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 서촌(西村) 문화산책
며칠 전, 지인들과 함께 하루 시간을 내어 서촌 문화산책을 했다. 서촌은 인왕산 동쪽과 경복궁 서쪽 사이의 사직동, 청운동, 효자동, 필운동 일대를 가리키는데 경복궁 서쪽에 있어 ‘서촌(西村)’이라 불렸다. 서촌은 이즈음 전통가옥의 가치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한옥 보존의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한옥보존지구로 지정됐다.
경복궁 북쪽에 있어 ‘북촌’이라 불리는 마을이 조선 시대에 높은 벼슬아치들과 내로라하는 양반들이 모여 살았던 비해 서촌은 통역관, 의관, 중인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특히 일제강점기에는 유명 문인, 화가 등 예술인들이 이곳에 많이 모여 살았다. 서촌의 정식 명칭은 ‘세종마을’인데 세종대왕이 서촌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서촌에는 조선 시대에 토지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제를 올리던 사직단(社稷壇)을 비롯해 명승지인 수성동계곡, 서양 선교사가 세운 배화학당 건물, 화가 이중섭이 살던 집, 시인 윤동주의 하숙집, 화가 박노수가 살던 집, 시인 이상이 살던 집, 화가 이상범의 집, 그리고 가장 오래된 헌책방인 대오서점 등 볼거리가 적지 않다.
특히 산책 중 ‘이상의 집’에 발길이 오래 머물렀다. 집안에 들어서면 이상 관련 논저가 전시돼 있고, 이상의 소설 『날개』를 영인한 낱장 하나하나가 벽면 보관함 속에 가득했다. 그리고 창밖에는 이상의 흉상이 놓여있고, 발코니로 연결되는 계단에서는 이상의 작품과 그림을 통해 이상의 생애를 재구성한 영상을 감상할 수 있었다.
서촌 서쪽 끝에 자리한 사직단에서 문화산책을 시작하여 손호연.이승신 모녀 시인의 집, 시인 노천명의 집, 화가 이상범의 집, 소설가 이상의 집, 박노수미술관, 시인 윤동주 하숙집터를 차례로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조선 시대 여름 휴양지였던 수성동계곡의 돌다리 ‘기린교’를 찾아보는 것으로 서촌 하루 문화산책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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