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2024 제11회 하모니 국제 도예 프랜드십 페스티벌' 충북 괴산군 연풍면 조령민속공예촌에서10월7일부터 17일까지 "하모니에 스며들다."를 주제로 16개국40여명의 도예가 들이 모여 도자 페스티벌을 연다. 캐나다에 사는 둘째딸이 이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9월11일 귀국했다. 하지만 딸은 일본, 제주도,서울에서 만날 사람들을 만나고, 우리를 만나주는 서열은 꼴등이다. 귀국한지 18일만에야 만나자 섭섭한 마음도 잠시 눈물나게 반가웠다. 엄마 섭섭했지! 그러나 일주일을 우리 집에 있다가 행사장으로 간다는 위로의 말을 한다. 이튿날, 시어머니를 뵈러 풍기에 갔다. 바쁘다는 핑게로 오래 만에 만나니 비록 100세의 연세지만 얼굴이 예뻤다. 누가 100세라고 할까? 정정하시고, 우리를 보고 많이 반가워하신다. 나는 "엄마 왜 이케 예뻐졌어!"를 연발했다. 우리 딸을 보고 "니가 미국에서 왔나?" 우리 시어머니는 외국은 무조건 미국이라고 하신다. 손녀를 보신 시어머니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맏동서와 아주버님이 많이 반가워하신다. 우리 집이 시장이 멀다고 생각하는 맏동서는 우리에게 뭐라도 싸주고 싶어 냉장고를 뒤지고, 이것저것 하나라도 챙겨주려고 한다. 항상 만나면 반갑고 고마운 맏동서다. 둘째딸은 큰 엄마에게 할머니가 쓰시던 재봉틀을 가지고 가도 되냐고 여쭙는다. 할머니의 삶의 역사를 간직하고 싶다고 한다. 그 무거운 걸 어떻게 캐나다까지 가져가려고 운임이 얼마나 비싼데, 배로 운반하면 된단다. 나에게 옛것은 우리 집에서 눈 씻고 봐도 없는데 엔틱한 재봉틀을 가져가겠다니 할 말을 잃었다. 작년에 둘째 딸과 막내딸을 우리 동네 '외갓집 찻집'에 차 마시러 갔더니 옛 물건 (양은 도시락, 책가방, 전화기,요강,다리미)등 을 보고 얼마나 좋아 하는지. 나와는 성향이 완전히 다르다. 재봉틀은 할머니가 살던 빈집에 있으니 다음에 가져가라고 했다. 버리지 말고 꼭 우리 집에 옮겨놓고 보관해 놓으라고 신신당부 한다. 딸을 고국 산천 구경 시켜주기 위해 집으로 올 때는 부석사 구경을 하고, 영춘 쪽으로 가는 아름다운 길 남대리라는 호젓한 숲길을 따라 힐링을 하며 집으로 가기로 했다. 딸에게 김삿갓 유적지를 구경 시켜주기 위해 그 길을 선택했는데 울창했던 숲길이 아주 긴 터널로 변하여 직선거리가 되었다. 한국의 도로는 어디를 가나 눈부시게 변했다. 때론 옛길이 그리울 때가 있다. 작년 가을에 둘째딸과 손자를 데리고 노란 은행잎이 꽃비처럼 휘날리며 떨어질 때 와 본 부석사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이라 이번에 또 들렀다. 부석사 올라가는 길가에는 먹음직한 사과가 얼마나 싼지 종류별로 몇 박스를 사가지고 왔다. 날씨가 잔뜩 흐리더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김삿갓 유적지 답사는 다음으로 미루고 집으로 왔다. 둘째딸은 엄마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생활 할 수 있도록 가구 배치에 신경을 쓴다. 얼마 전 막내 사위가 사 보낸 대형 TV가 가까이에서 보는 게 너무 답답하다고 생각했는지 작업을 한다. 큰 거실이 조금 편리하다고 접이식 침대를 거실에 놓고 썼는데 다 치우고 식탁이 있던 자리로 TV를 옮기니 영화 보는 느낌이다. 식탁도 거실과 주방 경계에 놓고 쓰던 고정관념을 벗어나도록 했다. 잠깐의 수고로 거실 창가에서 소백산과 푸른 정원을 바라보도록 배치했다. 밥을 먹는 것 자체가 힐링이 되도록 했다. 주방도 동선이 편리하게, 냄비도 쓰기 편하게 배치해주었다. 한때 나도 정리의 여왕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고루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예술인답게 현대 감각에 맞게 배치하니 새로운 분위기에 마음도 새롭다. 둘째 딸과 함께하는 일주일의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언제까지 우리 곁에서 보고 싶을 때 보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괴산 행사장으로 딸을 데려다주는 날이 왔다. 텃밭 배추로 김치를 하고 고추 장아찌 농산물 몇 가지를 챙겨서 괴산으로 향했다. 조금 멀지만 월악산과 송계계곡을 끼고 드라이브을 즐기기로 했다. 터널 숲길과 계곡을 따라 가는데 자연의 풍경은 정말 예술이다. 벚꽃오색 단풍의 은은한 색깔이 만산홍엽보다 훨씬 환상적이고 아름답다. 이제 물들기 시작하는 벚꽃나무 가을의 끝자락이 되면 고운 단풍이 얼마나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할까. 다시 한 번 더 오고 싶은 곳이다. 조령민속도예촌에 당도하니 강경훈 도예가님이 반색을 하신다. 초창기 5~7개국 순회 때는 행사를 마치면 여독을 풀기위해 국내외 작가들이 우리 집에서 하룻밤을 쉬려고 왔다. 당시 나의 고추장아찌는 외국작가들에게 인기였다. 쏘피아(우리 딸 이름) 마미 최고! 하면서 한국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았다. 이듬해에 올 때는 작가들이 그릇샡트, 중국 전통 차, 실크 머플러 각자 해오는 선물이 다양했다. 그동안 강경훈 도예공님에게 고액의 다기 세트, 미니화분 등 많은 작품을 선물 받았다. 이번에도 큰 용을 만든 작품을 펜션 멋진 곳에 놓으라고 행사 끝나면 가져가라고 했지만 과한 선물이라 거절했다. 부인 조경일 작가가 청개구리를 모티브로 빚은 작품을 선물로 주신다. 식탁에 올려놓으니 너무 귀엽고 예뻤다. 강경훈 도예가 부부는 인간극장(오늘도 꿈을 빚는다)등 TV방송 여러 프로에 출현했다. 며칠 전 "무대를 빌려드립니다" 에도 출연했다. 초창기에는 고생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세계적인 성공한 도예가로 명성을 날린다. 이름 있는 세계적인 도예가 대열에 함께하는 둘째딸 덕분에 외국 작가들과 인사를 나누고 헤어져 돌아오는 길이 마음이 뿌듯했다. 사흘 후에는 막내딸이 왔다. 2뱍3일 동안 숙소를 제천 리솜 레스트리에 예약을 했다. 릴레이식으로 우리 가족 여행을 할 때 둘째딸을 데려오기로 하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자식이 뭔지, 잘살아도 못살아도 늘 가슴이 짠한 게 부모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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