗斜 내일 아침은 해가 새로 바뀌건만 / 明朝歲華改 떠돌이의 뜻은 잡을 길이 없어라 / 漂泊意無涯
제야(除夜) - 성간(成侃)/동문선10권 해가 지금 다하려 하매 / 歲律今垂盡 구렁에 들어가는 뱀 같네 / 端如赴壑蛇 아이를 불러 시간을 묻고 / 呼兒數更漏 아내를 시켜 등잔불을 치네 / 喚婦落燈花 긴 밤 구름이 어둑한데 / 永夜雲陰積 엄한 바람에 눈발이 비끼네 / 嚴風雪勢斜 맑은 이야기에 이내 술을 재촉하는 것이 / 淸談仍促酒 아융의 집에서 만하겠는가 / 不必阿戎家
제야(除夜) - 황현/매천집4권 다난했던 한 해가 또다시 저무는데 / 艱難又到歲除天 올해의 이 밤은 지난해와 다르다네 / 此夜今年異往年 곳곳에서 원충이 눈 속에서 얼어 죽고 / 幾處猿虫僵雪裏 교외마다 시호가 사람 앞에서 일어나네 / 千郊豺虎起人前 하늘 향해 화내 봐도 끝내 아무 소용없고 / 向空怒罵終無補 땅을 치며 노래해도 자신만 가련할 뿐이네 / 斫地狂歌只自憐 상상하기 싫어라, 닭이 운 뒤에 / 設想不堪鷄唱後 정월 봄소식이 갈수록 아득할 것을 / 王春消息轉茫然
제야(除夜) - 이색/목은시고2권 해마다 제야엔 역귀 몰아내기 좋아하여 / 年年除夜喜驅儺 아동과 섞여 앉아 담소가 떠들썩 했는데 / 雜坐兒童笑語譁 객지 생활 흥미 없음을 이제야 알았네 / 始覺遠遊無興味 적막한 승탑에 불꽃만 뚝뚝 떨어지누나 / 寂寥僧榻落燈花
제야에 읊다 [除夜吟] - 유희춘/미암집2권 정월 초하루의 갑자일 천 년에 드무니 / 元朝甲子罕千齡 온갖 변화 태동함 다행히 이제 만났네 / 萬化胚胎幸今丁 주상께서도 풍년엔 아무 일이 없으니 / 主聖時豐無一事 노신은 돌아가 옛 경전에 주를 내리라 / 老臣歸舍註前經
제야(除夜)의 입춘에 - 서거정/사가시집20권 섣달 그믐날 밤이 입춘을 겸했어라 / 除夕兼春立 유유한 세시의 변천이 느꺼워지네 / 悠悠感歲時 한 해는 장차 다해가는 마당이요 / 一年將盡處 삼경 밤은 곧 다가오는 때이로다 / 三夜欲來時 은승은 머리에 꽂아 묵직하건만 / 銀勝簪頭重 도소주는 차례 기다리기 더디구나 / 屠蘇到手遲 어리석음은 그 어드메에 팔 건고 / 有癡何處賣 괜히 낭선처럼 시제만 지내노라 / 空祭浪仙詩
제야(除夜) 2수 - 이익/성호전집2권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고 / 看見兒童長 내가 늙어감을 미루어 아노라 / 推知我朽衰 섣달 그믐밤을 익히 보아 왔건만 / 慣經除夕會 남들은 즐거운데 나 홀로 서글퍼라 / 衆樂獨含悲
열다섯 살이면 장정이 되는데 / 十五成丁壯 내 나이 이제 세 곱절이구나 / 年今倍過三 늦둥이 아이가 점차 자라니 / 晩生兒漸大 이로써 나의 회포 달랠 만해라 / 聊以慰懷堪
무자년(1648) 섣달그믐 밤에 [戊子除夜] - 이응희/옥담시집 싸늘한 등잔 불빛 반쪽 벽 비추는데 / 寒燈明半壁 베개에 기댄 채 훈훈한 침상에 앉았다 / 欹枕坐烟床 이 밤도 삼경이 다 지나가면 / 此夜三更盡 명년에는 여든 줄에 드는구나 / 明年八十行 앙상하게 여윈 골격에 놀라고 / 稜稜驚瘦骨 서글프게 시름겨운 창자 끊어질 듯 / 戚戚斷愁腸 눈에 가득 자손들이 있어 / 滿眼兒孫在 도소주 한 잔을 바치누나 / 屠蘇獻一觴
무술년(1718) 섣달그믐 밤에 [戊戌除夜] - 송상기/옥오재집4권 이제 예순셋 되리니 / 六十三將至 어느새 늙은이로구나 / 居然一老翁 시끄러운 푸닥거리 듣기 싫어 / 厭聞儺鼓鬧 시름 지으며 붉은 촛불 마주했네 / 愁對燭花紅 하늘에는 별이 돌아가고 / 天上星辰轉 인간 세상엔 눈비가 섞여 내린다 / 人間雨雪瀜 어이 견딜까, 이 밤 지나면 / 那堪今夜盡 백발이 또 봄바람에 날릴 테지 / 白髮又春風
