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바다…그 가을 우리가 두고 온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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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그리고 우체통…. 대한민국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울산 간절곶 언덕. 그림 같은 가을 바다를 배경으로 높이 5m의 우체통이 서 있다. 전국에서 가장 큰 우체통이다. 새해 첫날 간절곶 일출을 보며 소원을 빌면 정말 소원이 이뤄진다는 뜻에서 '소망 우체통'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바다와 우체통은 왠지 모를 그리움을 불러온다. 우체통에 편지를 넣어본 게 언제였던가, ‘그’는 지금 잘 살고 있을까….
가을 바다를 찾아 울산으로 떠났다. 그곳 가을 바다엔 색다른 낭만이 있다. 간절곶 우체통에서부터 시작해 고래고기를 맛볼 수 있는 장생포항, 수중왕릉의 신비를 간직한 대왕암공원, 까만 자갈이 해안을 따라 늘어선 주전~강동 몽돌해변까지 4색의 가을 바다가 이채롭다.
장생포항
간절곶을 빠져 나와 장생포항으로 가는 길은 설렜다. 고래고기 때문이다. 장생포항은 1950년대부터 국제포경협회가 고래포획금지 결정을 하기 전인 86년까지 우리 나라 유일의 포경기지였다. 포획이 금지된 요즘도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고래의 대부분이 장생포항을 통하며, 이곳 해안 도로엔 고래고기 전문점 10여곳이 밀집해 있다. 고래고기는 부위별로 12가지 맛이 난다. 몸통과 꼬리, 익힌 것과 날 것이 모두 다른 맛을 낸다. 가장 신선한 살코기, 육회와 비슷한 맛을 내는 생고기회, 쫄깃한 맛이 일품인 오베기(꼬리지느러미), 담백한 우네(뱃살), 수육처럼 즐기는 껍질…. 버릴 게 없다. 초고추장과 젓갈에 참기름과 소금까지 양념도 각양각색. 고래요리 한접시가 눈 깜짝할 새 동났다.
대왕암공원
고래고기로 배를 채웠다면 대왕암으로 떠날 차례다. 경주 대왕암이 신라 문무대왕의 혼을 간직한 곳이라면 울산 대왕암은 신라 문무대왕비가 잠들어 있는 수중왕릉이다. 공원입구에서 대왕암까지 가는 600m길에 100년 수령의 송림이 우거져 있고, 송림 길을 벗어나면 마치 선사시대의 공룡화석들이 푸른 바닷물에 엎드려 있는 듯한 해안 절벽이 장관이다. 불그스레한 바위색이 짙푸른 동해 바다색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고, 곧장 마주 보이는 대왕암은 물에서 떨어져 나가려고 몸부림치는 용의 모습 그대로다. 마침 현대중공업에서 철제다리를 놓아 바닷가에서 쳐다만 보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경주 대왕암과는 달리 직접 건너가 볼 수도 있었다.
대왕암 공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론 울기등대도 있다. 현재 울기등대는 2기의 등탑이 세워져 있는데 높이 9.2m의 옛 등탑은 1906년부터 1987년 신(新) 등탑이 세워질 때까지 불을 밝힌 의미 있는 등대로 문화재청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주전~강동 몽돌해변
대왕암공원과 주전~강동 몽돌해변은 지척이다. 대왕암에서 경주 방향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면 까만 자갈들이 1.5Km나 늘어서 있다. 콩알만 한 것부터 주먹만한 크기까지 동글동글한 몽돌들이 가을 바다의 낭만을 더한다. 이곳까지 왔다면 정자항에 들러 신선한 활어회를 맛보는 게 좋다. 포장마차처럼 줄지어 선 가게에서 조개탕, 매운탕까지 즐길 수 있다.
정자항으로 가는 길에는 주전 봉수대가 유명하다. 봉수대는 사방이 잘 보이는 산봉우리에 위치해 밤에는 횃불로 낮에는 연기로 부근 봉수대와 서로 연락하며 변방의 긴급한 상황을 알리던 옛 군사통신 수단의 하나. 주전봉수대엔 돌로 둥글게 쌓은 지름 5m, 높이 6m의 연대(煙臺)가 남아 있는데, 울산 바다를 조망하기에 그만이다.
-가는 길-
울산 가을 바다 투어 코스는 2가지다. 아침 바다가 그립다면 1번, 저녁 바다가 좋다면 2번 코스가 현명한 선택이다. ▷1번 코스=북대구IC~경주~포항~31번국도~주전·강동 몽돌해변~대왕암~장생포~간절곶 ▷2번 코스=북대구IC~언양JC~울산 시내~간절곶~장생포항~대왕암~주전·강동 몽돌해변
-다른 볼거리-
가을 바다를 둘러 보고 시간이 남는다면 울산 도심으로 떠나보자. 대구와 묘하게 대비되는 태화강 십리대밭과 울산대공원이 색다른 볼거리를 준다.
울산 태화강은 대구로 치면 신천과 같은 곳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신천은 정체돼 있는 반면 태화강은 생태공원으로 태동하고 있다는 것. 특히 무거동 삼호교~태화동 동강병원까지 태화강을 따라 십리에 걸쳐 펼쳐져 있는 '십리대밭'은 폭 20∼30m, 전체면적 29만m²의 위용을 자랑한다. 일제시대에 큰 홍수로 태화강변의 전답들이 소실됐을 때 주민들이 앞다퉈 심은 대나무가 오늘에 이른 것으로, 한때 주택지로 개발될 뻔 했지만 시민들이 원해 대숲을 보존할 수 있었고, 그후 간벌작업과 친환경호안 조성작업, 산책로 조성작업을 벌여 울산을 대표하는 생태공원으로 자리매김했다. 2007~2010년까지 사업비 133억원을 들여 2단계 사업을 추진 중이며, 대나무 생태복원에 이어 실개천 및 습지를 조성하고 생태체험장 및 학습시설·수변무대·관찰데크를 더한다는 계획이다. 십리대밭 지척의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울산대공원 역시 변변한 도심공원 하나 없는 대구와 비견되는 대목이다. 울산대공원은 1995년 SK(주)가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400만여㎡ 부지에 1천억원을 투자해 시설을 조성한 뒤, 울산시에 무상 기부한 곳. 97년부터 공사기간만 10년이 걸린 울산대공원은 말 그대로 대공원이다. 수영장동(아쿠아시스)을 중심으로 야외 테마파크, 4개의 크고 작은 연못, 산책로, 각종 놀이시설, 옥외공연장(2천500석), 광장, 다목적 구장, 소풍공간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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