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업체에게 매각된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이 새해 1월 9일부터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가제타루와 ixbt.com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텔레그램 채널 '아프토파토크'(Автопоток '자동차 물결'이라는 뜻)은 현대차 공장을 최근 인수한 '아트 파이낸스'측이 휴가중인 공장 근로자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근로자들에게 내달 9일부터 정상 출근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위)와 차량 생산 당시의 모습/사진출처:현대차
현대차는 지난 19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현지 법인인 '아트 파이낸스'에게 1만 루블(약 14만원)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당시 현지 언론에서는 상트페테르부크그 공장이 1, 2개월내에 공장을 재가동해 남아 있는 재고 부품 등으로 7만여대의 자동차를 조립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실렸다. 현대차는 기존에 판매된 차량에 대해 애프터서비스(AS)를 계속 제공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을 인수한 '아트 파이낸스'는 지난 5월 독일의 폭스바겐 칼루가 공장 등 러시아 자산을 사들여 이름을 'AGR Automotive Group'으로 바꾼 신생 법인(지난 2월 등록)이다. 법인의 소유자는 폭스바겐 자동차의 러시아 딜러겸 위탁 생산을 담당한 '아빌론(홀딩스)'의 사장을 지낸 안드레이 파블로비치로, 지난해 12월 아빌론 사장직을 그만뒀다고 한다.
이같은 연고로 '아트 파이낸스'가 '아빌론(홀딩스)'의 자회사인 것 처럼 보도되자, 아빌론 측은 '아트 파이낸스'와 'AGR Automotive Group' 등은 자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운영 역시, '아빌론(홀딩스)'와는 무관하다는 뜻이다.
AGR Automotive Group 홈페이지/캡처
예상보다 이른 상트페테르부르크 현대차 공장의 가동도 지난 14일 푸틴 대통령의 기자회견겸 '국민과의 대화' 답변과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자동차 가격이 급등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서방 자동차 파트너들이 모두 철수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신속한 대처를 약속했다. 이후 데니스 만투로프 부총리겸 산업통상부 장관은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가동을 중단한 러시아 전역의 자동차 생산 시설을 점검하며, 재가동을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서둘러 임시이사회를 열어 상트페테르부르크공장을 매각 처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현지 인터넷 매체 '네바 투데이'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서방의 제재 압력을 받은 21개 자동차 생산 시설 중 절반만이 생산을 재개했으며, 자동차 생산량은 (미국의 금융위기 발발 후인) 2009~2010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후 서방의 제재를 받았던) 2015~2016년 시절보다 훨씬 적다.
만투로프 부총리겸 산업통상부 장관/캡처
내년에는 러시아의 자동차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만투로프 장관은 25일 일본 닛산자동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인수한 '아프토바즈'가 상트페테르부르크 (닛산)공장 등에서 '라다' 새 모델을 출시하는 등 내년에는 총 5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투로프 장관은 '아프토바즈'의 이사회 의장이다.
그는 또 독일 폭스바겐 자동차들을 위탁 조립했던 니즈니노보고르드 고르키 공장에서는 구소련의 SUV '볼가' 새 모델을 대량 생산하겠다고 약속했다. 만투로프 장관은 "니즈니노보고르드 자동차 클러스터(산업단지)는 가까운 시일 내에 '볼가' 새 모델 개발및 시설 보완 작업을 완료해야 한다"며 "내년 중반에는 첫 번째 조립 자동차가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이 공장에서 '폭스바겐 타오스'와 '스코다 옥타비아' 등을 조립 생산해 왔으나, 지난해 여름 조립을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