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시골에 있는
조그만 박물관에 다녀왔다.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이 차창을 시리게 했다.
이른 시간,
박물관엔 아무도 없었다.
홀로 남겨져
박물관에 진열된 전시품을 바라본다는 거
텅빈 방안에 누워
헤어진 연인의 옛 사진을 바라보는 것 만큼이나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몽고 샤먼의 방울, 박봉술 명창의 오래된 북, 거북이 등에 새겨진 시, 만석중놀이의 낡은 인형, 신열이 내려 아팠을 슬픈 무당의 칼한자루, 시베리아의 가죽 우산, 300년 만에 발견되었다는 연애편지, 흰고래의 수염으로 만든 비파, 뉴기니아의 해시계, 무덤에서 발견되었다는 나무 남근, 최승희의 오래된 엽서, 호랑이 뼈로 만든 최음제, 코발트 빛 축음기 한 대, 페루에 가서 죽은 비익조 박제.
그리고....................그녀의 그림자. 오래도록 박혀있을 내 화석.
CF) 지키는 사람조차 없어서 다 훔쳐오려 했으나, 착한 너구리군이 말려서 끝내 참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