제야(除夜) - 이행/용재집3권 한 해도 이제 하룻밤만 남은 줄 아노니 / 一歲柢知餘一夜 오늘 이 밤인들 기껏해야 얼마나 길 건가 / 今宵能有幾多時 오경의 서늘한 기운 양 살쩍에 스미고 / 五更爽氣侵雙鬢 네 벽의 한가한 시름 짧은 시에 드누나 / 四壁閑愁入小詩 은거하는 것밖에 세상사 무엇을 구하랴 / 世事不求高枕外 노년을 함께할 이로 좋은 벗님네 있다오 / 故人堪作晩年期 인생 백 년 이제부터 모쪼록 처리해야지 / 百年此去須料理 필경엔 나의 삶 스스로 지탱할 수 있으리 / 畢竟吾生得自持
섣달그믐 밤에 [除夜] - 이종학/인재유고 섣달그믐 밤을 새는 건 해마다 해 온 일인데 / 守歲年年事 올해는 눈물범벅이 되어 지새는구나 / 今年淚滿巾 쓸쓸한 성에 길손이 되어 있노라니 / 孤城方作客 밤새도록 어버이 그리움이 곱절이나 더하네 / 一夜倍思親 오붓이 모였던 지난날이 떠오르니 / 團聚憶前日 따로 떨어진 이 신세가 슬프기만 하네 / 分離悲此身 싸늘한 등불이 벽 한쪽을 비추는 방에서 / 靑燈明半壁 잠 못 이루고 새봄을 기다리노라 / 不寐待新春
제야에 즉시 읊다 [除夜卽事] - 김종직/점필재시집17권 뇌고 소리 들레고 담소 소리 떠들썩해라 / 雷鼓嘈嘈笑語多 동쪽 집 서쪽 집에서 정히 구나를 하는데 / 東家西舍正驅儺 유인은 갑자기 강호의 꿈을 중지하고 / 幽人忽罷江湖夢 일어나서 풍로에 올린 설수차를 마시노라 / 起啜風爐雪水茶 어리석은 종은 억지로 이웃을 본받으려고 / 癡奴强欲效比隣 비를 들고 야유하며 웃고 또 성을 내지만 / 苕箒揶揄笑且嗔 곤궁하고 가난한 귀신은 끝내 보내지 못하고 / 窮鬼貧神終不去 함께 잠자는 남녀들만 놀라 깨게 하누나 / 只消驚動夢熊人
제야(除夜) - 김상헌/청음집3권 차가운 불빛 하나가 사람 향해 비추는데 / 寒燈一點伴人明 묵묵하게 앉았을 새 삼경 가고 오경 가네 / 黙坐三更盡五更 골육들 다 흩어지고 고향 땅은 아득 멀어 / 骨肉流離鄕國遠 천애 밖서 눈물 쏟고 홀로 마음 상하누나 / 天涯垂淚獨傷情
제야(除夜)에 전목재(錢牧齋) 시에 차운함 - 이덕무/청장관전서1권 강 언덕 눈 다 녹고 벼룻물도 아니 얼고 / 雪斂江干硯不氷 노래에 든 초화마저 다스운 향기 엉겼구나 / 椒花欲頌暖香凝 상 머리엔 귀신 그려 장차 문에 붙일 거고 / 床頭描鬼將添戶 마을 안엔 모두 신맞이 등을 걸었구나 / 社裏賽神盡揭燈 늙어가니 유달리 해 가는 것 상심하는데 / 老大偏傷分歲去 아이들은 약속 있어 새벽녘에 일어나네 / 兒童相約及晨興 이웃 닭아 밤중에 울지를 말아다오 / 隣鷄莫向中宵唱 내일 아침 돌아오면 나이 한 살 더하는 걸 / 可耐朝回齒更增
제야(除夜)의 일을 적다 - 이식/택당속집3권 오늘 밤 또다시 한 해를 마감하려 하니 / 今宵又筭一年除 사십 년 나의 잘못 위거에게 부끄럽네 / 四十知非愧衛蘧 일곱 번 옮긴 관직 모두 자리 비웠었고 / 七命徙官皆曠職 동네 바꿔 이사한 집 셋방살이는 매한가지 / 兩坊遷宅亦僑居 연무 낀 백아곡(白鵶谷)엔 봄나물이 푸릇푸릇 / 煙和白谷挑新蔊 얼음 풀린 여강에선 언 물고기 내다 팔리 / 氷解驪江賣凍魚 고향가는 꿈길 속에 오경도 이제 막 지난때 / 歸夢五更纔了了 관아의 북소리 문득 듣고 조복을 다시금 차려 입네 / 却聞衙鼓理朝裾 (끝) -고전번역원 역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