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2920]登高必自卑(등고필자비)
登高必自卑
登(오를 등). 高(높을 고). 必(반드시 필)
自(스스로 자). 卑(낮을 비)
높이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곳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높은 곳에 올라가려면 낮은 곳에서부터 오른다.」는 말로,
일을 하는데는 반드시 차례(次例)를 밟아야 한다는 말.
천리(千里) 길도 한 걸음부터.
지위(地位)가 높아질수록 스스로를 낮춘다는 말.
《중용(中庸)》제15장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君子之道
辟如行遠必自邇
辟如登高必自卑
中庸
군자지도 비여행원필자이 비여등고필자비
君子之道(는) 辟如行遠必自邇(하며) 辟如登高必自卑 (니라)
군자의 도(道)는,
비유하면 먼 곳에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하며,
높은 곳에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다.
등고자비(登高自卑) (안병화) -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부터 시작한다.
[오를 등(癶/7) 높을 고(高/0) 스스로 자(自/0) 낮을 비(十/6)]
모든 일에 기초가 튼튼해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아무리 높은 高臺廣室(고대광실)이라도 구조물의 무게를 받치기 위한 밑받침이 허술하면 砂上樓閣(사상누각)이다. 기초를 다지려면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은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란 속담이 잘 나타냈다. 무슨 일이나 시작이 중요하다는 말로 단번에 만족할 수 없다는 ‘첫술에 배부르랴’란 깨우침도 있다. 높은 곳에 오르려면(登高) 낮은 곳부터 시작해야 한다(自卑)는 이 성어도 똑 같은 뜻을 가졌다. 일을 순서대로 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고 높은 지위에 올랐을 때는 겸손해야 함을 이르기도 한다. 여기서 스스로 自(자)는 ‘~로부터‘란 뜻이다. 출처는 孔子(공자)의 손자 子思(자사)의 저작이라는 ‘中庸(중용)’이다. 동양 철학의 중요한 개념을 담은 四書(사서)의 하나다. 15장에 실린 내용을 옮겨보면 이렇다. ‘군자의 도란 말하자면 먼 곳을 갈 때 반드시 가까운 곳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고, 높은 곳에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곳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다 (君子之道 辟如行遠必自邇 辟如登高必自卑/ 군자지도 비여행원필자이 비여등고필자비).’ 辟는 임금 벽, 피할 피, 비유할 비의 뜻이 있고 邇는 가까울 이. 함께 나온 行遠自邇(행원자이)도 시작이 중요하다는 같은 뜻의 성어로 사용된다.
비슷한 의미의 가르침은 ‘孟子(맹자)’에도 나온다. 유학의 도에 대한 추구는 아래서부터 단계적이고 쉼 없는 노력을 통해 점진적인 성취를 이뤄야한다고 가르친다. ‘물을 관찰할 때는 반드시 물결을 보아야 한다 (觀水有術 必觀其瀾/ 관수유술 필관기란)’, ‘흐르는 물은 빈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나아가지 않는다 (流水之爲物也 不盈科不行/ 유수지위물야 불영과불행)’란 구절로 盡心(진심) 상편에 있다.
老子(노자)의 ‘道德經(도덕경)’에는 더 알아듣기 쉽게 말한다. ‘아름드리 나무도 붓털 같은 새싹에서 자라고, 구층 높은 집도 삼태기 흙부터 쌓고,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한다 (合抱之木 生於毫末 九層之臺 起於累土 千里之行 始於足下/ 합포지목 생어호말 구층지대 기어누토 천리지행 시어족하).’ 64장에 실려 있다.
어디서나 기본을 충실히 하면 높이 돼도 무너지지 않고 자만하지도 않는다.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
군자의 도는 비유컨대 먼 곳을 감에는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 출발함과 같고,
높은 곳에 오름에는 반드시 낮은 곳에서 출발함과 같다.
《시경》에 "처자의 어울림이 거문고를 타듯하고,
형제는 뜻이 맞아 화합하며 즐거웁고나.
너의 집안 화목케 하며,
너의 처자 즐거우리라"는 글이 있다.
공자는 이 시를 읽고서
"부모는 참 안락하시겠다"고 하였다
君子之道
辟如行遠必自邇
辟如登高必自卑
詩曰
妻子好合 如鼓瑟琴
兄弟旣翕 和樂且眈
宣爾室家 樂爾妻帑
子曰 父母其順矣乎.
공자가 그 집 부모는 참 안락하시겠다고 한 것은
가족간의 화목이 이루어져
집안의 근본이 되었기 때문이니,
바로 행원자이(行遠自邇)나
등고자비의 뜻에 맞는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